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암환자 수술 이후 삶이 중요 정서적 치료까지

 

삶의 질’ 높이는 완화의료가 필요하다

 

후진 한국의 암환자 수술·항암 치료 끝나면 집에 가라!

식도암, 후두암, 자궁내막암, 세 가지 암의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다. 첫 번째 식도암 담당의사를 기다리는 대기실, 대기자 명단에 수십 명의 환자 이름이 적혀 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불안감으로 숨을 쉬는 것도 어렵다. 이곳에 앉아 있을 때마다 시험 결과 통보를 앞둔 수험생이 된 것 같다.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재발했으면 어쩌나?

2010년 4월 식도암 진단을 받은 이후, 세 가지 암과 투병하는 동안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 고통보다 재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다. 정기검진 1주일 전부터는 불안이 극에 달한다. 그렇다고 불안을 치료해 줄 곳은 없다. 매번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홀로 버려진 느낌이다.

경남 진해에서 고교 교사였던 이진(가명·63)씨의 이야기이다. 이씨는 2010년 4월 교사 재직 당시 건강검진에서 식도암이 발견됐다.

방사선 치료를 거쳐 9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수술이 깨끗이 잘됐다”고 말했다.

 

2주 후 퇴원 즈음 어깨 뒤쪽에 통증이 시작됐다. 담당의는 “갈비뼈가 부러졌나?”하면서 대수롭잖게 여겼다. 식도암 수술의 경우 늑골을 팽창시키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간혹 있는 듯했다. 퇴원할 때 담당의사는 별다른 지침 없이 “맛있게 잘 드시고 운동 잘하라”는 말만 했다. 퇴원 후 2달 동안 복용한 진통제가 떨어지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어깨 뒤쪽 통증이 심해졌다. 목구멍 안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2개월 만에 국립암센터를 다시 찾아 검사를 하니 후두암이라고 했다. 의사는 “재발이나 전이는 아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뭔가가 확 들어온 것 같다”면서 방사선 치료를 권했다.

식도암 수술 두 달 만에 후두암이라니. 큰아들을 불러 “아무래도 엄마가 힘들 것 같으니 동생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충격과 절망, 분노 등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후두암은 자칫 잘못하면 성대를 못 쓰게 되는 등 위험한 부위라고 했다. 암세포만 공격한다는 표적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방사선 치료에만 3000만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갔다. 다행히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그동안에도 어깨 통증은 이씨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식도암 수술을 한 주치의를 찾아가서 상담을 했다.

 

“어깨가 안 좋은데요.”
“난 건드린 적 없는데요.”(의사)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받아가야겠는데요.”
“자꾸 마약류 먹으면 안 되는데요.”(의사)

 

3개월마다 예약해서 만나는 주치의는 하루 환자 대기명단이 100명에 달한다. 상담 시간은 기껏 5분여가 되지 않았다. 어깨 통증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들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찾아야 했다. 수술하면서 신경을 건드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진통제에 의지하면서 통증의사를 수소문하고 재활의학과를 찾아가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1년 반 동안 암과의 투병보다 어깨 통증이 이씨를 더 괴롭혔다. 주치의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화병이 될 지경이었다. 의사만 생각하면 불끈불끈 치솟는 화를 다스리는 것도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첫 식도암 수술 이후 2년여, 겨우 통증이 가라앉을 무렵 정기검사에서 암종양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했다. 자궁내막암이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술 날짜를 잡고 난소와 자궁을 다 들어냈다.

 

수술 후 급격하게 줄어들어 40㎏이 되지 않는 체중은 좀체 늘어나지 않았다. 항암주사보다 방사선 치료는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난다고 한다. 볼품없이 마른 몸을 보여주기 싫어 아무도 만나기 싫었다. 집에 가서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자신도 없었다. 집으로 가는 대신 암환자 전문 요양병원을 수소문했다. 양평에 있는 요양병원을 시작으로 이곳저곳 좋다는 요양병원을 옮겨 가며 전전하고 있다.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암환자들의 투병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암 치료 과정에서 이씨가 절실하게 아쉬웠던 것은 암환자를 안내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암 진단을 받으면 충격 속에서 당황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수술한 주치의는 수술에 대한 부분만 책임지지 환자의 전체적 상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답답해서 가정의학과를 찾아갔는데 도움이 안 되더라.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인터넷이나 책에 정보가 쏟아지지만 그럴수록 선택은 어렵다. 무분별한 정보들을 좇다 허비한 돈도 많다.

