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에 나타난 천사들의 활동

 

 

1. 들어가는 글

천사는 21세기를 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소홀히 다루기 쉬운 주제다. 오늘날 천사를 주제로 다루는 서적들이 귀신, 마귀, 점성술에 관한 서적들에 비해서 매우 부족하다.1) 그러나 성경상으로 비추어볼 때 천사는 마귀와 악령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2)


천사의 존재는 그 동안 전설이나 설화문학 등에 갇혀서 그들의 실체가 왜곡되어 왔다.3) 요즘 대중매체나 일반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천사들이 상상적인 존재나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좋은 기회와 행운 등의 추상적인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현대적 성향 속에서 천사론이나 마귀론을 성경적으로 연구하려는 학자들이 적은 추세인데다가, 연구하는 학자들도 성경을 지나치게 문자적으로 이해하여 성경의 명시적인 진리 외에는 수용하지 않는 이론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최백용은 그의 책 『죄와 사단·귀신과 천사의 정체』에서 천사가 타락하여 사단이 됐다는 이론은 성경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A.D. 1215년 트랜트종교회의에서 이슬람교 대학의 학자였던 ‘알파’가 제안함으로써 처음으로 “천사 타락설”이 이슬람교의 교리에 도입되고 코란경에 삽입된 후부터 오늘날까지 확산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4) 최백용은 사단을 타락한 천사가 아닌, ‘육체의 소욕’을 뜻하는 것으로 주장한다. 그는 구약의 선지자와 예수, 제자들과 천사를 같은 의미로 보며 성경을 영해(spiritualization)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천사를 인격적인 실체로 보지 않는다.5)


이와 같은 연구의 한계는 성경을 이론적으로만 접근한 결과이므로, 천사와 같은 영적 존재의 연구에는 체험적이고 임상적인 진리의 증거가 함께 병행되어야 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사역 속에 함께 하는 천사들의 지원과 활동을 인식하고 체험하지 못한다면 성경에 나오는 천사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이나 우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천사에 관한 실체를 성서신학적인 관점에서 밝히고 성경 기록 당시뿐만 아니라 고도의 지성과 첨단과학의 시대라는 현대세계에서도 천사들의 활동과 사역을 실제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자 함이다. 천사에 대한 연구는 구약과 신약을 통전적으로 연구하지 않는 한 정확한 규명이 어렵겠지만, 본고에서는 분량상 연구범위를 신약성경에 국한시켰다. 차후로 신구약을 좀더 넓게 연구한다면 천사론에 대한 보다 조직적인 작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천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성도의 믿음생활을 밝혀주어 더욱 견고한 신앙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성도들의 싸움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사와 권세와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과의 싸움이다(엡 6:12). 따라서 우리 성도들은 적을 분명히 알고 우리를 지원하는 천사들의 전략을 잘 활용하여 영적 전쟁에서 승리해야 할 것이다.


2. 천사에 대한 용어의 성경적 이해

천사의 헬라어는 앙겔로스()이고 히브리어는 말라크()인데, 두 단어가 모두 ‘소식을 전하는 자’(messenger)라는 뜻이다. 곧 천사는 보내신 하나님을 대신하여 권위를

가지고 대행하는 자이다.6) 천사()라는 헬라어 단어가 한글 개역성경에는 ‘사자’ 또는 ‘천사’로 번역되어 있다.7)


천사라는 단어가 신약성경 전체에 176회가 쓰였는데,8) 마태복음에 20회, 마가복음에 6회, 누가복음에 25회, 요한복음에 4회, 요한계시록에 67회 나타난다. 구약성경에도 천사란 단어가 108회 쓰였지만 신약성경에 더 많이 사용되었다.9) 구약성경 17권과 신약성경 17권이 천사들에 대한 구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66권 중 50%가 넘는 34권이 천사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10) 이에 반해 귀신()이란 단어는 신약 전체에 63회 나오는데, 마태복음에 11회, 마가복음에 13회, 누가복음에 23회, 요한복음에 6회가 나온다.11) 이처럼 천사나 귀신과 같은 영적 존재에 대한 용어는 복음서 중 누가복음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구약에서 말라크()는 ‘인간 사자’ 또는 ‘천사’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고, 여호와와 연합된 특별한 천사인 ‘주의 천사’를 가리키기도 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나 개별적인 이스라엘 백성들을 돕는 특별한 사명을 지녔고(출 14:19, 민 22:22, 왕상 19:7), 하나님의 언약의 도구이며 그 도구의 수단이었다.


바벨론 포로기 이후 천사론이 증대되는 경향이 있었고, 유대교에서 천사의 교리가 발전하였으나 구약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유대교 학자들은 천사들이 하나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계속해서 증거하며, 우리 각 개인에 대한 계획을 추진함으로 ‘메타트론’(Metatron) 또는 ‘주의 용모의 천사’(the angel of countenance)라고 불렀다.12) 외경문헌에서 천사들은 자연의 비밀을 전해주며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였고, 랍비들은 천사들을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전달해주는 도구들로서 인정하였고 수호천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신약에서의 앙겔로스()는 하나님의 사자들과 대리자들로서의 천사들을 가리킨다(히 12:22, 행 6:15, 갈 4:14). 천사들은 예수의 생애와 사역에 함께 했으며(눅 2:9; 22:43, 막 1:13, 마 28:2) 구원사의 전과정에서 역동적인 역할을 한다. 천사들은 하나님의 교회가 사명을 수행할 때 교회와 동행하면서 사도들을 위해 사역하고(행 5:19; 12:7)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며(행 8:26; 10:3) 교회의 대적들을 벌한다(행 12:33).13)


천사들의 출현에 대한 보고는 2,000년 이상 성경 지역 여러 곳에서 나왔다. 성경기자들은 천사의 존재를 기정사실로 가정하고 그 존재의 입증 여부를 조사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연대적으로 가장 오래된 천사들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는 B.C. 2,250년경의 우르 남무스(Ur - Nammus) 왕의 석비에서 나타나는데 이 왕이 기도하는 동안 천사들이 나타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천사론은 원시종교의 신화와 이스라엘 주변의 다신교에서 여러 가지로 혼합되었으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에게서 잘못된 천사이론을 차용하지 않았다.14)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천사들에 대한 기록은 구약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바벨론 포로기간 때 더욱 분명하게 표현되었다. 신약성경은 천사들의 활동으로 열리고(복음서), 천사들의 활동으로 계속 진행되다가 하나님의 경륜이 끝나게 된다(요한계시록).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통치하시면서 그의 뜻을 행하시기 위해 그의 천사들을 사용하신다.


3. 천사의 종류

성경에 나오는 천사의 종류로는 선한 천사들인 스랍, 그룹, 천사장과 일반 천사들이 있고, 악한 천사들로는 사단인 루시퍼와 함께 타락한 천사들이 있다.

그룹(Cherubim)은 구약에 90회 이상(겔 10:1∼20; 28:14∼16 등), 신약에 1회 언급된다.15) 이 히브리어 단어()의 어원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잡다, 쥐다’,16) 혹은 ‘덮는다, 보호한다’는 뜻으로 제시되어 왔다.17) 그룹은 네 날개를 달고(겔 1:11, 14, 22∼24; 10:18∼22) 하나님의 보좌를 지키는 근위병이며 에덴 동산을 화염검으로 지켰다(창 3:24).


그룹은 성경에 많이 언급되지만 스랍(Seraphim)은 이사야 6장에만 언급된다(사 6:2, 6). 히브리어인 스랍()은 ‘불타다’(burn)의 뜻이고,18)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곳에 거하며 여섯 날개를 가지고 있다. 그의 임무는 하늘에서 하나님의 이름과 성품을 찬양하는 것이다.


