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과 '연애편지'


칼럼 관련 일러스트 


통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우체국이 떠오른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라는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1908~ 1967)의

시 구절 때문이리라.


청마는 통영에서 한의사였던

유준수의 8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나고 자랐다.


청마는 통영여중의 교사로

남편을 잃고 혼자였던

시인 이영도에게 수백 통이나 되는

연모의 편지를 쓰고

그것을 우체국에 와서 부쳤다.

첫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가

나온 것은 1939년이다.

이듬해 봄

청마는 가족을 이끌고

북만주로 떠났다.


가형인 유치진이

만주에 개간한 땅을 관리하고

개발하는 일을 떠맡았다.

청마는 해방 직전인

1945년 6월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 뒤 청마는 교육계에 들어가

1954년에 안의중학교 교장을 시작으로

경주중·고등학교, 경주여중·고, 대구여고,

경남여고 등의 교장을 차례로 지냈다.


자유당 말기에는 꼿꼿하게

자유당의 독재에 반대해서

한때 교장직에서 쫓겨났다.

가정을 이룬 청마는

이영도를 연모했으나

함께할 수는 없었다.

청마의 가슴에 남은

'연정의 조각'은

'가슴을 저미는 쓰라림'으로

찔렀다.


그 연모의 마음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어룽(어룽어룽한 무늬나 점)'이었다.


그 어룽이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느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라는 구절을 낳았다.

'깃발' '울릉도' 같은

청마의 남성적 준열함을 드러내는

한문투성이의 시는 한과 애상,

여성적 비극의 정조로 물든

한국 현대시의 맥락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런 청마가 여러 여성에게 달콤하고

애틋한 연애편지를 남겼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청마에게 여성은 '항상 얻지 못할 영혼의

어떤 갈구의 응답인 존재'였다.


청마가 죽은 뒤

이영도에게 보낸 구구절절

애절한 사랑을 토로하는 연애편지가

책으로 엮여 나와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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