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라고 표현했을까?



[질문]

왜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창 1:5)라고 합니까?

창세기 1장에 6번씩이나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창 1:5,8,13,19,23,31) 라고 되어 있는데 왜 저녁부터 말씀하는지요?

[답변]


성경은 태양력 보다는 음력을 사용했습니다. 달을 기준하다보니 달이 뜨는 저녁이 하루의 시작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유대인들의 하루는 태양이 떨어지고 별이 셋이 보이면 하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특히 안식일에는 매주 안식일을 언제 시작하고 언제 마치는지 발표가 있습니다. 대개 일몰시간 보다 1시간 정도 더 일찍 시작하며, 토요일 일몰시간 보다 1시간 더 안식일을 지킵니다. 혹 실수할까봐 그러하답니다.

그래서 구약에서 하루의 시작은 저녁(히브리어: 에레브 Erev)부터입니다. "에레브"는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의 시간들로서 하루를 종결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저녁", "해질 때", "저물 때" 등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에레브"의 시간 영역 중의 최고점은 해가 서산으로 점점 기울어지다가 완전히 해가 넘어가는 해질 때의 시간으로, 이는 하루가 끝나면서(낮이 끝나고) 다음날이 시작되는(밤이 시작되는) 구분점이 됩니다. 그러므로 하루가 끝날 때와 하루가 시작 될 때 즉 분기점을 나타내는 단어가 "에레브"입니다(창 1:5; 출 12:18; 레 23:32). 이때에 "에레브"는 낮의 연장선상에 있는 하루의 종결점을 나타내기 때문에, 새로 오는 날이 아니라 그 날 자체에 포함됩니다.

1) "에레브"가 사용된 예들

창 1:5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출 12:8 "정월에 그 달 십사일 저녁부터 이십일일 저녁까지 너희는 무교병을 먹을 것이요."
레 23:32 "이는 너희의 쉴 안식일이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이 달 구일 저녁 곧 그 저녁부터 이튿날 저녁까지 안식을 지킬지니라."

2) "두 저녁들 사이"(히브리어: 벤 하아르바임)

출 12:16의 "이달 십사일까지 간직하였다가 해질 때에 이스라엘 회중이 그 양 을 잡고"에서의 "해질 때"는 히브리어로 "벤 하아르바임"입니다. 이 단어는 히브리 인의 관용적 표현으로 둘 사이를 뜻하는 전치사 "벤"과 저녁을 나타내는 명사 "에레브"와 복수를 나타내는 "임"의 합성어입니다.

유월절을 나타내는 레 23:5의 "정월 십사일 저녁은 여호와의 유월절이요"와 민 9:3, 5의 "그 정기 곧 이달 십사일 해질 때에 너희는 그것을 지키되 그 모든 율례와 그 모든 규례대로 지킬지니라, 그들이 정월 십사일 해질 때에 시내 광야 에서 유월절을 지켰으되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것을 다 좇아 행하였더라"에서 언급된 "십사일 저녁"과 "십사일 해질 때"도 똑같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모세 오경에서 출애굽 사건과 함께 일관성 있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유월절 양잡는 시간과 조석으로 드리는 상번제 중 저녁 제사를 드리는 시간을 나타낼 때 사용되었습니다.

출 29:38~46과 민 28:4에는 아침과 저녁 제사 드리는 상번제에 관한 기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출 29:39의 "저녁 때"와 민 28:4의 "해질 때"가 모두 "벤 하아르바임"입니다. 이미 알려 진대로 상번제의 아침 제사 시간은 오전 9시이고 저녁 제사 시간은 오후 3시입니다. 그러므로 "벤 하아르바임", 즉 유월절 양을 잡는 시간은 오후 3시입니다.


히브리 문화에는 두 종류의 저녁이 있습니다.

첫째는 해가 최고로 떴다가 기울어지는 시간 즉 정오인 낮 12시부터 시작하는 첫번째 저녁입니다.

