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 "손가락 놀림보다 악보 연구"…!

 

 "안정된 자리를 벗어난 후 어려움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예술은 자유롭고 과감해야해요. 베토벤 소나타 31번은 자기 표현의 세계가 자유롭지 않으면 치기 힘든 곡이죠."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백혜선(47)이 3월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드뷔시와 메시앙, 베토벤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31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2부에서는 쇼팽 전주곡 24개 전곡에 도전한다.
백씨는 "쇼팽 24개 전주곡은 감정의 변화가 드라마틱하면서도 간단명료해서 1인24역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습은 많이 해왔지만 함부로 내놓지 못했는데 이번 리사이틀에서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29세의 나이로 당시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 뒤 2005년 전문연주자의 길을 가기 위해 교수직을 사임한 것 자체부터 도전이었다.

 

 


"서울대에서는 정신과 영혼이 자유로울 여유가 없었다. 교수직은 학교의 많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로 인한 억압 때문에 생각이 자유롭지 않았다. 또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치면 기가 빠져 자기 연주를 할 수 없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더니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었다"며 뉴욕으로 떠난 이유를 전했다.

뉴욕 맨해튼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긴 후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고, 많은 공연을 접하면서, 연주회도 열고 있다. 특히 신경쓰는 무대는 인터내셔널 키보드 인스티튜트 & 페스티벌(IKIF)이다. 작은 무대지만 세계 유명 피아니스트들을 다 부르는 알찬 축전이다. 2007년부터 이 무대에서 연주해 온 것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에는 링컨센터 알리스 툴리홀 공연을 전석 매진으로 치러냈다.

연주와 자녀양육을 병행하고 있는 백씨는 "30대 후반이 되니 손가락을 계속 놀리는 것보다 악보를 많이 보고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는 삶 속에서 지속되는 것"이라는 경지를 언뜻 내비쳤다.

2005년부터는 부산국제음악제의 음악감독으로 국내 음악가와 해외 음악가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서울에는 공연이 너무 많아 기사도 다 쓰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인 지역도시들도 많다.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로 간 이유도 지방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젊은 연주자들의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 전 세계 클래식 시장을 한국과 중국 연주자들이 장악했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연주자들이 얼마나 크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중국의 연주자 랑랑이 국제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과 대조된다"고 짚었다.

 

뉴시스 이예슬 기자

2012-02-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