천사장(the archangel)은 헬라어로 아르크 앙겔로스()인데, 신약에 2회 나온다(살전 4:16, 유 9).19) 성경에서 천사장의 명칭은 미가엘에게만 사용되었다. 천사장의 접두사인 ‘arch’는 ‘우두머리, 큰, 중요한’의 뜻인데, 이처럼 미가엘은 천사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천사이며 하나님의 심판의 집행관(administrator)이다.20) 미가엘은 ‘주와 같은 자’(who is like unto Lord)란 뜻이고, 다니엘 12장 1절의 ‘네 민족을 호위하는 대군’(the great prince)이란 표현처럼 하나님의 군대지휘관으로서 하나님의 자녀들과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지킨다.21)


 미가엘은 하나님의 원수들을 대적하도록 하나님으로부터 권세를 위임받아 하나님께서 수행하시는 거룩한 전쟁을 이끌며 하나님의 의로우신 분노를 나타내는 천사장이다. 요한계시록 12장 7∼12절에서 미가엘은 사단과 그의 사자들과 싸우는 군대를 지휘하며 어두움의 세력을 무찌르고 승리할 것이라고 예언되어 있다.


천사가 자기 이름을 갖는 또 다른 경우로서 가브리엘이 있는데, 히브리어 이름으로 ‘하나님의 강한 자’, ‘하나님의 영웅’, ‘능력있는 자’,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등의 뜻이다. 가브리엘을 흔히 천사장으로 분류하지만 성경상으로는 천사장이란 칭호가 나타나지 않는다

.

그의 중요한 직무는 하나님의 왕국 계획의 소식을 알리는 특별한 전달자(messenger)로서 하나님의 자비와 약속을 전하는 일이며, 성경에서는 항상 좋은 소식을 가지고 나타났다(단 8:16; 9:21, 눅 1:9, 26).22) 누가복음 1장 8∼20절에서는 침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 제사장에게 가브리엘이 나타나 침례 요한의 탄생을 예고하였고, 누가복음 1장 26∼35절에서는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의 탄생을 예고하였다. 그러나 유대 전설에 의하면, 가브리엘은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킨 천사로 알려져 있다.23)


외경인 에녹서 20장 1∼7절에는 미가엘을 포함하여 라파엘(Raphael), 우리엘(Uriel), 라구엘(Raguel), 자리엘(Zariel) 등의 능력의 천사가 나오는데, 우리엘은 ‘하나님은 나의 빛’이란 뜻이고 라파엘은 ‘하나님은 나의 치유자’란 뜻이다.24)


천사들은 일반적으로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선한 천사들의 칭호는 ‘거룩한 천사들’, ‘하나님의 천사들’(눅 9:26; 12:8), ‘하나님의 모든 천사들’(히 1:6) 등으로 나타난다.25) 선한 천사의 용어는 선택(election)과 영광(glory)으로 제시할 수 있는데, 선택은 ‘택하심을 받은 천사들’(딤전 5:21)이라는 표현에서 영광은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 ’(마 25:31)라는 표현에 그 근거를 둘 수 있다.26)


악한 천사는 자기들 본래의 지위를 지키지 않고 하나님께 범죄한 천사들로서(벧후 2:4) 마귀와 그의 사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님의 징벌을 받아 어두운 구덩이 곧 음부인 이 우주에 갇히어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마지막 심판 날까지는 우주 안에서 제한된 활동을 할 수 있기에 성도들을 미혹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 악한 천사들은 성도들의 싸움의 대상이다(엡 6:12).27) 악한 천사들은 하나님께 버림받아 소망이 없게 된 존재들이며 마지막 그리스도의 심판 날에 영원한 불못에 들어갈 운명에 처해진 악한 자들이다.


사단도 광명의 천사로 우리 성도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우리가 거짓(악한) 천사와 선한(거룩한) 천사를 분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거룩한 천사들은 성경과 모순되는 말을 하지 않고 그의 말이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과 일치한다.

둘째, 천사와의 진정한 만남은 천사를 영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계 22:8, 9).

셋째, 천사들은 그를 만난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평안함과 하나님을 향한 더 큰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넷째, 하나님의 천사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면서 어떤 사람의 이기적인 욕망을 들어주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다섯째, 천사와의 만남의 진실성을 확증하기 위해서 기도가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 은혜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봉사하도록 천사들을 보내신다.28)

이상과 같은 방법을 활용하여 천사와 만나는 신령한 체험을 할 때 영적인 분별력을 가지고 악령과 미혹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하겠다.


4. 천사들의 일반적인 특징

4.1. 천사들의 특성
천사들은 무형적이고 비물질적인 영적 존재로서 인간을 초월한 더 큰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고(벧후 2:11), 종족이 아닌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므로 결혼하거나 번식하지 않고(막 12:25) 족보가 없는 개별적인 존재들이다(마 22:30). 천사들은 죽을 수 없는 영적 존재들이므로 앞으로 부활할 성도들의 상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눅 20:35, 36). 즉 천사는 성이 없으며(nonsexual), 천사가 입은 옷은 “찬란한 옷” 또는 “흰옷” 등으로 표현되었다.29)


천사들은 질서 있는 조직 속에서 사역하며, 그들의 정기적인 총회가 있는 것 같다(계12:7∼9, 욥 1:6). 천사들은 지적, 정적, 의지적인 인격성을 갖고 있으며 도덕적인 존재들(moral beings)이다.30) 천사들은 하나님과 직접적인 교통을 하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필수적인 자세다(시 103:20).


천사들의 수에 대한 성경적인 표현은 “허다한(multitude) 천군”(눅 2:13, 14), “만만(1억)이요 천천(백만)”(계 5:11), “천만천사(innumerable company of angels)”(히 12:22), “열두 영(twelve legions)더 되는 천사”(마 26:53) 등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천사들이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열두 영”에서 “영”(legion)은 로마군대의 구분 중 가장 큰 단위를 가리키며, 6,200명의 보병과 300명의 기병으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열두 영은 78,000명의 군대를 말함으로 예수께서 명령만 하시면 한번에 그 정도 이상의 천사들을 동원하실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이와 같이 수없이 많은 천사들이 매일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보살펴주고 있다는 것이다.31)


천사들은 하나님의 직접적인 창조물로서(시 148:2∼5)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보이지 않는 존재들 중의 하나다(골 1:16). 한번 창조된 천사는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며(눅 20:36), 늙지 않고 수 천년 동안 젊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막 16:1∼5, 마 28:1∼5). 따라서 천사를 선한 사람(그리스도인)이 죽어서 이 땅에 돌아온 경우로 믿는 것은 비성경적이다.32)


천사들은 우리가 이해하는 세상적인 관점에서의 성을 갖고 있지 않다(마 22:28∼30). 미가엘, 가브리엘, 루시퍼를 포함해서 성경에 나오는 천사들의 성이 남성으로 표현되었다고 하여 천사는 반드시 남자라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 알 레이시(AL Lacy)는 그의 저서인 『천사의 미스테리』에서 천사를 단수 대명사로 표현할 때 “그”(he, him)라고 성경에 기록되었으며, “그녀”(she, her)나 “그것”(it)이란 표현이 없으므로 천사는 남자모습을 한 남자천사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심지어 하나님의 아들들인 타락한 천사들이 남성으로서 이 땅의 여인들과 정상적인 성관계를 통해 더럽고 추한 자인 네피림(Nephilim) 즉, 남자 거인들을 탄생시켰다고(창 6:1∼4) 굳게 믿고 있다.33)


이러한 주장은 성경 전반적인 문맥을 고려해 볼 때 전체적인 흐름과 조화되지 않는 상당히 무리한 주장으로 여겨진다. 알 레이시의 성경해석 방법의 특징은 성경의 단어와 문법에 국한시키는 “극 문자적인” 성향과 필요시에 자기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유추해석의 성향을 띄고 있으므로 성경해석이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천사들은 이 땅에서 봉사의 기능을 갖고 있는데, 사단에 속한 악령들도 천사와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타락하여 하나님께 반항하고 항상 이 땅을 미혹하고 죄짓게 하는 활동에 힘쓰고 있다.34)

4.2. 천사의 위치
예수는 이 땅에서 죽음을 겪기 위해 일시적으로 천사보다 조금 낮게 되셨다(히 2:9). 히브리서 2:7에서 “잠시동안 인자를 천사보다 조금 낮게 하셨다”고 말씀하시는데(시 8:4∼6의 인용), 영어성경 킹제임스 역( K. J. V.)의 뜻으로 보면 구속받은 사람들도 잠깐동안 천사보다 못하게 하셨다는 의미에 포함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온전한 하나님의 통치 세상이 되면 그리스도 아래에 인간, 인간 아래에 천사의 지위가 결정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가 천사보다 뛰어남은 천사들보다 더욱 아름다운 이름인 “예수이름”을 기업으로 얻으셨기 때문이다(히 1:4, 5). 그러므로 과거의 유대교인들이 행했던 잘못된 천사숭배는 금지되어야 한다. 천사들은 그리스도의 종이기 때문에 우리가 천사들을 존경할 수는 있으나 숭배하거나 예배해서는 안 되며(골 2:18), 그들에게 기도하거나 간구해서도 안 된다.35) 성경에서 하나님과의 기도를 통한 대화는 허락하셨지만, 천사와의 대화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뉴 에이지(New Age) 운동에서와 같이 천사를 통해 영계와 교신하거나 자신의 천사와 친구처럼 사귀려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36) 하나님의 천사들은 권위 있게 말하고 권위 있게 행동하지만 예수께 복종하며(벧전 3:22), 나중에는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 성도들에게도 복종할 것이다(고전 6:3).


