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엔 인류뿐인가 ‘제2지구’ 발견으로 본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

 

 

인류는 혼자인가. 우주에 생명이 있는 곳은 지구뿐인가. 은하계 전체로 보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춘 행성은 많을 것이다. 다만 항성(별=태양도 그중 하나)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찾아내기 쉽지 않을 뿐이다. 지구와 닮은 ‘수퍼 지구’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있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아주 쉽게 태어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생성된 것은 45억6000만 년 전이다. 그 후 5억여 년간 지구는 직경 수 ㎞에서 미니 행성급에 이르는 얼음과 바위 덩어리들에 수시로 폭격을 당했다. 환경이 비교적 안정된 것은 약 39억 년 전이고 생명은 그로부터 길어야 4억 년 이내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이토록 이른 시기에 자연법칙에 따라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발생했다면 우주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운석에서는 단백질의 재료인 아미노산이 흔히 발견된다. 그리고 지구는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지 않다. 우리 태양은 은하수에 있는 약 3000억 개의 별 중 하나에 불과하다. 태양의 8개 행성 중 세 번째인 지구는 “햇빛을 받으며 우주에 떠 있는 티끌(칼 세이건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 탄생에 적합한 행성은 일단 목성처럼 가스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구처럼 바위로 이뤄진 것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엄마’ 별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궤도에 위치하고,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태양계를 보아도 금성은 납이 녹아내릴 정도의 불바다이고 화성은 얼어붙은 사막이다. 여기에 행성의 크기와 대기, 중력 등이 적절해야 생명체의 탄생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지금껏 발견된 ‘수퍼 지구’나 ‘거주 가능 행성’은 중심 별과의 거리가 적당하다는 말일 뿐이다.

 

 

 

 

우리 은하의 거주 가능 행성은 5억 개

 

올 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미션’ 과학팀장인 윌리엄 보루키가 미국 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2009년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탐사 결과를 보면 별 두 개 중 하나는 행성을 거느리고 있으며, 별 200개 중 하나는 거주 가능 영역 내에 한 개 이상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속한 은하인 은하수 내에는 500억 개가 넘는 행성이 있으며 이 중 적어도 5억 개는 거주 가능 영역에 존재한다. 그는 “다음 질문은 ‘그들(외계인)은 왜 우리를 방문하지 않았을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플러 미션’은 은하수 내 15만 개의 항성을 대상으로 그 주위 행성을 탐사하는 프로젝트. 케플러 망원경은 시야각이 10도로 기존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넓고 특정 성계(星界)를 집중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5일 케플러 과학팀은 지구에서 600광년 떨어진 곳에서 거주 가능 영역의 행성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구의 2.4배 크기인 ‘케플러-22b’는 만일 암석으로 구성돼 있다면 ‘엄마’ 별과의 거리로 미뤄 표면 온도가 섭씨 21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암석· 액체· 가스 중 어느 것으로 구성돼 있는지는 내년 여름쯤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케플러 망원경이 그동안 발견한 ‘행성 후보’는 2326개에 이른다. 그중 207개는 지구, 680개는 지구 두 배 정도 크기인 수퍼 지구, 1181개는 해왕성, 203개는 목성, 55개는 목성 이상이다. 이 중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후보는 48개다. 행성 후보는 이것이 엄마 별을 가로지르며 지나갈 때 별빛이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현상을 통해 알아낸다. 이런 현상이 세 차례 되풀이되면 존재가 ‘확인’됐다고 발표한다. 5일 발표된 내용은 2009년 5월~2010년 9월 관측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엔 지구에서 20.5광년 떨어진 행성 ‘글리제(Gliese) 581g’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매우 적합한 거리에 있음이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샌타크루즈) 연구팀이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만일 이것이 암석형 행성이라면 지름은 지구의 1.2~1.4배, 질량은 지구의 3~4배로 추정된다. 하와이 케크 천문대의 재래식 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짐 캐스팅 교수는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우주생물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글리제 581g와 함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꼽았다. 타이탄은 지구와 같은 암석형 천체인 데다 대기의 주성분이 지구와 같은 질소다. 2004년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의 근접 촬영 결과 얼어붙은 표면에는 지구 생명체의 기원으로 생각되는 탄소 함유 유기물질이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계에 생명체가 있을지 모를 후보 지역은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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