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못버리고 쌓아두는 것도 병”



안석균 연세대 교수 “습관아니라 뇌손상 따른 저장강박장애” 세계 첫 규명


대학생 안모(23) 씨는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신문을 읽다가 좋은 기사는 반드시 오려 놓는 것이 습관이 돼 몇 년째 모아둔 신문 조각의 높이가 1m를 넘는다.

똑바로 누워 잘 공간이 없을 정도다.


안 씨는 “방이 비좁고 불편하지만 모아둔 정보가 나중에 쓸모 있을지 몰라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신적인 피로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에 저장강박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가 물건을 모아둔 것은 단지 습관 때문이 아니라 뇌의 특정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무엇이든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 씨처럼 옛날 소꿉 장난감과 영수증, 쓸모없는 티켓 등 사소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장애가 뇌의 손상 때문임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5일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에 따르면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가 최근 영국 런던대 정신의학연구소와 함께 저장강박장애환자 및 정상인 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뇌영상촬영(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fMRI) 결과 저장강박장애 환자들은 뇌의 특정 부분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최고 권위지 중 하나로 꼽히는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지난달 8일자에 소개됐다.


안 교수팀은 정상인과 저장강박장애, 결벽증 등 나머지 강박장애 그룹 등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이 사소한 물건을 버리는 상상을 하도록 하고 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 저장강박장애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눈 바로 위의 이마엽(전두엽) 부위가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이 발견됐다.


안 교수는 “어떤 물건을 버릴 때는 물건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능력과 물건을 버릴지 말지 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이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된 사람들은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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