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統 敎會合唱 音樂의 先驅的인 指揮者 김명엽과의 對話 

 

대담 : 김규현 (한국 음악평론가협회 회장) 

 

  합창 지휘자의 조건을 제대로 갖춘 사람을 말하라고 하면 김명엽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언어 체계에 대한 논문을 썼다. 그렇기 때문에 합창소리를 잘 요리할 수 있고 성악적인 음악이 어떤 것인가도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모든 장르의 합창단을 지휘해 음악 만들기 경험도 갖고 있다.

 

  1989년까지 그는 자신만을 위한 음악을 했다. 음악을 위해서 산 것이다. 1년 동안의 준비기도 끝에 그는 교회음악만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 자신이 하는 음악이 하나님께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이 결과로 그는 교회음악 아카데미를 설립(1990년)했고 서울 바하합창단을 창단(1990년)했다.

  아카데미를 통해서는 교회음악인 양성을 하고 있고 합창단을 통해서 교회음악 시리즈 연주회를 갖고 있다. 2000년이 되면 교회음악 시리즈가 100회를 맞게 된다. 이런 그의 합창음악 만들기 이야기를 들었다. 다분히 신앙적 체험과 음악적 경험이 쌓여져서 만들어진 살아 있는 논리들이었다.

 

합창하는 정신과 합창음악 만들기

 

◆ 먼저 합창음악의 본질과 정의를 듣고 싶습니다.

 

  "합창은 즐거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합창 지휘자 Kurt Thomas(1904-1973)는 합창 정신을 말하면서 합창을 공동체 의식이라고 했습니다. 본질은 융합과 사랑입니다. 사랑을 갖고 타인과 잘 융합될 때 균형 있는 조화가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소리 개념으로 전환된 것이 합창이죠."

 

◆ 아마추어나 프로 합창단의 주 기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연주회를 통해서 청중들에게 즐거움과 평안함을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가사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해서 음악예술의 미의식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 최근에 일부 합창단들의 연주회 프로그램 중 춤을 추고 희극까지 연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순수 합창음악의 본질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되는 바가 큽니다. 물론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려면 이런 것도 필요하겠죠. 그러나 소위 배웠다고 하는 프로 지휘자들은 뭔가 달라야 되고, 생각을 갖게 하는 연주회를 해야 됩니다."

 

◆ 일부 합창단의 단복이 연주 음악의 수준에 비해 너무 화려하고 사치성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합창단들은 어떻습니까?

  "제가 지휘하는 합창단들은 일정한 단복을 안 입습니다. 의도적으로 검은 색의 정장복만을 입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단복이 없는데 우리나라 합창단들은 지적한대로 요란하게 입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느 프로 합창단은 매 스테이지마다 단복을 바꾸어 입는 것을 보았습니다. 청각보다 시각적인 효과를 더 노린거겠죠. 문제는 한 프로 합창단이 입으면 그대로 다른 합창단들이 줄줄이 따라서 하는 것입니다. 안무 도입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양식 있는 지휘자라면 깊이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그런 합창단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그런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차별성과 개성의 유무가 문제죠."

국내 합창단들 특히 프로 합창단들이 개성과 차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연주회 형태나 내용, 그리고 합창소리까지도 모두 획일화되어 있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 선생님의 합창 정신과 자세는 어떤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저는 하려는 주의입니다. 바흐 합창음악이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으니까 남들이 안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바하합창단을 통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독하게 외치는 한이 있더라도 저 나름대로의 합창음악 세계를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합창음악들이 우리나라에서 판을 치고 있는 것을 그는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식민지 같은 것을 느낀다고 한다. 지나치리 만큼 미국의 복음성가적인 합창곡과 재즈 풍의 근대 합창곡이 교회 성가대와 일반 프로 합창단의 프로그램을 잠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지휘자들의 정체성 회복이 시급함을 그는 지적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창작곡으로 21세기의 합창 음악을 채워 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교회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바하합창단의 기획 시리즈로 해서 연주함으로 실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는 흑인 영가 연주를 안 하고 있다. 인위적인 감각성 표현으로 자칫하면 교회음악의 순수성을 상실할 수 있고 세속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예배시 성가대의 찬양곡 연습은 어떻게 하십니까?

  합창은 지휘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주자, 단원 등과 함께 만들어가야 되죠. 저는 대원들이 자신의 음악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줍니다. 한달에 연주할 4주분의 곡을 매주 마다 두 번씩 싱어롱 하게 합니다. 이렇게 매주 부르다 보면 단원들이 8번 부르게 되고 곡에 대한 감을 잡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정박자까지 익히게 되죠. 단 부득이 잘 안되고 어려운 곳은 부분적으로 연습을 합니다.

