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어처’는 ‘엄청나게 큰 사람·사물’로 쓰여

 

“아, 어이상실!” “×나 어이없어.”

듣기 민망한 10대들의 말이다. 황당한 경우에 쓰는 ‘어이없다’와 ‘어처구니없다’가 변형되어 쓰인 경우이다. 현재 ‘어이’는 단독으로 사용되나 ‘어처구니’는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어처구니없다’로만 쓰인다. 어처구니는 20세기 초까지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어처구니’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째 어처구니는 궁궐의 잡상(雜像)들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궁궐의 전각과 문루의 추녀마루 위에 놓은 신상(神像)을 일러 잡상이라 하는데 이는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인물과 토신(土神)을 형상화하여 올려놓은 것으로 귀신을 물리치려고 한 데서 유래했다. 당나라 태종의 꿈 속에 밤마다 귀신이 나타나 기왓장을 던지며 괴롭히자 참다 못하여 문무백관을 불러 의논한 끝에 힘센 무사를 시켜 궁궐을 지키게 했다. 유독 귀신이 지붕을 타고 오자 지붕 위에 무사를 올려 지키게 했더니 귀신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아 나중에는 궁궐을 새로 지으며 상징적으로 잡상을 만들어 올리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기와장인들이 보통 집을 지을 때는 어처구니를 올리지 않으므로 모처럼 궁궐을 지으면서 이를 깜빡 잊어버렸다. 낙성식 전날에 이 어처구니를 올리지 않은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어처구니가 없어’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둘째는 첫째의 변형으로 ‘손 없는 날’의 유래담인 도교의 이야기와 합해진 것이다. 어처구니들은 말썽꾸러기여서 입이 두 개인 이구룡(二口龍)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저팔계(저八戒)는 술을 먹고 천도복숭아 나무를 뽑아버리고, 손행자(손오공)는 옥황상제와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들을 괴롭혔다. 사화상(사오정)은 연못의 물을 모두 마셔버리고, 대당사부(삼장법사)는 모든 사람이 같은 날에 죽도록 만들어 버렸다. 화가 난 옥황상제가 어처구니들에게 벌로 사람을 해코지하는 ‘손’이라는 귀신을 잡아오도록 했다. 대당사부가 ‘손’을 잡아 청동항아리에 넣어 줄에 매달아 하늘로 보낼 때 손행자의 실수로 줄이 끊어져 ‘손’은 다시 달아났다. 그러자 옥황상제는 어처구니들에게 궁궐 추녀마루에 올라가 ‘손’이 잡힐 때까지 지키라고 했다. 그래서 궁궐의 추녀마루에 이 어처구니들의 형상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셋째는 맷돌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하는 데서 나온 설이다. 옛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콩을 갈라고 했다. 며느리가 콩을 들고 맷돌 앞에 가 보니 손잡이(어처구니)가 없어 맷돌을 돌릴 수 없었다. 며느리는 당황하여 “아이구, 어처구니가 없네. 이를 어째?”라고 말하며 멍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서의 ‘어처구니’는 맷돌이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가리킨다.

어처구니의 ‘어처’는 ‘엄청’이라는 말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어이’든 ‘어처’든 유래가 귀신과 연관이 있으므로 귀신이라 불릴 정도의 엄청난 존재로 보는 것이 좋겠다.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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