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것을 앞에 놓을 때


정인교교수 (서울신학대학교 설교학)

회중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들의 종사하는 직업만큼이나 그들이 설교를 받아들이는 이해도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우리 한국이 서구식의 교육제도를 받아들인 것은 불과 100년이 좀 넘은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 와중에서 학력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지식정도나 지적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자리잡았고 이것은 설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그릇된 잣대인지를 너무도 잘 압니다. 설교를 하다보면 학교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분들이지만 학력과 상관없이 얼마나 설교를 잘 이해하는지 말입니다. 비록 학력은 미약하지만 그러나 그분들에게는 지혜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모든 지적인 것을 수용하는 것은 학력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우리 설교자들은 학력과 지혜를 혼돈하는 愚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설교 회중 가운데는 설교를 알아듣는 이해에 있어 열등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또 대강적인 수준에 있어서도 지적 수용도가 낮은 집단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고학력이 대부분인 회중은 저학력이 주종을 이루는 집단에 비해 이해도가 높은 게 사실입니다. 또 집중도가 떨어지는 노인위주의 회중들을 상대해야 하는 설교자는 청장년이 주류를 이루는 회중들을 가진 설교자에 비해 더욱 전달적 측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만일 이런 회중의 문제를 안고있는 설교자라면 설교의 전달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것이 연역적인 방식입니다. 연역적 방식이란 하고 싶은 요점을 설교의 앞부분에 놓는 방식입니다.
즉 원리 + 일반적 사례 + 적용의 구성으로 설교를 풀어 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호 12:1-6을 본문으로 회개를 주제로 설교한다 할 경우 설교자는 본문을 연구해서 얻은 결론적 이야기를 설교 앞부분에 놓습니다:

원리: 하나님께 돌아오는 길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인데 그 구체적인 방법은 곧 우리가 회개하고 의롭게 사는 것입니다.
일반사례: 이스라엘의 경우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정의롭게 살지 못했습니다.
적용: 여러분은 정의롭게 삶으로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물론 이 방법은 회중의 수준을 고려하여 결론적으로 말할 원리를 설교 앞에 놓음으로 전달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담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설교의 주제를 일찍 밝히면 설교 도중에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여 적절히 반복함으로서 주제를 재차 강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1)
하지만 이 방식은 장점 못지 않게 식상함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잇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회중의 입장에서는 이미 들을 내용을 다 들었기 때문에 원리 다음에 나오는 일반적인 사례들을 다루는 경우 자칫 집중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얼마나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설교를 진행시키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핵심 사안이 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적인 사례를 들 경우 본문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사례가 주종을 이룰 것인데 가급적 본문에 언급되지 않은 배경적 설명이나 본문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구성등의 방식 그리고 회중들의 일반적 삶과 경험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소재와의 접맥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시켜 나가면 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회중의 지적 능력을 기준으로 한 연역적 방식을 논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단지 회중의 수준 때문에 필요한 방식만은 결코 아닙니다. 성경본문 중에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불가해성을 포함하고 잇는 본문들이 적지 않게 많이 있습니다. 이런 본문가운데 하나가 사기꾼 야곱이 장자권을 획득하고 믿음의 삼대조상이 될 뿐 아니라 예수님의 육적 조상이 된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그 이유를 설명해야하는 논쟁적 구조를 필요로 합니다. 이처럼 연역적이면서 동시에 논쟁적인 구성으로 설교를 진행시키는 방식에 대해 독일의 설교학계는 심층심리학의 이론에 의지해서 다음과 같은 형식을 사용해왔습니다:

1. 정의(Definition)
2. 문제제기(Problempräzisierung)
3. 문제 해결의 시도(Versuchung der Lösung)
4. 성서적 반증(Biblische Beweisung)

만일 이 도식에 의해 야곱 이야기(창 32: 22-31)를 구성한다면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정의: 여러분은 야곱의 목숨을 건 신앙에의 의지를 본받아야 한다.
2. 문제제기: 야곱은 형과 아버지까지 속인 사기꾼 아닌가?
3. 문제해결의 시도: a. 비상한 상업적인 영악함도 남보다 탁월한 요소이다
b. 라헬을 차지하는데서 보는 것처럼 불굴의 의지도 타 의 추종을 불허한다
4. 성서적 반증: 천사와 씨름하는데서 볼 수 있듯 그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입신출세에 만족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제대로 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괴로워하며 이스라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목숨을 건 씨름을 감행한 것이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도 무엇인가 질문과 이의 그리고 반대가 제기될 때 그 대화는 양 화자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설교에서도 일방적으로 아무 이견 없이 듣기만 하게 만드는 설교는 진정한 의미에서 전달되는 설교라 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설교자는 회중들로 왜? 라는 의문을 품도록 논리를 끌고 가는 것과 나아가 이 의문을 완벽하게 수긍할 수 있도록 반증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고민의 터널을 헤쳐나가는 설교는 두말할 것 없이 설교의 일방성이라는 위험성에서 떠난 설교요 설교자의 독백이라는 반 대화적 성격을 탈피한 설교입니다.
연역적 구성은 이런 설교의 진행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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