  그는 아울러 지휘자는 반주자를 섬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반주자 실력이 부족할 때는 미리 악보를 주어 공부해 올 수 있는 배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가장 이상적인 합창음악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바흐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6세기 르네상스의 무반주 합창음악을 들고 싶습니다."

 

◆ 혹시 합창 만들기를 할 때 어떤 기준이나 원칙을 세워놓고 하십니까?

  "음악문법과 역사적으로 전해오는 보편적이고 타당성 있는 해석논리에 의해서 합니다. 악보에 기보된 대로 충실한 연주를 하려고 하죠. 제자들한테는 좋은 해석과 연주를 위해서 시대별로 작품양식을 깊이 듣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국내 합창단들의 가장 큰 맹점은 각 시대의 스타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 이탈리아의 지휘자 Richard Chailly(1953~ )는 TV대담에서 자신이 지휘할 작품을 연주회 전에 음반(CD, Cassettes 등)을 미리 듣는 일은 안한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국내의 많은 지휘자들이 지나칠 정도로 타인의 음반에 의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경우는 어떠신지 듣고 싶습니다.

  "Chailly는 그만큼 정상에 올라간 사람입니다. 스타일면에서 이미 해결되어 있고요. 저의 경우는 참고를 위해서 한 두번은 들어봅니다. 그렇다고 타인이 내놓은 음반을 듣고 그대로 모방하는 짓은 결코 안합니다. 지휘자는 모름지기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되고 자신만의 해석논리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모방만 하는 지휘자는 모방으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는 명지휘자들이 지휘해서 연주한 음반을 비교하며 듣기를 권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바흐의 합창음악을 독일 지휘자 Karl Richter(1925-1981)가 지휘해 연주한 음반과 Helmuth Rilling(1933- ), 그리고 영국 지휘자 Elliott Gardiner 등이 지휘해 만든 음반과 비교해서 듣는 일이다. 어떤 템포에 해석은 어떻게 했는가, 그리고 각 지휘자들의 특성은 무엇인가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Text를 어떻게 음악적인 처리와 음악 만들기를 하십니까?

  "원어로 연주할 경우 추계 마드리갈 싱어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각자 단어를 찾아 번역해서 가사를 이해해 오도록 과제를 줍니다. 바하합창단은 주로 우리말로 번역해서 부르는데 바흐 합창음악일 경우 그 맛이 떨어지죠. 자음이 발달된 독일어는 우리말 가사와는 또 다른 면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말로 부르면서 독일어 뉘앙스를 갖게 하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면 마음속에 그 느낌과 얼굴 표정을 갖고 노래하게 합니다."

 

◆ 해석과 연주를 할 때 작곡가의 의도를 뒤집어서 선생님만의 해석논리에 입각해서 음악만들기를 한 일은 있는지요.

  "그렇게는 안하려고 합니다.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합니다. 간혹 교회 성가대일 경우는 대원들의 능력에 따라서 약간은 변경해서 하고 있긴 하지만 되도록이면 악보에 기보된 대로 연주합니다."

 

◆ 음악 만들기를 할 때 가장 비중을 두고 하는 점은 어떤 것입니까?

  "물론 가사의 정확한 표현이죠. 대부분의 서양음악들이 가사를 갖고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거기에 숨어 있는 심오한 비밀을 찾아야 됩니다. 그것을 찾아가지고 어떻게 음악적인 표현을 하느냐 입니다. 예를 들면 Evans의 합창곡 「축복」에 나오는 가사 중 "모욕을 당하고"의 '하고'에 스타카토가 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예수님의 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비록 그 스타카토가 표현의 기호에 불과하지만 저에게는 상징적인 피로 느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2분음표의 Chime 소리는 하늘의 보상, 즉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대신 지고 돌아가셨다가 승천하신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대원이나 단원들에게 설명해 주고 연주했을 때 더 좋은 음악 만들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가대 지휘자는 음악의 좋은 해설가나 설교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음악공부는 물론 문학과 신학까지도 공부해야 됩니다. 그 다음이 신앙의 문제죠."

  기호로 상징화된 악보를 지휘자는 소리로 뛰게 만들 책임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청중들한테는 비판의식보다 즐겁게 듣기를 주문하고 있다.

