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20~30% 싸게 공급" 유통업체, 물류센터 설립 붐

유통단계 군살 제거 - 저장·도매상·중간상인 등
3~5단계 중간 마진 없애 상품 판매가격 낮출 수 있어
생산자 몫도 커져 - 경매·도매시장 넘길 때보다
10%가량 수익 더 얻어… 생산·소비·유통 모두 윈윈

이마트가 14일 경기도 이천에 농수산물 유통센터인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연다. 과일·채소·수산물 60개 품목(5000억원 규모)의 가공·저장·포장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농수산물 유통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4만6535㎡)다. 1000억원을 투자해 독일·이탈리아 등에서 10여종의 최신 자동화 설비도 도입했다.

이마트 최병렬 대표는 "2007년 농산물 가격 폭등, 2008년 배추 파동을 겪으면서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시킬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기존 농수산물보다 20~30%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물류센터 설립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7월 유통업체 최초로 '농산물포장센터'를 오픈했고, 홈플러스올 10월 경기도 안성에 물류시설을 착공하고 내년 12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2009년 국내 최초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적용하고, 실시간 상품관리 체계를 도입한 평택물류센터를 열었다. 전국 2100여개 하나로마트와 협업을 통해 배송 가능 차량과 최적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배송관리 시스템으로 하루 평균 9만 상자 이상 배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유통업체, 물류센터 왜 만드나

유통업체가 앞다퉈 자체 물류센터를 만드는 이유는 포장·가공을 담당하는 물류센터가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어서다. 현재는 소비자가 소매업체에서 물건을 사기까지 생산자로부터 도매시장·중간상인 등 3~5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예를 들어 사과의 경우, 산지(産地)에서부터 저장·도매상, 협력사 등 대략 5개 단계를 거친다. 이때마다 도매 마진, 중간상인 마진 등이 붙는다. 사과 생산지 가격이 100원이라고 했을 때,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은 170원으로 껑충 뛴다. 물류센터가 도입되면 저장·포장 등을 전부 센터가 담당해서 판매가를 141원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이마트 측 계산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 영업규제에다 불경기로 위축된 소비심리로 인해 고전하는 대형 마트로선 한 푼이라도 가격을 낮춰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농산물포장센터를 통해 시중가보다 약 26% 가격을 내린 감자(1.3㎏ 한 봉지)를 출시하자, 지난달 감자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도 저장 기간이 긴 사과와 배, 소포장 판매를 많이 하는 체리·수입포도 등 20여개 품목을 시중가보다 5~15% 낮춰 판매할 계획이다.

물류센터는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 이익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소매점에서파는 제주 노지감귤 가격은 ㎏당 평균 2700원이었다. 감귤을 생산한 서귀포 농가에 돌아간 돈은 1302원으로, 판매가의 48.2%에 불과했다.

유통경로를 줄이면 생산자에게 돌아갈 몫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이마트 최병렬 대표는 "생산자가 농산물을 경매나 도매시장에 공급할 때보다 10%가량 수익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중간상인이 담당하던 과일·채소 선별작업이나 포장 등을 마트가 일괄적으로 진행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생산지 일괄매입을 통해 거래비용을 낮춘 데 따른 결과다.

또 물류센터는 직접 포장·냉동 등을 담당해 제품의 질을 일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유지·관리하기에도 좋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안성에 짓고 있는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1000명 이상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긴다"며, "물류센터는 생산자·소비자·유통업체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길을 터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유통비

농수산물 유통비가 높다는 것은 이제까지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던 고질적인 문제다. 때로는 생산자 가격보다 유통비가 더 높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제주도발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소비자가격이 ㎏당 평균 2만7000원인 제주 넙치(광어)는 생산자 가격이 1만1499원(42.6%)인 데 비해 유통비는 1만5501원(57.4%)이다. 유통비용이 생산자가 받은 가격보다 14.8% 포인트 높았다. 당근 유통비는 ㎏당 1457.5원으로, 농가가격(491.2원)보다 3배 많았다. 소비자가격(1984.7원)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75%에 달했다.

최근엔 산지(産地) 생산자들끼리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직거래를 활성화하는 등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엔 유통과정에서 운송·포장·선별 등 고정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유통단계에서 군살을 빼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류센터(circulation center)

유통업체가 소매점이나 대형 마트 등에 상품을 배송·진열하기 전까지 물건을 보관·관리하는 곳. 최근엔 가공·포장·선별 기능까지 담당하는 대형 복합 물류센터가 속속 설립되고 있다.

chosunBiz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