골로새서 2장 18절의 “숭배”(worship)란 헬라어 단어는 드레스케이아()로서 “종교”라는 뜻이므로, 사도 바울은 이런 종교적 행위를 못하도록 경고하고 이런 행위를 통해서 상급을 빼앗기지 않도록 권면하고 있다. 이는 결국 성도들이 천사를 판단하기 때문이므로(고전 6:3) 이런 거짓된 종교행위에 미혹되어서는 안 된다.


천사들의 거처는 대부분 천체계의 하늘(the stellar heaven)에 속해 있으나, 어떤 천사는 하나님의 존전에 거한다.37) 신학적으로 천사들의 조직은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천사들의 계급체계는 효율적이고 중복도 없이 완벽한 조화 가운데 하나님을 섬기고 인류를 위해 일하고 있다.38)


천사들은 하나님에 의한 인간구원을 부러워하고 하나님을 경배한다. 그들은 그리스도인 안의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흠모한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택함 받은 선한 천사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믿는 성도들과 함께 연합하여 살고, 악한 천사들은 불못에서 영원한 심판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성도들은 장래에 천사와 더불어 통치하게 됨으로써(계 20:4∼6; 19:28), 하늘과 지상의 하나님 왕국에서의 천사와 연합하게 된다.


5. 천사들의 사역

5.1. 천사들의 사역의 범위(활동영역)
천사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예배하고(계 4:6∼11), 봉사하고(히 1:7), 하나님 통치의 대리자로서 자연을 통치한다(계 7:1; 16:3).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천사들은 그의 탄생을 예고하였고 어릴 때 보호하고 지키며, 십자가상에서 함께 하며 힘을 주었다. 누가복음 22장 43절의 “사자가 하늘로부터 예수께 나타나 힘을 돕더라”라는 말씀에서 “힘을 돕더라”의 헬라어인 에니스쿠온()은 “내적으로 힘을 강하게 한다”는 뜻이다. 또한 천사들은 예수의 부활하심을 알렸고(마 28:2∼4, 요 20:11, 12), 승천 시에 함께 하였고 재림을 예언하며(행 1:10, 11), 재림 시에 능력으로 함께 하며(히 1:7, 살후 1:7) 하나님의 성도들을 모을 것이다.


성도와의 관계에서 천사들은 율법을 전달하고 계시하며(행 7:52, 53, 갈 3:19, 히 2:2), 인도하고(마 1:20, 21) 강하게 해서 용기를 주며(마 4:11, 눅 22:43), 의로운 자의 죽음에 참여해서 성도와 교회를 보호하고(눅 16:22, 유 9), 종말 때에 택한 자들을 구원한다(계 7:1∼14).


이와 같이 천사들은 그리스도의 사역에 동원되고 인간의 구원사역에 관계한다(엡 1:7, 히 2:14, 15). 또한 천사들은 세상의 개개인과 국가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집행자이다(행 12:23).


천사들의 사역은 매우 다양하고 많은 분야에 관계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예언의 성취를 돕지만, 하나님께서는 천사들에게 그분의 사역을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욥 4:18; 15:15). 왜냐하면 천사들은 유한한 피조물(finite creatures)이기 때문이며 사역에 있어서 천사들의 제한 사항은 공간, 능력, 지력, 거룩함 등이다.39) 천사들은 사람보다 지식에 월등하나 전지하지는 않으며(마 24:36), 사람보다 힘이 강하나 전능하지는 않다(벧후 2:11). 따라서 이들은 하나님의 의지에 의해 활동이 제한된다.40)


여기서 우리는 성령의 사역과 천사의 사역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겠다. 성령께서는 성도들을 내적이고 영적으로 역사하셔서 우리 영혼을 지키고 바른 길로 인도하시는 분이시며 기도의 격려자요 기도를 지시하시는 분이시다. 곧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서’ 사역하신다(요 14:16, 17)


천사들은 우리 성도들을 외적이고 육체적으로 역사하여 우리 몸과 길을 지키고 기도응답을 전달한다. 따라서 천사들은 ‘우리 곧 구원 얻을 후사들을 위해서’ 사역한다(히 1:13, 14). 그러나 천사는 복음전파자가 될 수 없고 상담자의 역할이나 목회를 할 수도 없다. 다만 특별한 교회를 지켜줄 수는 있다.


옛날부터 성화에는 천사들의 사역장면에 날개 달린 천사들의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스랍과 그룹을 제외하고는 천사들이 날개를 가졌다는 기록이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다. 예수께서 승천했다고 하여 날개가 있는 것이 아니듯이 천사가 날 수 있다고 하여 꼭 날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계 8:13).41)


성경의 기록과 같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천사들의 방문이 일어날 수 있으나 성경이 더 강조하는 점은 천사들이 우리를 일회적으로 방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주변에 함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은 일회적인 천사의 방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성령이 우리 시대에 더 특별히 방문하여 역사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성경 어느 곳에서도 천사들의 방문을 바라고 기대하고 소망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42)

5.2. 베드로에게 나타난 천사의 사역
사도행전 12장 1∼15절에 나오는 사건의 배경은 사도행전에 나타난 베드로의 3번째 투옥사건(행 4:13; 5:18 참조)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전 영토를 통치하게 된 헤롯 아그립바 1세가 유대인들에게 자신의 인기를 높이고 그의 유대인 신하들의 환심을 사서 정치적인 안정을 누릴 목적으로 교회를 핍박하기 시작했고 교회의 유능하고 뛰어난 지도자로 알려졌던 야고보 사도를 잡아 참수형에 처하였다.


이런 여세를 몰아 교회의 또 다른 지도자였던 베드로를 잡아 처형하려 했다. 그런데 마침 그때가 유월절이었는데, 이 절기 중에 죄수를 처형하면 신성모독으로 간주하는 유대교의 전통 때문에 처형하지 못하고 그를 감옥에 가둔 것이다. 따라서 베드로도 유월절이 끝나면 헤롯에 의해 처형이 행하여질 긴박한 상황이었다.