병원에 암환자들을 정서적으로 도와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담당자가 있다면 불안과 두려움으로 막막해하지 않을 것 같다. 나 같은 환자들을 위해서 병이 나으면 자원봉사를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통증은 육체적인 통증만이 아니다. 정신적·사회적·영적인 통증까지 수반한다. 영국의 의사 시실리 손더슨은 ‘통합통증(total pain)’이라는 개념으로 암환자의 통증을 이해하고, 1967년 말기암 환자의 통증 관리는 물론 심리적 고통까지 덜어주기 위한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선진국은 호스피스 개념을 확대해 투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 및 증상 완화,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부터 정신적 안정까지 도와주는 적극적인 암 치료로 ‘완화의료(palliative care)’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암 치료는 진단과 암 덩어리 제거에만 집중돼 있다. 의료시스템 내에서 받을 수 있는 암 치료는 수술과 항암 치료가 전부이다. 수술 이후 생존의 문제는 온전히 환자의 몫이다. 항암 치료에 따른 통증이나 부작용조차 환자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고, 재발방지를 위한 관리나 정신적인 고통은 관심 밖이다.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발과 전이다. 환자들의 고통은 의료시스템 밖에 방치된 수술 이후부터 진짜 시작되는 셈이다.

 

서울대학교암병원,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공동연구팀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술을 받고 1년이 경과한 후 재발하지 않은 상태의 위암 환자 3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의 34%가 “지난 1주일 동안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로는 피로, 탈모, 설사, 삶의 질 저하를 꼽았다. 비교적 예후가 좋은 위암 환자의 경우가 이 정도이다.

 

국립암센터가 유방암 환자 1933명을 대상으로 조사(2004~2005년)한 결과에 따르면 수술과 항암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피로와 우울 증상에 시달리고, 이로 인한 직장인 업무장애, 가사일 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도 있었다. 치료 이후에 증상완화와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전인적 치료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국내에서는 20년 전부터 완화의료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한 걸음도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한국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설립위원으로 일했던 서울대 의대 암통합케어센터 윤영호 교수는 주간조선에 “이제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치료를 해야 한다. 전인(全人)적 케어를 해야 생존율도 높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정부 정책들이 뒤따라야 한다.  20년 전부터 완화의료를 외쳤지만 아직 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완화의료는 곧 호스피스와 동의어로 여겨지고 있다. 용어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로 통칭해서 부르고 있지만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는 개념이 다르다. 호스피스가 말기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신체적·사회적·정신적·영적 지원을 하는 의료행위라면, 완화의료는 그 폭이 훨씬 크다. 치료 중 발생하는 통증, 부작용 완화와 재발방지를 위한 의료행위부터 정서적 지원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전인적인 암 치료라고 이해하면 된다. 항암치료로 인한 구토, 식욕부진, 우울 등의 부작용을 줄여주면 항암치료 효과도 훨씬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일본의 경우는 완화의료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이 2006년 암관리법을 개정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근거를 마련한 데 비해 일본은 1년 늦은 2007년 암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완화의료 보급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한국보다 법 정비는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완화의료가 확산된 이유는 보험 수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보험 적용의 범위도 말기암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 중인 환자나 재택, 외래환자가 완화의료를 이용한 경우까지 확산시켰다. 또 암관리 기본계획에 ‘10년 내 암 진료에 종사하는 모든 의사에게 연수 등을 통해 완화케어에 대해서 기본을 습득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전역의 모든 거점병원에는 완화케어팀을 두고 암 치료와 병행 치료를 하고 있다. 완화케어팀은 완화의료 의사, 간호사는 물론 심리전문가, 영양사, 재활치료사, 사회봉사자로 구성된다. 통증·권태감·호흡곤란 등 신체적 증상부터 불안·우울 등 정신적 증상까지 관리하고 이들의 시간과 치료행위에는 보험수가가 적용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허가한 완화케어를 이용할 경우 1인당 비용은 2500엔×건강보험의 개인부담률이다. 예를 들어 개인부담률이 30%일 경우 환자는 750엔만 부담하면 된다.

 

일본의 완화케어 병동은 2000년 88병동, 1659병상에 불과하던 것이 2012년 224병동 4836병상으로 확대됐다. 완화의료학회 주관으로 완화의료 전문의 제도도 운영하기 시작해 2010년부터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다.

 

