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박창신 신부가 이야기한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는 오 탈자 트집잡는 수준  

 

2013년 11월 22일 오후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시국(時局) 미사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부정선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정권교체 없습니다. 더군다나 부정선거 백서가 있어요. 컴퓨터로 개표 부정한 겁니다. 백서를 읽어 보세요. 국정원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조작해 가지고 선거를 했어요. 그런 것이 엄청 드러났어요. 부정선거는 엄청난 문제인 거예요. 익산을 예로 들면 선거구가 86인데 (개표 자료 업데이트 횟수가) 중앙선관위에 72가 올라왔어요. 이게 맞는 겁니까. 안 맞는 겁니까.”

 

《제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는 첫 페이지부터 충격증거라고 제시한 몇몇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

선관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

 

  선거 문외한(門外漢)을 현혹시키기에 딱 좋은 내용이었다.

백서가 선관위 자료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했는지 살펴봤다.

백서의 저자인 한영수씨는 전직 선관위 직원이다.
 
 우선 백서는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의 개표완료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존재하므로 이번 18대 대선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개표상황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개표과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개표는 개함(투표함 개봉 및 투표지를 반듯하게 펴는 작업)→투표지분류기 분류→심사 집계부 수작업 개표→위원 검열→위원장 공표→확정→보고석→중앙선관위 서버전달→곧바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지의 과정을 거친다.

 

  개표상황표는 투표지분류기 분류가 끝나면 거기와 연결된 컴퓨터 프린터에서 나온다. 투표지분류 개시시각과 투표지분류 완료시각, 집계결과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된 개표상황표는 아니다. 심사집계부는 넘어온 개표상황표에 투표지분류기에서 미분류로 나온 표와 분류된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투표지분류기 결과가 찍힌 곳 옆에 적는다.

 

이 개표상황표는 부위원장을 포함, 7명의 위원 검열을 거친 뒤 위원장에게 넘어간다. 개표상황표를 확인한 위원장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법원 공무원에게 개표상황표를 건넨다. 그 공무원은 개표상황표 가장 밑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적은 후 보고석에 전달한다. 보고석은 개표상황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중앙선관위 서버로 그 결과를 보낸다. 이 절차를 마쳐야만 최종 득표수가 모두 들어간 개표상황표가 완성된다. 개표상황표는 투표구마다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전국 총 투표구 수는 1만3542개다.

 

  절차대로라면 위원장 공표시각이 개표완료 시각보다 빠를 수 없다. 백서가 선관위 자료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1만3542개의 개표상황표 중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총 34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장 공표시각을 기재(記載)하지 않은 것(6개)까지 더하면 총 40개의 개표상황표에 문제가 있었다. 백서는 이것을 ‘개표상황표 조작’으로 규정했다.


  개표상황표 조작이 가능해지려면 개표와 관련한 모든 사람이 한통속이 돼야 한다. 가능한 일일까?

 

    심사 집계부는 일반인과 교사 등 공공기관 소속 직원으로 이뤄져 있다. 부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은 정당추천위원 2명, 시·군·구 선관위 자체 추천(5명)으로 이뤄진다. 위원장은 관례로 지역 법원장이 맡는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사전에 신고한 참관인들이 비디오, 카메라 등 온갖 채증 장비를 가지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사람이 ‘같은 편’이 되어 개표상황표를 조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표 과정을 직접 참관한 이들이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개표완료 시각보다 위원장 공표시각이 빠른 개표상황표가 존재하는 것일까. 선관위에 문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개표소에서 위원장 공표시각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부정선거 논란에서 선관위는 객관적일 수만은 없다.

 

  개표상황표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한 인물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수소문 끝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한 사람 몇 명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백서 내용에 황당해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자신이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개표에 참여했던 A씨의 이야기다. 그는 전라도 지역 개표에 참여했다. 그의 이야기다.

  “그런 백서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정확히 적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 시간이 잘못됐다면 정신없는 상황에서 잘못 쓴 것 아닐까요.”

 

2013.12.19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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