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예배에 대하여
 

 

세계 어디를 보아도 한국 교회의 성도들처럼 모이기를 힘쓰며 예배드리기에 열심인 경우는 없다.

한국 성도들은 한 주간에도 주일 낮 예배, 주일 저녁(또는 오후) 찬양 예배, 수요일 저녁 예배(또는 기도회), 구역 예배, 매일 새벽 기도회 그리고 가정 예배 등 수많은

예배를 드린다.

 

이런 모습은 진실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것은 한국 교회의 장점이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이런 열심과 열정이 점점 식어 가고 있다.

너무 많은 예배를 드리다 보니, 성도들이 예배에 식상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나아가 성도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아무런 감격과 감사도 없이 그저 의무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들 중에 주일 오전 11시에 드리는 낮 예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성도의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을 갖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헌신, 봉사, 섬김도 없이 익명의 그리스도인이 되어 이후 시간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여기서 우리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

대표성이 없는 주일 오전 11시 예배


무엇보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는 많은 성도들이 주일 오전 11시에 드리는 예배를 이른바 대예배로 부르면서

주일 예배의 대표 예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예배 시간에 가장 많은 성도들이 참석하고, 많은 성도들이 주일 오전 11시 예배를 대예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먼저 이 예배를 ‘대예배’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

예배는 하나님께서 창세 이후 우리에게 베푸신 구속의 크신 사랑을 깨달은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나아와 감사함으로 응답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 나아와 예배드리는 데에 큰 예배와 작은 예배가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놀라운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면서 하나님께 최상의 가치를 돌려드리는 응답의 행위(worship)가 예배인데,

거기에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작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주일 오전 11시에 드리는 예배를 대예배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대예배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

대예배가 있다면 소예배도 있다는 말인데, 하나님 앞에 신령과 진리로 드리는 한 어떤 예배도 소예배일 수 없다.

다만 예배일 뿐이다. 그러므로 주일 오전 11시에 드리는 예배를 대예배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고 주일 예배로 불러야 한다.

다음은 주일 오전 11시 예배가 주일 예배의 대표성에 관한 문제다.

물론 이 시간에 가장 많은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주일 오전 11시 예배만이 주일 예배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주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역사적으로 주일 오전 11시 예배의 출처는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초대 교회에서 성도들은 오히려 주일 새벽 동틀 무렵에 예배했다.

비두니아의 총독이었던 플리니(Pliny)가 로마의 트라얀 황제에게 보낸 서신(주후 109년)에 따르면, 초대 교회 성도들은 아침 일찍 모여 예배하고 성찬을 가졌으며

다시 저녁에 모여 애찬식을 나누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초대 교회는 주일 새벽에 모여 예배했다.

초대 교회 교부 터툴리안도 주일 예배가 동트기 전에 있었다고 기록하고, 순교자 저스틴도 그의 변증문(주후 150년)에서 초대 교회 성도들이 주일 아침 해뜰 무렵 한 장소에 모여 시간이 허락하는 한 사도들의 언행록과 선지자들의 글을 읽고 떡을 떼며 예배를 드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초대 교회 성도들이 주일 이른 새벽에 예배를 드린 것은 지금과 같이 쉬는 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주일은 한 주간의 첫날로 일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주일이 오늘날과 같이 쉬게 된 것은 주후 321년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의 칙령에 의해서다.


그러므로 이전에 성도들은 주일 새벽 동틀 무렵, 즉 일하러 나가기 전에 아침 일찍 모여 예배할 수밖에 없었다.

러다 로마 황제의 칙령에 의해 주일이 쉬는 날이 되었고, 그 후로 주일 예배가 아침 시간대에서 서서히 옮겨갔을 것이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주일 예배가 아침 몇 시, 혹 오전 몇 시에 드려야 한다는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다.

단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일이 쉬는 날이므로 성도들은 여유를 가지고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지적하려는 것은 이제 주일 예배는 언제라도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오전 11시뿐 아니라 7, 9, 10시나 10시 30분에도 가능하고 나아가 오후에도 드릴 수 있다.

한국 교회의 모교회라 할 수 있는 서울 새문안교회는 처음 오전 10시 30분에 주일 예배를 드렸다.

선교사들이 오전 9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성경 공부를 한 후 곧바로 주일 예배를 가졌다.


