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년 ‘노숙인에서 하버드로’

 

강찬씨 4년 전액장학금 받고 합격
부모 이혼 美에 홀로 남겨져 노숙생활… 거리서 만난 교사가 거처-학업 도와줘

 

노숙인에서 하버드대생이 된 강찬 씨(오른쪽)가 NBC뉴스 기자인 로잔 콜레티 씨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출처 NBC

 

 

17세에 부친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다가 노숙인 신세가 된 한인 청년이 역경을 딛고 하버드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다.

미 NBC방송과 뉴스12 등은 6일(현지 시간) ‘노숙인에서 하버드로’라는 제목의 뉴스에서 강찬 씨(19)의 사연을 상세히 전했다. 뉴스데이 롱아일랜더뉴스 등 지역 언론도 수일 내 강 씨의 기사를 게재한다고 그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 측은 밝혔다.

NBC에 따르면 한국에서 뉴욕 롱아일랜드로 건너온 부친이 곧바로 강 씨를 홀로 남겨 두고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그의 역경은 시작됐다. 강 씨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이혼한 뒤 홀로 남겨진 것이 그리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아 월셋집을 계속 옮겨 다녀야 했다. 돈이 떨어지자 결국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 이는 우연히 거리에서 그를 목격한 롱아일랜드 사우스헌팅턴 지역의 왈트위트먼고의 한 교사였다.

 

이 교사는 학교에서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주민지원(빌리저 서포트)’ 프로그램을 통해 강 씨에게 거처를 구해 주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도와주었다.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자전거를 고쳐 준 것이 무엇보다 고마웠다고 강 씨는 회상했다.

 

강 씨의 하버드대 입학이 확정된 이후에야 그가 노숙인으로 생활했던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가 다닌 고교는 그의 성공 스토리를 홈페이지에 전하면서 “그가 당시에 인생을 포기할까, 아니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피아노와 타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뤘다. 음악실이 가장 편안한 장소였다고 한다. NBC는 “강 씨는 매우 수줍어하는 학생이면서도 학업성적은 뛰어났다”고 보도했다.

 

왈트위트먼고의 한 교사는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 8개 대)에 모두 지원서를 냈다. 하버드대에서 4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합격 통보가 와 진학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학업성적과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9월 하버드대에 입학해 음악과 수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201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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