4절에 “군사 넷씩인 네 패”는 당시에 16명이 4명씩 한 조가 되어 밤에 3시간씩 교대로 보초를 섰음을 말하는 것인데, 두 명은 사슬에 매인 죄수 곁에 있고 두 명은 바깥에서 지켰다. 5절에 “갇혔고”()는 미완료 과거형으로서 유월절이 끝나기까지 계속 기다리며 갇혀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6절에 두 “쇠사슬”( ; 원형: )은 여러 개의 고리들로 이루어진 사슬들을 말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각 군사에게 묶었고, 또 다른 하나는 베드로의 옆구리에 묶었다. “지키더니”()란 미완료 과거 동사는 “계속해서 지키고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워 자고 있는 베드로에게 천사가 나타났고 문이나 쇠사슬은 천사를 막지 못했다. 감옥에 빛이 비치자 쇠사슬이 벗겨졌고 문은 하나하나 저절로 열려져 베드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걸어서 감옥을 탈출하였다. 이런 역사를 이룸은 베드로가 천사처럼 잠긴 문을 그대로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8절의 동사들인 “들메라”()와 “따라오라”()는 명령법으로, 천사가 베드로에게 급히 일어나 샌들을 신고 끈을 묶고 자기를 계속해서 따라오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오라’는 헬라어 단어는 현재형으로서 지속적으로 따라오는 행동을 명령하고 있다). 9절의 “베드로가 나와서 따라갈새 천사의 하는 것이 참인줄 알지 못하고”에서 “참”()은 현재형으로 환상이 아닌 “실재”를 뜻하며, “따라갈새”( - )는 미완료 과거 능동태 동사로서 천사가 안내하는 대로 계속해서 뒤따라갔다는 뜻이다. 또한 “하는 것”()은 현재(중간태)분사로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12절의 마리아의 집은 넓은 다락방으로서 예루살렘교회의 집회장소로 이용되었는데, 베드로의 투옥 이후에 교회 성도들은 그의 구출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13절에서 로데라는 하녀가 베드로의 음성을 알아들었는데, 14절에 사용된 “알고”()란 단어는 ‘인식하다’()의 제2부정과거 능동태 분사로서 로데는 이전부터 베드로의 음성을 자주 들어 그를 알아보았다는 의미이다.


로데가 기뻐서 문을 채 열기도 전에 이 소식을 전했으나 교회 성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즉 그들이 부르짖는 기도의 응답에 대해서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도 이와 같이 많은 기도를 하되 그 응답은 믿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교훈을 보게 된다. 또한 15절의 “그의 천사라”()고 말한 것은 각 사람마다 돕는 천사를 갖고 있다고 하는 당시 유대인들의 일반적인 신앙적 사고를 잘 보여준다.


이 베드로에게 나타난 천사 사역을 통해서 얻는 교훈은 하나님께서는 교회나 성도가 위험에 처했을 때 천사들을 가시적으로 보이도록 보내시고 그의 능력적 사역을 통해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장애를 초월하여 그 위기에서 구원하신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는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관점에서 필요하다면 동일하게 재현될 수 있는 성경적인 사건이다.

5.3. 오늘날의 천사들의 사역
신약성경을 보면 천사들이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복과 위로와 평강과 계시의 복된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된다(마 28:5, 6, 계 1:1; 22:16). 그리고 천사들은 하나님의 적들을 진멸하는 데 사용된다(행 12:21∼23, 계 8:13; 12:7∼9). 또한 천사들은 하나님의 선택하신 자들의 경호원으로 성도들의 재산과 생명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행 12:4∼10; 27:22∼25).


성경에는 천사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구출된 여러 가지 예가 있다. 하나님께서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를 느부갓네살 왕의 뜨거운 풀무불 위협으로부터 천사들을 사용하여 구원하셨다. 주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 헤롯왕의 위협을 피하여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도망하도록 명령하였다. 또한 열 여섯 명의 병사가 지키는 가운데 두 명의 보초 사이에서 두 겹의 쇠사슬로 묶여 있던 베드로는 한 천사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다. 이처럼 오늘날도 천사들이 형체를 눈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나타나고, 때로는 음성으로 위험을 알려주기도 하며 사고의 위기로부터 붙들어서 안전하게 옮겨놓아 생명을 보존시키는 많은 간증들이 있다.43)


성도 개인을 돕는 천사는 “저희 천사들이 하늘에서(in Heaven their angels)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마 18:10)는 성경 말씀을 근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천사들은 항상 그리스도인과 함께 하면서 하나님의 방법과 그 뜻대로 우리들을 돕고 있다. 사고의 죽음 속에서도 고통을 덜어주고 때로는 그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는 사역을 한다.


천사들은 많은 사람들의 체험적인 간증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의 위험에서 보호해 주는데 강한 유혹, 교통사고, 실족사고, 추락사고, 강도사고, 충돌사고, 익사사고, 화재사고, 태풍이나 지진이나 화산 폭발과 같은 재난사고에서도 천사들은 신비로운 사람들로 나타나 그 위험에서 구해준 다음에 사라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마릴린 칼슨 웨버(Marilynn Carson Webber)와 윌리암 D. 웨버(William D. Webber)는 『천사를 만난 사람들』이란 저서에서 “성경에 나오는 천사를 직접 만난 사람들의 생생하고 흥미로운 간증”이란 부제와 같이, 저자들은 성경적인 연구와 체험적인 임상연구를 통해 천사들이 현대의 우리 삶 가운데 함께한다는 증거를 조심스럽고도 철저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1990년도 갤럽조사를 통해 “미국인의 절반이 천사의 존재를 믿으며, 십대 청소년들의 75%가 천사가 있음을 믿는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특히 이 저서에서 오늘날에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천사를 그들의 삶에서 직접 체험했거나 보았다고 간증하고 있다.44)


방탕한 어거스틴(Augustine)에게 들렸던 “들고 읽어라”는 음성은 천사의 음성이었다. 이런 역사의 결과로 그가 회개하고 그리스도인이 되어 교회의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하였고 그의 저서들은 1,500년간 기독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천사는 나타날 수 있고, 하나님께서는 오늘날도 천사들을 동일하게 사용하신다. 천사들은 중요한 임무를 띄고 나타나기도 하지만, 우리 삶의 평범한 일을 위해서도 활동한다. 이들 천사들은 자연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는다거나 모래사장을 같이 걸어도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간증하고 있다.45)


혹자는 천사를 보고 싶어 사모하며 하나님께 보여달라고 기도하는 자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바람이며 천사는 천사의 모습을 볼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나타나는 모습은 다양한데, 성경상의 표현으로 번개같거나(마 28:1∼4) 무섭게 묘사되는가 하면(삿 13:3,6), 남자 또는 여자 등 보통사람의 모습이나 움직이는 빛의 모습 등으로 보이기도 한다.46)


로마의 백부장인 고넬료의 사건(행 10:17)에서와 같이 천사들이 가끔 불신자들의 삶에도 개입하는 것은 그들을 하나님께 인도하여 믿게 하는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 중에서 천사들에 대한 체험이 없다 할지라도 성경은 천사가 있다고 증거하므로 우리는 그들의 존재와 사역을 믿을 수 있다.

천사들은 우리들을 물리적인 위험으로부터 건져내기도 하나, 때로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도전이나 시련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서 우리의 삶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시 34:7).47)


우리가 자신의 소욕을 포기하고 그리스도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믿고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천사들로 보호막을 입히시어 우리를 보호하실 것이다. 천사의 출현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돌보심을 확신하게 하며, 사도 바울에게 나타나서 격려한 예와 같이 천사들이 하는 말은 큰 위로와 힘을 준다(행 27:23, 24).


6. 나가는 글

천사는 하나님의 사자로서 인간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거나 그 뜻을 수행하는 초자연적인 천상의 존재다. 천사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경륜의 위대함을 보여주며, 보이지 않는 세계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기억시킨다. 천사들은 성경기록 당시와 동일하게 오늘날도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므로, 우리는 생활 속에서 천사들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겠다.48)


우리는 마귀와 그의 세력을 의식하느라 거룩한 천사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성경을 통해 우리의 믿음의 눈이 열려지지 않으면 천사에 대한 많은 책을 섭렵한다 하더라도 우리 눈에는 천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천사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끊임없이 사람들을 돕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적 존재인 천사들을 보지 못한다.49)


천사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이 세상에 끼치고 있다. 우리가 이와 같은 사실을 피부로 체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는 그의 거룩한 천사들을 명하여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상하게 하려고 항상 공격하는 마귀와 악령들의 위험으로부터 언제나 우리를 보호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우리가 천사에 대한 체험이 있든지 없든지 관계없이 이와 같은 하나님의 은혜에 늘 감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천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우리가 비탄에 잠겨 있거나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거나 유혹이 있을 때나 죽음의 순간(눅 16:22) 등 무수히 많다. 특히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있을 때 천사의 도움으로 우리의 신앙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50)