이 전통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의 역사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주일 예배는 반드시 오전 11시에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주일 오전 11시 예배만이 주일을 대표하는 예배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어떤 역사적 근거나 당위성을 갖는 것은 아니며, 다만 편의적으로 오전 11시에 가장 많이 모이다 보니 그렇게 인식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일 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할까?

예배는 시간이 아니라 자세가 문제


주일 예배는 어느 시간대에 드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어떻게 드리느냐가 중요하다.

주일 오전 11시 예배에 참석했으므로 나의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문제는 주일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주일 성수 문제로 이어진다.

신학적으로 주일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다.

주일은 하나님의 새로운 창조와 구속 사역(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고 구원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신앙 고백으로 ‘예배하는 날’이요, 하나님의 자녀들이 기쁨으로 함께 모여 떡을 떼며 ‘교제하는 날’이고 하나님께 예배하며 그의 말씀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영적으로 성장하는 날’이요, 우리의 이웃을 내 몸처럼 돌아보는 ‘구제와 봉사의 날’이고 미래에 이뤄질 영원한 안식을 소망하며 진정한 쉼을 이루는 ‘안식의 날’이다.

모든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일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모든 구속 사역에 감사하고 감격하며 자신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는 예배의 날이며,

그런 중에 진정한 쉼을 누리는 안식의 날이다.

 

여기서 안식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진 참되고 영원한 안식을 말한다.

따라서 주일은 영원한 안식을 소망하면서 세상의 일을 멈추고 주님 안에서 기쁨으로 예배드리는 중에 하나님과 더불어 성도들과 교제하고 봉사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구제하는 날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주일은 자신을 위한 일을 멈추고 주님 안에서 진정한 안식을 누리는 날이다.


어거스틴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하나님에 의해 지음 받았고 하나님 안에서 안식을 발견할 때까지 우리의 마음은 안식하지 못한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안식과 평안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 보좌 앞에 나아가 누리게 될 영원한 안식을 세상에서 미리 경험하는 때가 바로 주일이다.

주일은 나를 위한 일을 멈추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예배를 드림으로 이 땅에서 영원한 안식을 경험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일 아침 일찍 예배를 드리거나 혹 오전 11시 예배를 드렸다고 자신의 책임을 다 한 것으로 생각하면 진정한 주일 정신에 어긋난다.


주일 저녁 예배에 대한 재고


또한 주일 오후에 자신의 유익을 위해 산이나 들로 나간다든지, 사업이나 장사하는 것도 주일을 잘못 보내는 경우다.

주일은 자신을 위한 모든 일을 그치고, 주님의 일을 하는 가운데 진정한 안식을 얻는 날이다.

다시 말해 주일의 핵심은 하나님께 예배함과 세상이나 자신의 일을 그치고 안식함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 가지 더 지적하려는 것은, 오늘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주일 저녁 예배를 오후 시간으로 앞당겨서 드리고 있다.

그 이유는 좋게 표현해 성도들이 주일 저녁이라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물론 성도들이 주일 저녁 시간에 가족과 가정 예배를 드리며 찬송하고 기도하며 교제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주일 저녁을 그렇게 지내는 성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주일 오후나 저녁에 세상의 즐거움을 위해 영화관, 사업장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보내고 있지 않은가?

한국 교회가 주일 저녁 예배를 오후 예배로 당겨서 하고 있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결국 세상과 타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성도들로 하여금 주일을 범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바뀔 수 없는 ‘주님의 날’을 기념하는 바른 모습을 소개한다.

“주님의 날은 세상의 사업이나 계획이 있기 전에 언제나 기독교인의 안식일로서 거룩하게 지켜지고 편히 쉬는 날이 되도록 준비돼야 한다. …

그리고 은혜로운 주일 예배를 위해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기도하되, 특별히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전을 집례할 목사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예배 시간 전에 예배당에 모이고 예배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

예배를 마치고 남은 시간에 독서와 명상과 설교를 통해 말씀의 복습과 찬송과 병자 심방과 자선의 손길을 펼치는 데 함께 해야 한다”

(‘신성한 주님의 날에 관하여’「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

빛과 소금/글·주승중 장신대에서 예배와 설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

새천년의 성경적 설교」, 「2003 예배와 설교 핸드북」 등 공저가 있다.

 

 

/출처ⓒ†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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