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다음으로… 인류사 바꾼 유대인 넘버 2
|
카를 마르크스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금기였다. 한국전쟁 이후 멸공·승공·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한국에선 일개 경제학 서적에 지나지 않는 마르크스의
학창 시절 괴테·베토벤 좋아한 낭만주의자
마르크스는 1818년 독일 프로이센 지역인 라인란트 트리어에서 태어났다. 대대로 유대교 목회자인 랍비 가계다. 외가도 네덜란드 랍비 집안이다. 변호사인 그의 부친은 루터교로 개종했다. 가문의 성(姓)인 모르데카이는 마르쿠스(Markus)에 이어 마르크스(Marx)로 바꿨다. 유대인 혈통의 마르크스는 유대교와 개신교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돈을 겪으며 차차 종교를 혐오하게 됐다.
학창 시절 마르크스는 괴테·셰익스피어·뒤마의 문학과 베토벤을 좋아한 낭만주의자였다. 본 법대를 다니긴 했지만 문학·역사·철학에 관심이 더 많았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으로 옮겨 당대 독일 최고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의 변증법과 철학 혁명론에 심취했다. 다만 헤겔 좌파에 속한 그는 헤겔의 관념론에 대해 해석을 달리했다. 즉 정신적 상황이 물질을 결정한다는 헤겔의 학설을 물질이 정신적 상황을 결정한다고 반대로 해석했다. 유물론의 태동이다. 이 시기부터 마르크스는 종교를 “민중이 현세에 겪는 고통을 내세의 환상으로 도피시키려는 민중의 아편”으로 폄하했다.
1864년 국제노동자협회인 ‘제1 인터내셔널’의 창설과 더불어 마르크스는 유럽 사회주의혁명의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 아나키스트 미하일 바쿠닌과의 주도권 경쟁도 있었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1871년 3월 세계 최초의 노동계급 투쟁인 ‘파리 코뮌’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은 두 달 만에 실패로 돌아갔지만 마르크스는 공산혁명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말년에 영국에서 빈한한 생활을 하던 마르크스는 1883년 기관지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후 추종자들은 유럽 각지에서 공산혁명을 도모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생전에 마르크스는 공산혁명이 서유럽에서 성공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깨닫고 대신 러시아를 혁명의 최적지로 보았다. 마르크스 이념의 추종자인 블라디미르 레닌과 레온 트로츠키 등은 1917년 러시아의 차르 체제를 무너뜨리고 세계 최초의 공산혁명을 성공시켰다. 초기 혁명 주역 대부분이 유대인이었고 일루미나티 계열 비밀결사 단원이었다. 레닌은 외가가 유대 혈통이고 트로츠키는 우크라이나 유대인이다.
공산주의 붕괴시킨 자본주의도 시험대에
이후 공산주의는 세계로 확산돼 동서 냉전기 45년간 세계를 호령했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각종 변형된 형태로 나타났다. 스탈린주의, 마오주의, 수정사회주의 등으로 변질돼 피지배층을 고통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이름으로 피의 숙청과 동족상잔이 자행됐다. 종교를 부정한 공산주의는 종교를 대신했다. 각국의 공산독재자는 현세의 메시아를 자처했다. 계급타파 투쟁은 새로운 공산당 귀족을 탄생시켰다. 인민의 낙원은 인민의 지옥으로 변했다. 인민의 삶을 도외시하고 자본주의 진영과 소모적인 경쟁만 일삼다 기력이 쇠진한 공산진영은 80년대 초부터 체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무력대결 없이 공산권을 안락사시켰다. 많은 옛 공산권 국가들이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했다. 마르크스의 혁명론은 90년대 초 이렇게 종말을 고했다.
공산체제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자멸했다. 승리에 도취된 자유진영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야말로 지고의 가치라고 자만했다. 그러나 공산권 붕괴 후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세계는 새로운 난제에 직면했다. 세계 도처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는 해소불능 수준으로 확대됐다. 자본가의 탐욕도 도를 넘었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시장체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동안 용도 폐기됐던 마르크스의 경제이론도 재조명되고 있다.
[중앙선데이]
2012.02.25
'세상 이야기 > 사람과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장례식서 15분만에 박차고 나간 '웬수' (0) | 2012.02.26 |
---|---|
조폭의 계보... 그들은 이렇게 진화했다 (0) | 2012.02.26 |
72세 노인 ‘56cm’, 세계 최단신으로 기네스북? (0) | 2012.02.25 |
박정희, 군인 59명이 눈 속에 파묻혀 숨지자… (0) | 2012.02.23 |
이게 바로 (나) (0) | 2012.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