천사들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순찰자이다. 바울은 “우리가 천사들에게 구경거리가 된다”고 말하였다(고전 4:9). 이처럼 천사들이 늘 우리를 지켜보며 주위에서 우리를 돕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필자는 사도적 권능을 행하며 성령 사역을 하는 베뢰아운동의 사역자들이 천사들의 사역에 더욱 민감하여 그들의 사역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주님의 사역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를 바란다. 또한 앞으로 성경적인 범위 내에서 개인적으로나 사역적으로 더 많은 천사들에 대한 체험적인 간증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주)

1)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천사를 만난 사람들』 조은주 역 (서울: 도서출판 은성, 1996), p. 8.
2) Billy Graham, 『천사론』 도한호 역 (서울: 침례회출판사), p. 11.
3) C. Fred Dickason, 『천사: 사탄과 귀신론』 김달생 역 (서울: 성광문화사, 1982), p. 19.
4) 최백용, 『죄와 사단·귀신과 천사의 정체』 (서울: 이단방지선교회, 1991), p. 150.
5) Ibid., pp. 172, 175-185.
6) 정인찬 편, 『성서대백과 사전』(제7권)(서울: 기독지혜사, 1981), p. 799.
7) George V. Wigram, 『신약성구사전』 고영민·김만풍 역 (서울: 기독교문화사, 1981), pp. 105-107.
8) J. Rodman Williams는 가 구약에서 114회, 가 신약에 169회 쓰였다고 주장한다. cf) J. Rodman Williams, “God, the world & Redemption”, Renewal Theology(Grand Rapids: Zondervan Publishing House, 1988), p. 169.
9) C. Fred Dickason, op. cit., p. 13.
10) M. C. Webber와 W. D. Webber는 그의 책에서 천사라는 단어가 성경 35권에 292회 나온다고 제시하고 있다. cf)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 245.
11) 성종현, 『공관복음서 대조 연구』(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1992), pp. 23, 26, 225.
12) Billy Graham, op. cit., pp. 94-95.
13) Gerhard Kittel & Gerhard Friedrich, 『신약성서 신학사전』 번역위원회 역 (서울: 요단출판사, 1986), pp. 14-16.
14) 정인찬 편, op. cit., p. 810.
15) J. Rodman Williams, op. cit., p. 183.
16) AL Lacy, 『천사의 미스테리』 정동수 역 (서울: 도서출판 예향, 1995), p. 153.
17) Henry C. Thiessen, 『조직신학강론』 권혁봉 역 (서울: 생명의 말씀사, 1975), p. 310.
18) 스랍은 ‘사랑’, ‘고상한 이들’의 뜻이라고도 한다. Billy Graham, op. cit., p. 68.
19) George V. Wigram, op. cit., p. 202.
20) Billy Graham, op. cit., pp. 64-65.
21) C. Fred Dickason, op. cit., pp. 67-69.
22) Billy Graham, op. cit., p. 66; C. Fred Dickason, op. cit., pp. 69-71.
23)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 200.
24) W. A. Criswell, op. cit., pp. 202-203; Henry C. Thiessen, op. cit., p. 311.
25) 정인찬 편, op. cit., p. 802.
26) C. Fred Dickason, op. cit., p. 14.
27) 이인우·채천석 공저, 『차트조직신학』(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1999), p. 40.
28)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p. 228-233.
29) C. Fred Dickason, op. cit., pp. 86-87; J. Rodman Williams, op. cit., pp. 178-179.
30) J. Rodman Willams, op. cit., pp. 172-173.
31) AL Lacy, op. cit., p. 42.
32)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p. 214-217; AL Lacy, op. cit., p.21.
33) Ibid., pp. 23-24, 52-53, 55, 90-92, 107, 120-121.
34) 이인우·채천석 공저, op. cit., p. 41.
35) Wayne Grudem, Systematic Theology (Grand Rapids: Zondervan Publishing House, 1994), p. 407.
36)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 261.
37) C. Fred Dickason, op. cit., pp. 75-76.
38)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 201.
39) J. Rodman Williams, op. cit., pp. 175-176.
40) C. Fred Dickason, op. cit., pp. 27, 42-43; Henry C. Thiessen, op. cit., pp. 303-304.
41) AL Lacy, op. cit., p. 22.
42) J. Rodman Williams, op. cit., p. 195.
43)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 51.
44)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p. 55-56.
45) Ibid., pp. 20, 35.
46) Ibid., p. 98.
47) Billy Graham, op. cit., p. 28;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p. 121, 261.
48) Wayne Grudem, op. cit., pp. 402-408.
49)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 203.
50) Ibid., pp. 211-212.

 

성도의 권세와 부리는 천사

 

1. 들어가는 글

성경은 영적 존재와 영적 세계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세상에 그 많은 책들 중에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와 영적 세계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책은 성경뿐이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분이시나 그가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실존을 보여주셨고, 천사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들의 활동을 통해 천사의 위치와 그 사역을 보여주셨다. 또한 인간의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인간 사후에 활동하는 귀신들을 통해 그 실존을 알게 하셨다. 이 모든 것을 때로는 비유로 때로는 실상으로 우리에게 그 영적실상들을 보여주는 것이 성경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 천사, 인간, 이 세 영적 존재의 위치와 역할 및 상호관계를 말해준다. 사람들은 하나님과 하늘을 동일시하여 하늘을 바라보며 막연히 머리 속에 어떤 신을 떠올린다. 또 흰옷을 입고 날개짓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아기 천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이나 천사에 대해 영적 존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자기의 사랑하는 자식이 죽어서 천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든지, ‘당신은 천사같아요!’ 하는 말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는 천사와 인간의 위치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여전히 하나님을 관념적 존재로 여기고 있고, 천사를 숭배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영적으로 분명해야 할 하나님과의 관계가 불분명하고, 적극적으로 부리고 사용해야 할 종인 천사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다보니, 신앙생활 자체가 관념적이고 무능력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본 소고에서는 하나님과 천사와 인간, 이 세 영적 존재 중에서 범위를 좁혀 천사와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성경이 말하고 있는 천사와 인간의 지위관계를 살펴보고, 성도의 권세와 천사를 부릴 권리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특히 성도 개개인에게 주어진 돕는 천사가 있다는 것과 그에 대한 근거를 마태복음 18장 10절과 사도행전 12장 1∼19절을 중심으로 상고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천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보다 신령한 영적 생활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2. 유기적 관계로서의 세 영적 존재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 천사, 그리고 인간, 이 세 영적 존재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다.1) 하나님은 근본 영이신지라 눈으로 볼 수 없는 불가시적 존재다. 천사는 육체 없이 영으로만 온전한 인격을 나타내는 존재로 본래는 불가시적 존재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 존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인간은 흙으로 지음받은 육체와 하나님이 부어주신 영혼을 함께 지니고 있는 영적 존재로 가시적 존재다. 성경에는 이 세 영적 존재가 상호간에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나타나 있다.


하나님은 영원부터 영원까지 홀로 자존하시는 분이다(유 25절). 하나님은 영원전, 홀로 계실 때 아들을 후사로 세우시고 그를 위하여 하늘을 지으셨다(히 1:2).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 앞에서 겸손히 자신을 낮추어 죽음을 맛보시고 하늘 보좌에 오르실 때까지(히 2:6∼8) 그 지으신 하늘에 여호와의 사자와 수많은 천사들을 창조해 두셨다.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이 하늘 보좌에 오르시기 전에 천사들 중 1/3이 타락했고(계 12:4), 여호와의 사자와 의의 천사들은 아들이 직접 오셔서 심판하실 때까지 타락한 천사들을 흑암, 곧 음부에 가두었다(벧후 2:4, 유 6, 9절).


