성경에서 돼지는 왜 부정한 동물일까?



이방인들만이 먹고 키운 동물로 이방인 거부와 혐오의 상징으로..


 
















▲ 돼지들과 함께 있는 집 나간 아들(알브레이트 뒤러작, 1497년).


성경을 읽다 보면 돼지에 대해 언급된 내용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다.

심지어 "돼지는 몸을 씻고 나서 다시 진창에 뒹군다"(2베드 2,22)는 속담까지 등장한다.

중동지방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돼지를 먹지 않는다.

음식에 돼지고기가 조금이라도 들어 있다면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다.


 모세 율법에서도 돼지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며, 이스라엘 민족에게 먹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돼지는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짐승의 고기를 먹어서도 안 되고, 그 주검에 몸이 닿아서도 안 된다.

그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레위 11,7-8).

성경에서는 왜 돼지를 부정한 짐승이라고 하는 것일까?


 본래 팔레스타인 지방에는 돼지가 없었다.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유목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돼지는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처럼 냉장고가 없었으니 근동지방처럼 더운 지역에서 돼지고기는 부패하기 쉬운 음식이었다.

유다인들이 돼지를 접하게 된 것은 이방인들과 접촉을 하면서부터였다.


 이스라엘 민족은 바빌론의 포로가 되는 쓰라린 경험을 한 후,

이방인인 바빌론의 정신적ㆍ문화적 지배로부터 벗어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이방인의 것이라면 하나에서 열까지 혐오스럽게 생각할 정도였다.

유다인들은 이방인만이 기르는 동물인 돼지에게서 이방인의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유다인들이 바빌론을 정신적ㆍ문화적 차원에서 제압하고 있었다면 돼지를 그토록 혐오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추수하는 날에 흰 돼지를 잡아 제물로 바치는 관습이 있었다.

마카베오 시대에 이스라엘 민족은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이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당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매우 뛰어난 율법 학자들 가운데 엘아자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미 나이도 많고 풍채도 훌륭하였다.

그러한 그에게 사람들이 강제로 입을 벌리고 돼지고기를 먹이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더럽혀진 삶보다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

자진해서 형틀로 나아가며 돼지고기를 뱉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목숨이 아까워도 법에 어긋나는 음식은 맛보는 일조차 거부하는 용기를 지닌 모든 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2마카 6,18-20).

그들은 돼지고기를 먹고 부정한 몸으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유다인들은 돼지라는 말을 하는 것조차도 꺼릴 정도로 돼지를 혐오했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흰고기'라고 돌려서 불렀다.

또 유다인들은 돼지 기르는 것을 그리스의 학문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 체면을 구기는 일로 여겼다.

그러다 보니 유다인들은 돼지와 이방인의 불결함을 상징적으로 연관시켰다.

그래서 후대에 돼지는 개와 함께 이방인들을 상징하는 경멸적 용어가 됐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마태 7,6).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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