 

 

선곡법· 합창소리 만들기· 가사전달은 어떻게

 

◆ 선생님의 선곡법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주회 프로그램의 내용 안배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마드리갈 싱어즈는 명칭 그대로 16세기 음악, 즉 마드리갈, 미사, 모테트 등은 전반부에 두고 후반부는 한국 창작품을 주로 연주합니다. 제가 지휘하는 성가대나 합창단은 재미와 쇼적인데 목적을 두지 않고 연주회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하죠. 교회 성가대는 출판된 성가 합창곡집을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잘 선곡된 곡집들이 많아 한 권의 책으로 일년 가까이 사용합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성가대 찬양은 난해한 곡보다 은혜스러운 곡을 선정하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흑인 영가는 연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이번에는 Tempo, Dynamic, expression의 결정과 그 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음악적 구조와 가사 내용에 따라서 합니다. 작곡가 성격에 따라서 다르지만 상대적인 다이내믹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대별 작곡가의 다이내믹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면 어떤 작품이라도 그 판단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지휘자들이 음악 연주사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있습니다."

 

◆ 합창단의 고유한 Tone color 유지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합창단의 Tone color보다는 작품에 맞는 Tone color를 만들어 내야겠죠. 그러나 지휘자만이 추구하는 합창소리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다소 튀는 소리와 좀 매끄럽지 못한 소리더라도 실성(實聲)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아마추어의 때 묻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도 요구합니다. 직업합창단에 성악전공자들을 뽑아 쓰고 있지만 합창하는데 학교에서 배운 성악 자체가 방해가 되고 지휘자가 원하는 Tone color를 만들어 가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있습니다. 개성적인 소리를 내도록 배운 사람을 비개성적인 소리로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앞으로 합창에 맞는 소리개발을 해가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합창단들은 Tone color는 물론 개성과 특성이 없고 모두가 하나같이 획일화된 것이 문제입니다. 그 책임은 지휘자와 단원에게도 있다고 봅니다."

  그가 추구하는 합창소리는 중후하고 뼈대가 있는 소리라고 했다. 바하합창단의 경우는 오케스트라가 융합된 풍부한 소리를 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진관에서 수정작업을 거쳐 깨끗하게 나오는 증명사진 같은 것이 아니라 극장 간판같이 투박하고 선이 굵은 소리다. 추계 마드리갈 싱어즈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 가장 이상적인 합창소리는 어떤 것일까요?

  "가장 성악적인 소리죠. 그런데 가장 이상적인 소리는 '이것이다'라고 하나를 지적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적인 소리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휘자마다 추구하는 합창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정의내린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낫다는 합창단에 기준을 두고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소리인양 착각을 하고 모방하고 있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먹칠하는 일입니다. 지휘자들은 나무만 보지말고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는 성악적인 소리를 Tone Quality가 있고 유연성 있는 훈련된 자연스러운 소리라고 말하고 있다.

 

◆ 선생님은 남성 합창단을 오랫동안 지휘하셨는데 혼성합창단일 경우에 남성 파트의 고음처리를 어떻게 했고 어떤 소리가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저는 되도록이면 가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실성(實聲)을 내게 합니다. 우리가 흔히 질러내는 소리는 발성적이고 그렇지 못한 비발성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발성이 잘 된 소리는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고성부일 때 가성을 요구하는 지휘자도 있지만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 좋은 Diction을 위한 특별한 어떤 훈련이나 방법은 없을까요?

  "모음은 발성을 만들어주고 자음은 노래의 맛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노래의 맛은 자음을 어디에 갈라 붙이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리듬적이 되고 레가토적이 될 수가 있습니다. 덜 중요한 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면 가사의 의미전달이 상실됩니다. 가사의 어휘나 음절이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하고 덜 중요한 것은 약하게 해야 가사 전달이 잘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강도가 지나치게 세면 값싼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우리말 가사를 좋은 음악처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음악적인 감정이 발음으로 나와야 합니다. 최종 단계가 발음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정확히 하려들면 오히려 비음악적인 현상을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발음을 정확히 하면서 발음이 음악적이 되게 해야 합니다. 이런 훈련을 자주해서 좋은 음악적인 만듦을 해가야 되겠죠."

 

◆ 선생님은 일반 음악과 교회음악의 차별성 있는 해석과 연주를 어떻게 해오셨습니까?

  "저는 차별을 두고 했습니다. 성가를 연주할 때는 성가대원들한테 신앙적인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극히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의 언어를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 반면에 일반 세속곡은 순수 인간자체의 마음을 노래케 했습니다."

  그는 비브라토 사용 문제는 작곡가와 시대적인 작품양식에 따라서 그 쓰임을 달리하고 있다. 낭만과 근대작품은 사용 가능하지만 그 이전시대 작품연주를 할 때는 쓰지 않고 있다.

 

한국 합창계에 던진 고언과 후배 지휘자들에게 주는 충고

 

◆ 이번에는 국내 합창계가 잘못가는 것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지휘자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될까요.