하나님은 음부에 아들이 오실 길을 예비할 존재로 인간을 지으셨고, 그 길을 따라 하나님의 경륜의 때가 이르러 아들이 오셨다. 하나님이신 그분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사람으로 오신 것이다(요 1:14). 예수께서 육신으로 살 동안 타락한 천사인 마귀의 시험을 받기도 하셨으나(마 4:1), 그는 언제나 천군천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성령께서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증거하셨고(마 3:17), 따르는 권능과 나타나는 표적과 기사가 그의 신적 권위를 증거했다(마 11:20, 막 1:27, 행 2:22). 예수의 공생애 사역 내내 수종드는 천사들의 사역은 끊이지 않았다. 그가 성령을 받으실 때(마 1:16), 마귀의 시험을 물리치셨을 때(마 4:11), 병자를 고치실 때(행 10:38), 겟세마네 동산에서 간절히 기도할 때(눅 22:43), 십자가에 달려 무덤에 장사된 후 사망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셨을 때(마 28:2∼5, 막 16:5, 눅 24:4, 요 20:12, 13), 그리고 부활 후 제자들과 함께 40일을 지낸 후 하늘로 승천하실 때까지도(행 1:9∼11) 언제나 천사들의 수종을 받으셨다.


예수는 세상의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실 것이다. 그때도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로 친히 하늘로 좇아 강림하실 것이요(살전 4:16), 성도들을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맞이하실 것이다(살전 4:17). 그의 권세로 심판하는 천사를 호령하여 추수꾼이 알곡과 쭉정이를 골라 추수하듯 의인과 악인을 골라내실 것이다. 그리고 주님이 공중에 재림하실 때 첫째 부활에 참예하는 자들은 주님과 더불어 천년왕국을 다스리게 된다.


하나님은 영원부터 영원까지 홀로 자존하시는 조물주시요, 천사는 하나님의 경륜 가운데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는 종인 동시에 구원 얻을 후사를 돕는 자들이다. 또한 인간은 예수의 오실 길을 예비하기 위해 지음받은 피조물이나 마귀를 진멸하고 하나님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쓰임받아 예수 그리스도를 맏형이라 부르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영광된 지위를 얻게 된 자들이다.


이처럼 성경은 이 세 영적 존재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므로 성경에 나타난 이 세 영적 존재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늘도 자신의 경륜을 따라 일하시는 하나님의 큰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성경을 읽을 때는 이 세 영적 존재의 관계와 그 활동을 잘 연결시켜 보아야 한다. 하나님과 인간과 천사, 이 세 영적 존재에 대해서 모두 다루어야 할 것이지만, 본 소고에서는 인간과 천사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3. 인간과 천사의 우열 관계

성경은 성도들의 영적생활을 도와 하나님과 성도 사이를 오가며 사역하는 천사들의 활동이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때로는 불로(마 3:11, 행 2:3), 때로는 바람으로(행 2:2, 히 1:14), 때로는 구름으로(출 13:21), 때로는 비둘기의 형상으로(마 3:16, 막 1:10), 때로는 별(사 14:12, 13, 계 2:28)로 표현된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창 18:2, 22; 19:1). 그러나 성도 자신의 위치와 천사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자칫 우상을 섬기듯 천사를 섬기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골로새서는 천사숭배를 엄히 경고하고 있다(골 2:18). 따라서 우리는 먼저 천사의 위치를 확실히 깨닫고 우리 자신들의 영광스러운 위치를 확인하여 영적생활을 하나님의 뜻대로 성공할 수 있어야 하겠다.


천사의 위치는 예수의 초림을 기점으로 구약과 신약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여기서는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어 천사의 위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3.1. 인간과 천사의 위치
히브리서 2장 5, 6절에 인간은 천사보다 못한 존재라고 한 것처럼, 육체가 있는 동안 인간은 천사보다 못한 약점이 있다. 이는 지음받은 조건이 다른 데서 생기는 구조적인 약점이다. 다시 말해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인 약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육체로 인하여 고난도 받고 죽임도 당하고 병도 든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없다. 그러나 천사는 육체가 없기 때문에 고난받을 일도 없고 죽임을 당하거나 병들 일도 없다. 또한 천사는 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간을 초월하여 활동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이 육체 가운데 있는 동안은 천사가 인간보다 조건적으로 우월하다.


그러나 인간이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인간을 복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가 숨어 있다. 즉, 육체의 조건은 인간이 천사보다 신분적으로 우월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은 육체가 있기에 회개할 수 있고, 예수를 영접할 수 있고, 성령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그러나 천사는 육체가 없기에 한번 타락하면 다시는 회개할 수 없고, 거듭날 수도 없다. 천사들이 현재는 인간보다 여러 조건면에서 나은 존재이지만 그들에게는 회개의 기회도 거듭남의 기회도 주신 일이 없고, 그들에게 성령이 임하신 적도 없다. 그러므로 천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없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없다(히 1:5). 이 점에서 인간은 천사보다 우월하다.2)


근본적으로 천사는 하나님의 아들을 수종드는 종으로 지음받았다(히 1:6, 7). 또한 아들에게 속하여 구원얻을 후사들을 섬기라고 보내신 부리는 영이다(히 1:14). 천사는 결코 하나님의 보좌를 상속받을 수 없고 주(主)가 될 수 없다(히 1:13). 천사는 결코 숭배의 대상이 아니며 섬김을 받는 자가 아니다(골 2:18).


그러므로 천사를 향하여 일부러 겸손한 체하며 ‘천사님! 천사님!’ 하며 섬기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고 했다. 천사가 우월한 조건하에 지음 받았으나, 일단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들에 대해서는 오직 수종들 의무만 있다(히 1:14; 2:11∼13). 이렇게 신분 면에서 보면 천사는 종이요, 거듭난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다. 구약백성들은 성령으로 거듭난 체험이 없기 때문에 천사를 숭배했으나, 신약성도들은 천사의 수종을 받는다.3)

3.2. 구약교인과 천사
하나님은 자신의 일을 경영해 가시는 데 있어 천사를 손가락과 지체처럼 사용하신다. 특히 구약시대는 성령께서 인간 속에 내주하시기 전이므로, 성령을 수종드는 천사들의 활동이 시각적으로 더욱 부각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구약에서 천사의 사역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천사는 애굽의 종노릇하던 시절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로 이끌어 갔고(출 13:16, 민 20:16), 천사는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해 준 장본인이었다(행 7:35, 53, 갈 3:19). 또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진 가운데 임하실 때도 늘 구름과 불로 표현되는 천사들의 수종을 받으며 임하셨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천사들은 언제나 거룩하신 하나님의 권한으로 나타나는 존재였으므로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존귀한 자로 인식되었다.


무엇보다도 구약교인들이 천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열등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아직 죄에서 구원하시는 예수의 보혈을 힘입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비록 매년마다 양과 염소를 잡아 그 피로 하나님께 분향했을지라도 그것은 실상이 아닌 비유였기에 그들은 죄사함에 대한 증거를 받았을 뿐 약속은 받지 못한 자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여전히 죄와 그 죄를 정죄하는 율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또 율법을 수여한 천사들 앞에 담대할 수 없었다. 따라서 구약교인들은 해마다 돌아오는 절기를 따라 하나님께 반복적으로 제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언제나 천사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 섬겼다.


결국 예수가 오시기 전까지 여전히 죄 가운데 있던 인간은 천사와 율법의 종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 안에서 거듭난 체험이 없기에 여전히 종의 영을 받은 자로 천사를 섬기는 신분이었다. 따라서 구약에서 인간은 천사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3.3. 신약교인과 천사
구약 때와 마찬가지로 신약시대에도 천사의 활동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예수의 공생애를 도운 천사들의 활동이나, 베드로와 요한을 비롯한 제자들의 사역에 함께 했던 천사들의 활동 등은 신약시대에 더욱 활발히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고 있는 천사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천사의 활동에 대한 기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는 구약시대에 비해 신약시대에 더욱 크게 부각된 성령의 사역 때문이다.4) 김기동은 신구약에 나타난 천사와 성령의 관계를 ‘구약 시대에는 밤에 촛불을 밝힘과 같고 신약시대는 해가 올라옴으로 해서 촛불이 그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격이다’라며 촛불과 태양에 비유한다.5)


신약교인은 예수의 십자가의 공로를 힘입어 죄 사함 받은 자들이다. 따라서 그 신분에 있어 구약교인과 큰 차이가 있다. 구약교인은 아브라함을 아버지라 부르는 자들로 결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고 부른 적도 없다. 그들은 천사가 전한 율법, 곧 종의 영을 받은 자들로 율법의 종노릇하던 자들이다. 그들은 천사 아래 있던 자들로서 하나님은 그들에게 결코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를 주신 일이 없다. 성경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고 시인하는 자들만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말씀했다(요 1:12, 행 4:12, 롬 10:10). 이제 예수로 말미암아 아들의 영, 곧 양자의 영을 받은 신약교인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신약성경은 예수에게 속한 자와 천사의 위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히브리서 기자는 천사에 대하여 예수께서 다시 오실 때 그를 수종들 자들이라고 증거한다(히 1:6). 또한 천사는 예수와 더불어 구원 얻을 후사들을 도우라고 보냄을 받은 부리는 종임을 지적한다(히 1:14). 예수는 만물을 친히 창조하신 조물주로 만물의 주인이시다. 그러기에 그가 가는 곳마다 언제나 천사가 수종들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예수로 인하여 예수와 형제된 하나님의 자녀된 자들을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삼으사 천사의 수종을 받는 신분으로 높여주셨다(히 2:11∼13).


