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이승만에게 美유학 도움 준다면 제겐 큰 기쁨"

[이승만 英文일기서 나온 추천서 원본 111년 만에 첫 공개]

"조국서 투옥됐던 한국 기독교인… 그 덕분에 감옥 예배 허가 받아"
언더우드, 美 인사들에게 소개

 

"이승만은 그의 조국에서 위험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되어 수년간 정치범으로 복역했던 한국의 기독교인입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지난해 저도 감옥에서 수감자들과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설립자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1859~1916)는 1904년 11월 이승만(1875~1965) 초대 대통령이 미국 유학을 떠난다는 소식에 이 같은 추천서를 써줬다. 이승만은 1895년 배재학당에 입학한 뒤부터 언더우드 선교사를 만났으며 1899년 박영효의 쿠데타 음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고 5년 7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의 이승만(오른쪽 위). 언더우드(오른쪽 아래).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가 1904년 11월 미국 유학을 떠나는 이승만을 위해 써준 추천서. 작성일자는 제물포항 출발일인 11월 4일로 적혀 있다(왼쪽).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의 이승만(오른쪽 위). 언더우드(오른쪽 아래).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가 1904년 11월 미국 유학을 떠나는 이승만을 위해 써준 추천서. 작성일자는 제물포항 출발일인 11월 4일로 적혀 있다(왼쪽).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제공
1904년 8월 이승만이 고종의 사면령으로 출옥한 뒤 미국 유학을 결심하자, 언더우드는 워싱턴·뉴욕·시카고의 교회 지도자와 주요 인사들에게 보내는 추천서를 8통 작성했다. 추천서는 "그(이승만)는 학업을 마치기 위해 미국에 갔으며, 그에게 진학에 도움이 될 만한 기회나 조언을 주신다면 제게는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는 문구로 끝나고 있다.

언더우드가 이승만을 위해 써줬던 추천서들이 111년 만에 빛을 본다.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원장 류석춘)은 이 대통령이 31년간 작성했던 영문(英文) 일기 속에 보관하고 있던 언더우드의 추천서 8통을 3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언더우드가 타이프로 작성한 이 추천서를 들고 1904년 11월 제물포항을 떠났으며 이듬해 조지워싱턴대에 입학했다. 그 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더우드의 추천서는 이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가 1997년 연세대에 기증한 자료 가운데 하나다.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영문 일기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언더우드의 추천서 원본을 찾았다. 이 대통령이 한국에서 활동하던 외국 선교사들에게 추천서를 받아서 미국 유학을 떠났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추천서 원본이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이 대통령 영문 일기와 언더우드 추천서는 다음 달 한국어판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언더우드의 추천서와 함께, 연동교회 초대 담임 목사인 제임스 게일(1863~1937)이 워싱턴의 교회 지도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을 소개하는 추천서도 공개됐다. 게일은 2쪽에 걸쳐 타이프로 작성한 이 추천서에서 "그는 한국의 독립뿐 아니라 한국 국민이 무기력함으로부터 깨어나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추천서에서 게일은 이 대통령의 투옥 생활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술했다. "7개월 동안 20파운드(9㎏)가 넘는 나무 칼을 썼고 양쪽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어깨에는 무거운 쇠사슬이 묶이고 등에는 자물쇠가 채워진 채 죄수들과 함께 걸어 다녀야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 주미 공사관 서기관(훗날 신간회 회장), 김정식 경무관, 이원긍 법부협판 등 40여명을 개종시켰다는 내용도 이 추천서에 포함되어 있다. 류석춘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구한말 급진 개화파에서 미 유학 생활을 통해 독립운동 지도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중한 1차 자료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엄보운 기자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