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66권의 순서가 연대기가 아닌 이유
성경 66권은 연대기적 서술이 아니다. 예를 들면 대선지서의 경우 저술연도를 기준해보면 대략 이사야(BC700), 예레미아(BC600), 예레미아 애가(BC586), 에스겔(BC565), 다니엘(BC570)순이나 다니엘서가 에스겔서 다음에 편집 되어있고, 소선지서의 경우는 호세아(BC750), 요엘(BC830), 아모스(BC750), 오바댜(BC586), 요나(BC760), 미가(BC700), 나훔(BC612), 하박국(BC610), 스바냐(BC630), 학개(BC520), 스가랴(BC520), 말라기(BC430)으로 편집되어 저술 연도와 순서가 맞지 않는다. 성경 편집에는 어떤 기준이 있었던 것일까?
예수님은 구약에 대해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눅 24:44)이라고 말씀하고 있다.이를 통해 보면 구약 성경은 예수님 당시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분류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대교는 지금까지 이 분류법을 따르고 있다. 제롬의 라틴 불가타 성경과 70인 역은 네 가지 분류법(율법서, 역사서, 시가서, 선지서)을 따르고 있다.
과 거 개역 한글판의 연대기 성경(The Chronological Bible)이 발간된 적이 있다(1995). 저술 연도가 아닌, 말씀이 기록된 당시 시대적 배경을 따라 사건 순서대로 배열한 양식의 통독 성경이었다. 예를 들면 예레미야서 중간에 열왕기,역대기가 일부 나오고 하박국 전체도 예레미야서 중간에 삽입되어 나오고, 다니엘서도 일부분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얼핏 보면 이런 성경이 성경 연구자에게는 도움이 될 듯도 한데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 이 성경은 혼란스럽고 손에 들면 머리가 아프고 애정이 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성경은 여러 성경 가운데 가장 손이 안 가는 성경이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이 성경은 책 속지 부분에서 영어 오탈자가 발견될 정도로 신중한 검토나 교정을 보지 않고 속성으로 출판 되어 하나님 말씀인 성경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잃어버린 안타까운 책이 되었다. 성령께서 성경을 연대기로 배열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과 거 성경 편집자들이 왜 성경을 저술 연도와 일치하지 않게 배열하였는지 정확한 역사적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사실 위의 연대기 성경처럼 딱 부러지게 성경 선지서들의 저술 시기를 구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저술 시기도 선지자마다 다르고 참 역사 연대 배열(연대기 성경)도 선지자마다 서로 겹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하여 저술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참 역사 연대와 저술 연대가 뒤섞일 가능성이 있다.
정경(Canon) 형성 과정은 권위 있는 계시들의 기록(출 24:3), 권위 있는 계시 문서들의 등장(신 31:24-26; 수 1:8, 24:26; 삼상 10:25; 왕하 22장, 등), 포로 전후 시기 신앙의 연단 과정을 거치며 성령의 역사로 권위 있는 계시 문서들의 보존, 성령 충만한 하나님의 사람들에 의한 영감 된 정경 형성(주전 150년 이전)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주전 132년경 헬라어로 된 벤 시락(Ben Sirach) 집회서 서언에는 율법서와 선지서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당시(주전 190년) 벤 시락은 구약 정경의 삼중 구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구약 성경의 배열은 구약 히브리어 성경의 원래 순서와 같지 않고 B.C. 277년 알렉산드리아의 약 70명의 학사들이 구약을 헬라어로 번역한「70인 역」(The Septuagint)을 만들 때 책의 순서를 재배열하였다. 이들이 선지서의 저술 연대에 따른 순서를 정할 때 왜 이렇게 정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이후 카톨릭은 그리스도 이후 얌니아 회의(Council of Jamnia, A.D. 90년 경)에서 정경이 확정되었다고 보나, 이 모임은 단순한 학자들의 모임이었을 뿐 역사적으로 정경의 모든 문제를 결정할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인물도 없었으며 그런 논의도 없었다. 이처럼 구약 정경의 역사적 결정에 대한 자료는 충분하지가 않다. 물적 자료들은 많으나 전체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대요(大要)를 마련하는 일이나 결정적 연결 부분들을 예증하는 것이 부족하다. 따라서 선지서들의 저술기간의 순서가 어떻게 형성되어 온 것인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성경 구약은 한번에 결정된 것이 아니고 계시의 점진성을 따라 모세 시대부터 시작하여 말라기(B. C. 430년경), 느헤미야(B. C. 400년 경)까지 기록, 수집, 보존, 인정, 확장 과정을 거치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해 하나님의 사람들에 의해 인정받았다고 보여 진다. 그리고 신약은 카르타고 회의(주후 397)에서 확정되었다. 이렇게 한두 사람이 아닌 성령의 감동과 인도하심에 따라 여러 하나님의 사람들을 거치며 1600여년에 걸쳐 수집되고 보존되고 인정되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신구약 성경 66권이 완성되어 전해지게 되었다.
참 고로 최초 성경에는 장, 절 구분이 없었다. 장, 절은 성경을 인용할 때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인 데 1227년, 파리대(University of Paris) 교수였으며 후에 캔터베리(Centerbury)의 추기경이 되었던 랑톤(Stephen Langton) 주교가 하나님의 계시를 따라 장(章)을 구분하였고, 절(節)은 1551년과1555년에 파리의 인쇄업자였던 로베르 에스티엔느(Robert Stephanus)가 나누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일부 성경 가운데 장, 절 유사한 것이 있기는 했었다. 다행인 것은 기독교 뿐 아니라 유대 학자들도 이후 이들 장, 절 구분을 그대로 수용하여 같은 장, 절을 서로 공유하면서 성경을 연구하고 복음의 길을 확장하고 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라고 보여진다.
창조신학연구소
조덕영K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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