예수께서 천사보다 못한 육체로 오셔서 잠시 고난을 받으셨으나 마침내 영광된 하늘 보좌에 오른 것처럼, 신약교회 성도들도 육체 가운데 잠시 고난을 받으나 마침내는 예수와 함께 후사가 되어 하늘을 상속할 영광된 자들이다. 그러므로 현재는 잠깐 동안 천사보다 못한 존재일지라도 실은 천사보다 우월한 존재다. 다시 말하거니와 자신을 천사 아래 두었을 때는 여전히 율법의 다스림을 받아야 하는 죄인의 신분이요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예수 아래 두었을 때는 우리의 신분이 천사의 섬김을 받는 하나님의 거룩하고 높은 자녀의 신분이다.6)


4. 권세와 권능

4.1. 왕의 권한으로서의 권세
성경에는 권세와 권능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권세와 권능은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다.7) 그러나 사람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에 권세 없는 자가 권세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권능 없는 자가 권능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또 권세만 있으면 당연히 권능이 있는 줄 알기도 하고, 권능이 있으면 당연히 권세도 있는 줄 안다. 물론 권세가 있으면 당연히 권능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권세는 있으나 권능이 없는 자가 있고, 권능은 있으나 권세가 없는 자가 있다.


권세를 뜻하는 헬라어 단어 ‘엑수시아’()는 사전적으로 왕권에 의해 주어진 ‘권한, 권위’를 의미한다. 즉 통치자에 의해 주어진 ‘권한’으로서, 어떤 것을 다스리고 지배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의미한다. 권세는 오직 하나님께만 속한 것으로서 하나님에 의해 주어진 ‘통치자의 권한’, ‘주인의 권한’, ‘소유주의 권한’ 등을 의미한다.8)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만이 유일한 권세자이시다. 그러므로 창조에 속한 모든 세계의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는다. 그러나 피조물로서 이러한 권세를 지닌 자가 있으니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하여 하나님의 자녀된 그리스도인들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분 자신이 권세자이시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에게 속하여 그분의 권세와 동일한 권세를 부여받은 자들이다. 천사는 종으로 지음받은 자이기에 결코 권세는 없다.

4.2. 발휘되는 능력으로서의 권능
권능을 뜻하는 헬라어 ‘뒤나미스’()는 어떤 일에 있어서 권리나 자격이 있어서 갖는 권세와는 달리 단지 밖으로 표현되는 외적인 힘을 의미한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이시다. 그러기에 그에게는 근본 능력이 충만하시나, 그도 성령을 받고 권능을 받기 전까지는 능력을 행치 않으셨다. 그가 요단강에서 침례 요한에게 침례를 받을 때 하늘로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는 소리가 있음으로 그에 대한 권세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그의 권세가 실제로 표현된 것은 그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자들을 고치는 능력 나타냄을 통해서였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권세는 눈에 보이는 표적과 기사와 능력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이처럼 외적으로 표현되는 능력이 바로 권능이다.9)


성경에서 말하는 권능은 왕 되신 하나님을 수종드는 천사들을 가리킨다. 권능이란 ‘하나님의 손’이란 말인데, 이는 하나님께서 천사를 자신의 손가락처럼 가까이 두고 사용하신다는 의미가 있다. 때로는 권능을 어떤 기합술이나 추상적 능력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권능은 분명히 천사라는 영적 존재를 가리킨다.10) 예수가 공생애 동안 많은 돕는 천사의 수종을 받으며 능력을 행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인들도 돕는 천사들의 도움으로 능력을 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이가 능력이 많다면 그에게는 돕는 천사가 많다는 의미다.

4.3. 성령의 임재와 천사의 수종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곳에는 언제나 그를 수종드는 천사가 함께 출현한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실 때 사용된 불기둥, 구름기둥(출 13:21, 22, 14:24, 민 12:5; 14:14, 느 9:12, 19)이 천사였고, 바람과 불꽃으로 나타난 것도 천사였다(시 104:4, 출 3:2, 행 2:2, 3, 히 1:7). 그런가 하면 심판의 일을 수행하던 자들도 천사였다(출 12:23, 사 65:5, 마 3:10∼12, 눅 9:54; 12:49). 이처럼 하나님은 천사를 사용하시되 때로는 바람으로 때로는 불꽃으로 삼으시어 하나님의 일을 진행해 가신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그러나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실지라도 결코 성령을 초월하지 않으셨다. 요단강에서 침례 요한에게 침례를 받고 아버지로부터 성령을 받으시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증거를 받으셨다(마 3:16, 17; 4:11). 그리고 나서 마귀의 시험을 물리치고 성령의 권능으로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마 4:11, 눅 4:14). 이처럼 예수도 성령의 증거를 받고 돕는 권능의 힘으로 사역을 감당하셨다. 이에 대해 사도행전은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붓듯 하셨으매 저가 두루 다니시며 착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자를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라”(행 10:38)고 증거한다.


부활하신 예수는 승천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 들은 바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 1:4) 하시며,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고 했다. 성령 받고 권능 받는 것을 하나님의 일꾼된 최소 조건으로 정하신 것이다. 이미 귀신을 쫓는 권능이 있어(마 10:1) 예수의 공생애 내내 예수와 더불어 귀신을 쫓던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굳이 성령받기까지 기다리라고 당부하신 것은 그들이 권능은 있었으나 아직 권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권능은 예수께서 자신의 권세로 제자들에게 주신 것이지, 왕의 권세로 임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은 아니었다. 즉, 제자들에게 임한 권능은 구약시대에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났던 권능과 같은 것이었다.11)


성령은 주님의 지체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임하시어 영원토록 함께 하신다(요 14:18). 이때 성령께서는 홀로 임하시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권능인 천사들이 함께 수행한다(행 1:8). 성령은 예수처럼 고난받고 죽음을 맛보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이 아니라 왕권을 가지고 임하신 것이기에 왕을 수행하는 종(천사)이 늘 함께 따른다(마 16:28). 그러므로 성령을 모셔들인 그리스도인에게도 당연히 돕는 천사들이 수종들고 있다(히 1:14). 구약 때 하나님이 가시는 곳마다 천사들이 함께 수행했던 것처럼, 신약시대에도 성령이 역사하시는 현장에는 언제나 천사들이 함께 활동한다.


5. 대인천사(對人天使)

5.1. 대인천사의 존재 유무에 대한 제 견해
성경은 하나님이 구원얻을 후사를 도우라고 부리는 영인 천사를 보내어 우리를 지키시고 인도하신다고 증거한다. 그렇다면 흔히 ‘수호천사’라고 일컫는 개개인을 돕는 천사, 곧 ‘대인천사’에 대해서 성경은 어떻게 증거하고 있을까? ‘대인천사’의 존재 유무를 놓고 찬반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생동안 한 개인을 돕는 천사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구절은 성경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 소고에서는 용어사용의 혼돈을 막기 위해 로마 가톨릭과 관련지어 언급할 때와 학자들의 말을 직접 인용할 때만 ‘수호천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그 나머지 경우에는 모두 ‘대인천사’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12)


먼저 가톨릭에서 주장하는 ‘수호천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본래 ‘수호천사’라는 말은 외경을 비롯한 다른 성문서들에서 나온 것인데, 이를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가 체계화했고, 이를 로마 가톨릭에서 교리화한 것이다. 로마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지상에서 한 생명이 탄생할 때 하늘나라에서도 아기천사가 탄생되어 일생동안 인간의 삶을 수호한다고 한다. 그 근거 구절로 마태복음 18장 10절의 “삼가 이 소자 중에 하나도 업신여기지 말라 너희에게 말하노니 저희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라는 말씀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호천사 주장은 성경과 일치하지 않는다.


