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의상(古風衣裳)   


조지훈 작시 / 윤이상 작곡



김현정,sop
Elena Sviatkina, piano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고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줏빛 호장을 받힌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胡蝶)인 양 사푸시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2014/4/23  라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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