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할 권리' 선포] 美지지 업은 日, 반발하는 中… 동북아 軍備경쟁 회오리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입력 : 2014.07.02 03:00

[日, 집단 자위권 행사 결정… 中 대놓고 군사력 증강 나설듯]

- 美, 일본 손들어 줘
"日, 자신을 방어할 권리있다" 亞太 안보 파트너로 日 선택

- 日, 군사大國化 시동
재무장에 큰 걸림돌 되던 자위대 활동범위 제한 풀어

- 中, 日위협 부각시킬 듯
"美·日동맹은 中 굴기 견제용… 소련에 맞서던 NATO 같아"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 이전, 자위대의 해외 파병 사례는 2004년 이라크 전쟁 등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결정 이후에도 자위대가 곧바로 국제분쟁에 뛰어들어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의 결정이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중국과 미·일의 군사력 증강과 동북아 패권 경쟁을 가속화하는 '뇌관'이기 때문이다. 개별 국가의 군사력 확대가 이웃 국가의 경쟁적 군비 증강으로 이어져 지역 전체에는 대결·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군비 증강 도미노'가 동북아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의 결정 이후, 미국과 중국의 반응은 찬반(贊反)으로 뚜렷하게 갈라졌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自國) 패권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만큼은 양국의 반응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을 내걸었지만 국방 예산 증가는 부담스러웠던 미국은 동북아 안보 파트너로 일본을 택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계산이다. 미국의 지지를 얻어낸 일본으로서도 군사대국화에 한층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공언했던 '강한 일본'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동북아 군비경쟁 구도 정리 그래픽
반면 중국은 "미·일 동맹은 냉전 시기 소련에 대항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중국이 '일본 위협론'을 명분 삼아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한·중 반발 무릅쓰고 일본 지지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의결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공식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일본은 필요한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방일(訪日) 당시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지지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한·중의 우려와 반발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동북아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손을 잡아준 배경에는 미국의 전략적 고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를 선언하면서 향후 미국의 외교적 여력을 아시아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외교·군사 분야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를 위해서 미국이 선택한 파트너가 일본인 셈이다.

◇'군사대국화' 나선 일본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아베의 안보 정책에서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전후(戰後) 일본의 평화주의를 상징했던 '무기 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수정하고 본격적인 무기 수출의 길을 열었다. 군비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국방비는 486억~510억달러(약 49조~52조원)로 세계 7~8위권이다.

일본의 거침없는 재무장(再武裝)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자위대의 활동 범위였다. 평화헌법에 따라 자위대의 활동 범위는 '전수방위(專守防衛·방위를 위한 무력만 사용)'로 제한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자위대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중 "미·일 동맹, 나토와 마찬가지"

중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과 미·일 동맹 강화를 대중(對中) 견제용으로 보고 있다. 친중계 매체인 홍콩 대공망은 "과거 미국·유럽이 소련에 대항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든 것처럼 현재 미·일이 아시아에서도 NATO 같은 군사 동맹체를 결성해 중국의 굴기(�起·우뚝 섬)를 견제하겠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중국 위협론'을 내걸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추진했던 것처럼 중국은 '일본 위협론'을 내세워 군사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올해 국방비는 작년보다 12.2% 늘었다.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미·일 대(對) 중국'의 대결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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