완화의료 전문의 제도는 유럽, 미국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06년부터 완화의료 분과전문의 자격인증제도가 시행됐고 호스피스완화의료 간호사도 2012년까지 1만7000명이 배출됐다. 미국도 현재 호스피스에 집중이 돼있지만 완화의료를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미국의 호스피스 정책 이용률은 꽤 높다. 주치의가 환자의 남은 수명이 6개월 정도라고 판단하면 보험으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이용 환자가 전체의 40%를 넘는다. 캐나다는 인증체계를 두 가지로 구분해 기존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분과전문의 자격 발급을 해주고, 가정의학 전문의들에게는 부가능력인증을 해주고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대만도 완화의료 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의사들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완화의료는 고사하고 호스피스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병원은 전국 52곳이다. 서울지역 빅5 병원 중에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곳은 서울대병원(27개 병상)과 서울성모병원(23개 병상)뿐이다. 완화의료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병원 내에 ‘완화케어팀’을 두거나 전담과를 신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지난 11월 10일 보건복지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에 집중돼 있다. 대책에 따르면 2020년까지 완화의료 전문 병상을 현재 880개에서 1400여개까지 확대하고 완화의료 전문기관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형 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 신설을 꺼리는 것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나면 암환자들이 의료시스템 밖에 방치되는 것도 결국 병원의 수익 구조 때문이다. 올해 서울대병원은 적자 폭이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초대형 병원들도 적자폭이 늘면서 비상 경영을 선언하는 마당에 ‘돈 안되는 환자’들을 위한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이야기이다. CT, MRI 등 고가의 검사 수익은 병원의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 검사가 끝난 환자는 입원할수록 적자다. 그 기간에 새로운 환자를 받아 검사 장비를 돌리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이렇다 보니 수술, 항암치료로 초죽음이 된 채 병원 밖으로 내쳐진 암환자들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쏟아지는 정보 앞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인지, 지금 하고 있는 관리가 자신에게 맞는지 혼란스럽다. 그 틈을 파고드는 사람들도 많다. 대체요법이다 자연요법이다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들이민다. 고가의 암환자 전문 요양병원도 늘고 있다. 식단·운동요법 등 요양병원마다 자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암환자들을 관리해 주는데 환자 1인당 월 200만~300만원 선이 보통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 몸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에 쓴 돈이 병원비보다 더 많다는 김은지(가명)씨는 “병원처럼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관리 방법 등 최소한의 가이드만 제시해줘도 좋겠다. 국가적 차원에서 수술이 끝난 환자들을 교육해서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사업과 최진영 박사는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에 급급했지 치료 중인 환자들을 케어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새로운 과가 신설되기 위해서는 관련학회에서 분과를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도 완화의료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몇 년 전에 호스피스 병동 내에 완화의학과를 만들었다 의료법상 맞지 않아서 폐지했다고 들었다. 또 완화의료 의사의 역할을 누가 할 것이냐도 문제다. 가정의학과가 해야 할지, 혈액종양내과에서 할지도 의문이다. 의사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뇌종양 말기인 아버지를 가족의 합의하에 아들이 목졸라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죽음보다 괴로운 암환자의 통증이 가정 전체를 파탄으로 몰고 간 것이다. 암환자 100만명. 2020년 암생존자(암을 진단받고 살아있는 사람들) 110만명. 암환자의 삶의 질의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결국 생존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도 줄여준다.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전담과를 병원시스템 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영호 서울대 교수는 “완화의료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암환자들에게 들이는 시간에도 보험 수가가 적용돼야 한다. 과연 CT나 MRI 등에 들이는 돈만큼 완화의료 의사의 진료에 돈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 의사, 환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에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제도적인 문제도 재원의 문제도 비로소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은 과연 70만~80만원에 달하는 CT·MRI 검사와 비교했을 때 완화의료 의사의 진료는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의사’ 염창환 박사
“항암치료 부작용  80~90%는  해결할 수 있다”


“암환자 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 관리입니다.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80~90%는 해결이 되는데 병원이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부작용 관리가 제대로 돼야 암환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그래야 치료 효과도 좋아지고 재발률도 줄어들죠.”

 

종합편성채널인 ‘MBN’의 황금알 출연 등 방송활동이 활발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염창환 박사는 호스피스 의사로 불린다. 암환자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2000여명의 임종을 지켜봤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암 재발, 항암 부작용 관리 등을 내걸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염창환 원장을 만났다.

 

염 원장은 “암환자들은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선진국의 경우 부작용을 막기 위한 치료부터 시작한다”면서 부작용 치료법을 설명했다. 먼저 항암치료를 할 때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식욕부진의 경우 시간에 맡기면서 참을 것이 아니라 영양제를 맞고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영양결핍에 의한 면역력 저하와 빈혈 등이 오고 결국 암에 대항할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손발저림과 피부손상의 경우는 항암제에 의한 신경손상과 혈액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그렇다고 항암치료를 멈출 수는 없고 이런 경우 염 원장은 고압산소치료를 권했다. 신경세포 재생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기 전부터 고압산소 치료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염 원장이 암환자들의 완화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두 가지 장면 때문이다. 의대생 때 실습을 위해 나간 성가복지병원에서 암환자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과, 군의관 시절 가정방문에서 만난 말기 난소암 환자의 마지막을 함께한 경험이다. 난소암 환자는 복수가 심하게 차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환자의 집을 방문하면서 복수를 빼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치료는 물론 정신적 위안을 얻은 덕분인지 몇 개월 못 산다던 환자는 5년을 더 살고 편안한 임종을 맞았다. 염 원장은 그 이후 자신의 갈 길을 정했다고 한다. 관련 과가 없어서 가정의학과를 선택하고 호주로 가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배워 왔다.

 

염 원장은 “수많은 암환자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통증조절과 영양관리부터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까지 전문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돈이 되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 병원들은 증상완화나 부작용 관리에 관심이 없다. 의과대학에도 완화의학과가 생기고 병원에도 신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 원장은 “수익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려면 공공병원이 많이 생겨야 하는데 그나마 있는 병원도 죽이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입바른 소리 하다 미움도 많이 받았다는 염 원장은 “환자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 사회가 끝까지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3.11.22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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