  "우리나라 합창 지휘자들은 결과만을 바라기 전에 초연해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좀더 조용한 음악을 했으면 합니다. 청중들이 들떠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공부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영합을 하고 그들로부터 갈채를 받으려는 행각은 없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지휘자들이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에서 좋은 곡만 수집하고 얻으려 했지 정확하게 음악공부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봐도 그렇습니다. 교육 내용은 빈약하면서 참가 인원수만 많으면 성공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튼튼한 기초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면 수강자들은 생각이 달라집니다. 그때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연주할 것이고 즐길 수도 있습니다.

  요즘 와서 영국 작곡가 John Rutter 음악에 대한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유년주일 학교 성가대나 할머니 성가대까지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John Rutter 곡이 전부 나쁘다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남이 하니까 덩달아 나도 하는 식이 문제입니다. 남들이 하니까 나는 안하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저는 조용하게 덜 재미있는 음악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요란한 음악 연주회보다 뭔가 사색하고 생각을 주는 음악회를 열어서 청중수준을 끌어 올려야만 합니다. 들떠있는 청중들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요사이 저는 성가대 지휘자로서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찬송가를 교회에서 가장 멋있게 부르는 일입니다. 비록 그것이 작은 노래에 불과하지만 많은 교인들에게 은혜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코 총 천연색 같은 연주회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지휘자들의 정신과 의식전환이 있어야겠다는 그의 지적이다. 그리고 남을 따라서 흉내나 모방만 하는 획일화된 현상에서 벗어날 것을 충고하고 있다.

 

◆ 심포지엄과 세미나 등의 수강자들 의식문제는 없습니까?

  "조금 전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열심은 있는데 정확한 공부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배운다고 할 때 그 곡을 자신의 능력 한도 내에서 완전히 분석해 가지고 가서 함께 참석한 지휘자들과 부르면서 토론을 하고 이것은 이렇게 처리했고 해석은 저렇게 했구나 하고 터득케 하는 세미나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날 같이 구경만 시키는 교육은 백날해야 소용이 없다고 봅니다."

  '가난하게 해주십시오, 낮아지게 해주십시오'란 짧은 기도를 시작하면서 그는 시골의 성가대 지휘자들이 눈에 보였다. 그들이 자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그들을 위해서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남원에서 성가대 지휘자 교육센터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음악 아카데미」의 월례교회음악 강좌를 개설해 성가대 지휘자 양성을 하고 있다.

 

◆ 우리나라 합창계가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 곡만을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 것으로 할 때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합창단과 지휘자들은 이제 우리 것 만들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아울러 작곡가들과 공동작업도 해서 세계성 있는 작품도 만들어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될 것입니다."

 

◆ 반드시 암보로 지휘해야 좋은 음악 만들기가 될 수 있을까요?

  "암보 지휘를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악보가 머리에 있어야지 눈에 있으면 제대로 음악 만들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지휘자며 작곡가인 Weingartner Felix(1863-1942)가 "악보는 모름지기 기억을 도울 뿐이다. 거기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듯이 악보는 보면대에다 놓고 외워서 지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음악계 선배지휘자로서 후배 지휘자들한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어떤 것을 남겨주시겠습니까?

  "첫째는 조직이나 어떤 명예나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진실한 자기 음악만을 만들어 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의 장점을 인정하고 타당성이 있으면 배우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를 팔방미인 같은 지휘자는 많은데 프로다운 전문성을 갖고 있는 지휘자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는 끝으로 부언하기를 지방의 중소도시에도 뛰어난 합창단들이 많이 생겨야 지방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전부 수도권에서만 복닥거리지 말고 지방문화 발전을 위해 능력있는 지휘자들이 자기 고장으로 내려가 유럽과 같이 음악 페스티벌을 열고 세미나도 열어 음악 문화의 평준화를 만들어 갈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회가 그 센터 역할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베들레헴과 남원을 비유하면서 "예수님이 작은 고을에서 태어나셨는데 작은 고을 남원에 찬양이 넘치는 중심지를 만들어 보겠다."란 말을 전라도 출신 성가대 지휘자들 앞에서 했다. 이후 그는 서울토박이면서 전라도 남원으로 내려가 연2회(2월과 8월) 2박3일간 교회음악 세미나를, 매달 한번씩 교회음악 월례강좌를 혼자서 하고 있다. 그는 이런 운동에 동참하는 동지가 많았으면 한다. 그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 될 생각은 반납한 상태다. 그저 음악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는 하나님 찬양하는 일을 그의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고 남이 간 길을 그는 안 가고 남이 안 하는 것을 그는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높이 올라가서 떨어지는 일을 결코 안 한다. 무엇인가 남과 다른 생각 있는 지휘자이기 때문이다.

 

 

<기독음악저널 -합창지휘자와의 대화③>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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