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야(Messiah)에 대한 유대인의 오해
유대인들은 참 메시야로 오신 예수를 배척하여 끝내 십자가에 못 박혔다.
이렇게 유대인들이 예수가 참 메시야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배척하였던 것은 구약에 그들이 예언된 메시야 계시를 근본적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에 유대인들의 곡해된 메시야관과 그렇게 잘못된 메시야관을 갖게 된 원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유대인들의 메시야관
유대인들은 여호와의 계시인 성경만을 절대 무오한 신앙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시 구약이 제한적이고도 부분적으로만 메시야에 대한 계시를 주고 있는 점을 깨닫고 인정하여 겸손하지 않았다. 이처럼 구약의 메시야 계시가 전부요 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물론, 거기에 자기들 생각대로 자의적인 해석을 가미했기 때문에 그들이 처한 정치적인 입장이나 종교적인 입장에 따라 혹은 신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메시야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그들의 메시야관은 다음과 같은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유대인들은 일단 구약에 근거하여 메시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전보를 갖고 있다. 즉, 그들은 메시야는 다윗 왕가의 후손으로 날 것(삼하 7:12)이며 초인적인 능력으로 많은 이적을 행사하실 것이며 메시야가 오기 전에는 반드시 메시야의 길을 예비할 선지자 곧 엘리야가 넘저 와야 한다고 믿었다.(말 4:5).
그러나 그들은 근본적으로 메시야를 자신들 민족만을, 그리고 이 지상 나라에서만 영원한 지배자 민족으로 만들어 주는 즉 정치적 구원만 줄자로 오해하였다. 사단의 유혹에 넘어간 죄인을 위한 구속사역을 통하여 인간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이자 근본인 죄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단과 그 세력을 척결한 다음 이 지상 나라가 아니라 영원한 하늘나라를 세우실 예수의 사역에 대한 원대한 비전이 없던 유대인들이 메시야 예수를 여러 면에서 오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메시야가 앞에서 말한 3중직을 모두 가진 것이 아니라 왕의 직분만 가졌다고 생각했다. 또 메시야를 반드시 다윗의 후손으로 초능력을 소유하고 았을지라도 그는 인간일 뿐 신인양성(神人兩性)을 소유한 성육신하신 여호와라는 사실은 생각조차 할 수도 없다.
그리하여 메시야라는 초인적인 능력으로 일단 로마 제국의 압제에서 자기들 이스라엘 민족을 정치적으로 해방시켜주고,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을 만국 위에 군림하는 나라로 만들어 줄 인물로 보았다. 그리고 메시야가 그렇게 할 때 현세적인 필요가 완전히 충족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상에서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메시야가 잠시 고난을 받을 수는 있으나 예수처럼 결코 죽임을 당할 수는 없었다고 보았다.
한편 유대인들 가운데서도 메시야가 왕국을 도래하게 하는 방법의 측면에 대해서는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견해로 나누어져 있었다. 즉 마카비 가문의 후예들인 열심당원들(the Zealots)은 로마 세력과 무력으로 대항하여 싸워 이김으로써 메시야 왕국을 도래하게 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들은 후에 자객 ‘칼을 가진 자’ 라는 뜻의 시카리(the Sicari)라고 불리우게 된 자들인데, 이들은 A.D.70년 예루살렘 성전이 멸망하기까지 계속해서 로마 제국에 대한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자친 메시야라 하는 인물들도 많이 나왔다.(행 21:38).
반면에 경건주의자들인 하시딤의 후예들인 바리새인들(the Pharisees)은 율법과 장로들의 유전을 철저히 지켜 경건한 생활을 하며 기다릴 때 메시야 왕국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로마제국은 이 악한 세상을 지배하는 사단의 수하에 있는 과도기적 권세를 가진 나라일 뿐이므로 메시야 왕국이 도래할 때까지 그들과 대항하여 싸우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바리새인들은 열심당원들보다 현실 도피적이고 내세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입장에 따라 메시야도 자신들이 준수하는 것과 동일하게 율법과 장로들의 유전(tradition)을 준수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것으로 볼 때 장로들의 유전을 준수하지도 않고 또 자신들의 종교적 교리에 배치되는 가르침을 주셨던 예수님은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 결코 메시야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 12:2, 10, 막 7:1-5).
2. 메시야에 대한 유대인의 오해의 원인
유대인들이 이토록 곡해된 메시야관을 소유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확한 규정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곡해된 메시야관이 등장하기 시작한 소위 중간기 시대(B.C.400-A.D.4년)의 역사와 신약 시대의 역사를 살펴볼 때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다. 바벨론 포로 이후 팔레스틴 땅으로 귀환한 유대인들은 B.C.400년 이후부터 신약성경 시대에 이르기까지 페르시아 제국과 헬라제국 그리고 로마 제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으면서 정치적인 자유와 현세적인 평화를 강하게 희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암울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그들은 구약에 나타난 부분적이고 제한된 메시야 계시를 로마의 압제로 인한 고난과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은 현실적 욕구에 의해 자신들의 민족주의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입장에서 곡해하여 확대 해석함으로써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야관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정치적 해방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에 사두개인들(the Saducees)은 심지어는 메시야에 대한 구약 계시를 완전히 포기하고
다윗의 자손이 아닐지라도 자신들의 현실적, 정치적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곧 ‘메시야’라고 생각했다.
이런 입장에 있었던 유대인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자칭 메시야라 하면서도 영적인 천국을 가르치고 내세에서의 영생과 평안만을 이야기 할 뿐
그들의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욕구를 전혀 만족시켜 주지 않고 예수를 배척한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랜드종합주석 마가복은 서론 pp723-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