둘째는 해가 기울어져서 완전히 지는 시간(오후 6시, 계절에 따 라 차이가 있음)에 두번째 저녁입니다.


그러나 "두 저녁 사이"는 오후 3시입니다. 출 12장의 유월절 어린양 잡는 사건은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한 표상이며 그림자였습니다. 신약 성경을 보면 유월절 어린양에 대한 표상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서 정확히 성취되었습니다. 막 15:25~37에는 십자가 사건들이 시간과 함께 설명 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 운명하신 시간이 제9시(오후 3시) 곧 유월절 어린양이 제물로 드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것은 유월절 어린양이 가지고 있던 표상적 의미가 시간까지 정확 하게 성취되었음을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또한 마 27:46~51을 보면 주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신 시간은 저녁 제사 드릴 시간으로 성전에서 제사장들이 저녁 제물로 드릴 어린양을 잡으려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때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면서 양을 잡으려고 하던 칼은 제사장 손에서 떨어지고 양은 도망갔을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양을 잡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표상이 실체로 성취되었습니다.

3) 구약에서의 "에레브"(저녁)와 "라옐라" 혹은 "라일"(밤, 어두움)

"에레브"는 구약 성경에서 131회 사용 되었습니다. 우리말 성경은 "저녁, 저물 때, 저물매, 저물도록" 등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녁과 밤을 구분 없이 같은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출애굽기 12장에서는 동일한 유월절 사건을 기록하면서, 8절의 밤은 "라옐라"로, 18절의 저녁은 "에레브"로 각각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라옐라"와 "에레브"는 각각 다른 시간을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 출애굽을 목전에 둔 위급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동을 통일시키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각 의식들을 집행할 시간들을 분명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이 시간들은 장차 오실 메시야에게서 성취될 표상이기 때문에 철저한 구분이 필요하였다. 출애굽기 12장에는 양을 준비하는 방법과 시간, 양을 잡는 방법과 시간, 양 고기를 먹는 방법과 시간들이 철저하게 세분화되었습니다.

"벤 하아르바임"은 해가 최고로 떴다가 기울어지는 시간인 첫 저녁과, 해가 서산에 완전히 지는 시간인 두번째 저녁 사이를 가리키며 그 시간의 폭이 넓고 유동적입니다.

"라옐라"는 해가 완전히 져서 캄캄한 밤의 상태, 즉 어두움의 상태로서 실제의 하루의 시작 은 밤의 첫 부분부터("에레브"가 지난) 시작됩니다. 일반적으로 저녁이라 하면 캄캄한 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레브"와 "라옐라"는 결코 같은 시간이 아니며 각자 공유될 수 없는 다른 시간 영역들을 뚜렷하게 나타냅니다. 만약 "벤 하아르바임"이나 "에레브"나 "라옐라"가 모두 특정한 시간이 아니요 밤을 나타내는 동일한 시간을 가리킨다면 절기나 제사, 안 식일을 지키는 데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성경은 혼란을 막기 위하여 각 각의 시간들을 구분하는 서로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4) "에레브"(저녁)와 안식일

구약에서 하루의 시작을 "저녁부터"(에레브)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주로 안식일을 언급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왜 안식일의 시작을 지시해 주는 시간을 "에레브"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지시하였는가? 성경은 안식일을 경황 중에 맞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래서 안식일 전날을 "예비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에레브"는 하루의 마지막 시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날을 예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안식일은 해가 진 후에 시작되지만 하나님께서 해가 지기 직전 "에레브" 때부터 안식일을 지키도록 지시함으로 안식일을 예비할 뿐 아니라 안식일을 범하지 않도록 하신 것입니다.

레 23:32의 "9일 저녁부터"라는 표현은 지금의 8일 밤부터가 아니라, 10일의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직전인 "9일 에레브 때 부터"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에레브"의 의미만 알게 되면 레 23:32을 해석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게 됩니다.


윤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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