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지시한 '국가안전처' 기능과 역할은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보다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로서 '국가안전처(가칭)' 설치를 지시한 것은 정부의 재난 관리 및 위기 대응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개혁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정부가 위기관리에 있어 혼선만 부추기는 등 세월호 침몰사고의 초기 대응부터 수습까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데 대한 처방전인 셈이다.

 

↑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4.04.29. mania@newsis.com

 

↑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14.04.29. mania@newsis.com

 

↑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에게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제의하고 있다. 2014.04.29. mania@newsis.com

실제 이번 사고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안전행정부 산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기본적인 피해자 집계와 구조상황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허둥지둥한 것도 모자라 해양경찰청을 비롯한 다른 기관과의 조직적 대처에도 실패하는 등 허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불신이 커지자 뒤늦게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꾸려졌지만 더딘 구조작업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재난대응 조직 개편론은 오히려 거세졌다.

박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난안전의 컨트롤 타워에 대해서는 전담 부처를 설치해서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차원의 대형사고에 대해서는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 간 업무를 총괄 지휘 조정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근혜정부의 재난 대응 체제는 자연재난의 경우 소방방재청이, 인적·사회적 재난은 안행부가 맡는 이원화된 구조로 이뤄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소방방재청이 재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신설됐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재난관리 기능이 당시 행정안전부로 옮겨졌고, 현 정부 들어서는 사회적 재난의 총괄기능을 안행부가 맡게 된 탓이다.

또 개정된 재난기본법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되면서 실질적으로 재난대응을 총괄하는 중대본 차장도 방재청장이 아닌 안행부 2차관이 맡게 됐다.

이 때문에 대형 쓰나미로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복합재난이 발생할 경우 총괄기관을 놓고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회재난과 자연재난 관리의 일원화에 나서면서 국가안전처는 통합적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안행부의 재난관리 기능은 대부분 신설 조직으로 이전될 보인다. 이 경우 안행부는 행안부에서 이름을 바꾼지 약 1년만에 대대적인 조직 및 정비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안행부 산하 방재청의 전문인력도 상당수 국가안전처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안전처가 방재청을 아예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군인이 전시에 대비해서 반복 훈련을 하듯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가져오는 사고를 유형화해서 특공대처럼 대응팀을 만들어 평소 훈련하고,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전문팀을 파견해서 현장에서 사고에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안전처의 기능도 명확히 했다.

특히 "화학물질 유출이나 해상 기름유출, 전력, 통신망 사고 등 새로운 형태의 재난과 국민생활과 직결된 복합재난 등에 상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전담 부처와 소관 부처가 협업해서 국민안전을 제대로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해 '구미 불산누출 사고' 같은 산업재난에 대한 대응 기능도 갖출 전망이다.

인적 구성에 있어서는 관료보다 전문가 중심의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과정에서 공무원 중심 조직의 '전문성 부재'라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재난 안전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조직으로 확실히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순환 보직을 제한하고 외국인 전문가 채용까지 고려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안전처 수장의 '급'은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장관급은 돼야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노무현정부에서 만들어진 방재청은 차관급 청장이 수장을 맡아 재난안전의 지휘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국가안전처장은 이 같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힘 있는 장관급을 둬야 한다는 논리다.

한때 대통령 직속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설치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안보재난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자연·사회적 재난 대응 기능까지 더해질 경우 청와대로 모든 권한이 집중된다는 부담 때문에 부처 신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전처 신설은 정부조직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설치 시기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신속히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지만 여야의 이해관계와 지방선거 일정 등의 이유로 법안 처리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만 법안 통과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입법예고, 규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의 절차가 필요한 정부입법 대신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한 의원입법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당시 실무진에서 안전분야 컨트롤타워를 정비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실무진은 리조트 붕괴사고와 관련한 종합대책 보고서를 만들면서 '재난안전청'과 같은 별도 기구의 신설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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