성경은 결코 아기천사의 탄생을 말씀한 적이 없다. 성경에는 오히려 천사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을 뿐 아니라 남성 여성의 성(性) 구별이 없는 중성이라고 말씀한다(마 22:30, 막 12:25). 또한 하나님이 인간에 대해서는 오직 한 영만을 지으시어 그로 말미암아 온 인류가 생겨나게 하셨으나(말 2:15), 천사는 만만이요 천천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의 천사를 영원전 하늘에서 단번에 지으셨다.13) 그러므로 인간이 태어날 때마다 하늘에서도 아기천사가 그때그때 태어난다는 것은 비성경적이다. 이러한 황당한 주장 때문에 성경 여러 곳에서 말하고 있는 ‘대인천사’, 곧 예수 안에서 거듭난 성도를 돕는 천사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대인천사’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으로는 콜린 브라운(Colin Brown), 앤드류 밴스트라(Adrew J. Bandsta), 성종현, 김기동 등이 있다. 예수 당시의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대인천사를 임명해 두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14) 콜린 브라운에 의하면 유대교에서는 각 개인은 모두 개인 천사를 가지고 있다고 가르쳤으며, 그 견해는 일반적으로 초기 교회의 기록에 의해 증명되었다고 한다.15) 앤드류 밴스트라는 사도행전 12장 1∼19절의 ‘베드로의 감옥 구출 사건’을 근거로 개개의 신자들에게 배정된 개인적인 대인천사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16) 또한 장신대에서 신약학을 강의하고 있는 성종현 교수도 마태복음 18장 10절과 계시록 1장 20절과 2장 1절을 근거로 개인이나 각각의 교회를 지키는 대인천사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17)


반면에 존 칼빈(J. Calvin), 『복음주의 조직신학』의 저자 밀라드 J. 에릭슨(Millard J. Erickson), 오순절 신학자인 더 필드와 밴 클리브(Guy P. Duffield & N. M. Van Cleave) 등은 대인천사의 존재를 부정한다. 칼빈은 개인을 위한 특정한 천사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보았다.18) 에릭슨은 성경에서 대인천사의 개념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19) 더 필드와 밴 클리브는 모든 신자들을 위한 천사들의 사역에 대해서는 성경이 언급하고 있으나, 대인천사의 존재에 대해서는 성경이 가르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20) 성경에서 대인천사의 개념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대인천사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들의 자세한 입장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살펴보자.

5.2. 대인천사를 지지하는 성경구절

5.2.1. 마태복음 18장 10절
“삼가 이 소자 중에 하나도 업신여기지 말라 너희에게 말하노니 저희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

대인천사의 존재 근거로 언급되는 첫 번째 구절이 마태복음 18장 10절이다. 본문에서 ‘소자’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데, 학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어린아이’,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 신앙, 겸손을 지닌 신자’, ‘믿음이 연약한 자’ 등이 그것이다.


먼저 ‘소자’를 ‘어린아이’로 해석하는 이는 로마 가톨릭의 신학자들, 존 칼빈(John Calvin), 캠벨 몰간(G. C. Morgan), 마릴린 칼슨 웨버와 윌리엄 웨버(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알 레이시(Al Lacy) 등이다. 이 중에서 칼빈은 ‘대인천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입장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인정하는 입장이다.


로마 가톨릭은 ‘소자’를 ‘어린아이’로 해석하는 전제하에 이 본문을 근거로 어린아이를 일생동안 보호하는 ‘수호천사’가 있다는 교리를 만들어냈다. 가톨릭 신학자인 장 다니엘루(Jean Danielou)는 천사가 출생과 함께 각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였고, 그것이 오랫동안 가톨릭 교리로 정착되어 왔다고 말했다.21) 빌리 그레이엄도 본문의 ‘소자’를 ‘어린아이’로 해석하여 천사들의 호위가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인천사가 할당되어 있다고 믿었다.22)


마릴린 칼슨 웨버와 윌리엄 웨버도 본문의 ‘소자’라는 단어가 모든 어린아이들에게 그들의 대인천사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23) 특히 이들은 천사를 만난 많은 사람들의 체험과 간증을 통해 대인천사의 존재를 증명한다. 천사들은 각자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캠벨 몰간도 ‘소자’를 ‘어린아이’로 전제하고 이 본문을 근거로 개인의 대인천사가 있다고 주장한다.24) 알 레이시도 ‘소자’를 ‘어린아이’로 보아 아기가 태어나면 그에게 최소한 한 명의 개인적인 천사가 배정된다고 보았다.25)


한편 칼빈은 믿는 자를 보호하기 위해 각기 개인에게 지정된 특별한 천사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증명할 수 없다고 전제했으나, 본문을 근거로 ‘소자’인 ‘어린아이’의 안전을 위해 지정된 천사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특별한 대인천사가 있다고 결론짓지는 않았다.


반면에 앤드류 밴스트라는 ‘소자’를 ‘예수에 대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믿음과 신뢰를 지닌 모든 신자들’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전제하에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신앙을 가진 신자들에게 각 개인을 지키고 보호하는 수호천사가 있다고 설명한다.26)


그러나 본문을 원어로 잘 살펴보면 위의 두 견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본문에서 ‘소자’로 번역된 헬라어 ‘미크론’()은 ‘작은’을 뜻하는 ‘미크로스’()에서 파생된 단어다. ‘미크로스’는 예수께서 사람들을 가리켜 ‘이 소자’라고 하실 때 자주 사용되었는데(마 10:42; 18:6, 14), 이는 반드시 어린아이들에 대한 것은 아니며, 제자들에 관한 언급일 가능성이 높다(cf. 마 10:42). ‘작다’라는 용어는 인간적으로 볼 때 하찮음을 의미하지만 회심을 의미하기도 한다(마태복음 18장 본문의 어린이들과 연관된다).27)


또한 ‘미크로스’는 비교급이나 최상급의 형태로 ‘가장 작은 베들레헴’(마 2:5), ‘지극히 작은 계명’(마 5:19), ‘형제들 가운데 지극히 작은 자’(마 25:40, 45), ‘인간의 연약함’(눅 12:26),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한 자’(눅 16:10; 19:17), ‘사도 중 지극히 작은 자’(고전 15:9), ‘성도 중 지극히 작은 자’(엡 3:8)라는 표현에서 사용되었다. 이는 ‘미크로스’가 주로 ‘보잘것없다’, ‘하찮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


도날드 해그너(Donald A. Hagner)도 마태복음 18장 1∼14절은 어린아이들에 대한 말씀이 아니라 제자들에 대한 말씀이라고 본다. 그는 본문에서 언급되는 ‘이 소자’(6, 10, 14절)라는 말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제자들, 즉 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비유로 본다. 그들의 특징은 어른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보잘것없는 자로 인식하는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자신을 낮춘다.28)


이를 반영하듯, ‘소자’라는 단어를 새번역 성경에는 ‘작은 자들’로, 공동번역에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라고 풀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태복음 18장 6절에서는 ‘소자’ 앞에 ‘나를 믿는’이라는 수식어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소자’가 단순히 어린아이를 뜻한다기보다 ‘믿음 안에서 연약한 자, 보잘것없는 자’라는 의미를 더욱 보충해주고 있다.


한글 개역성경에 “저희 천사”라고 번역되어 있는 헬라어 ‘호이 앙겔로이 아우톤’()은 NEB(New English Bible)에서 ‘guardian angel’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이 번역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그를 지키고 보호하는 천사, 즉 대인천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반영해 준다.29)


김기동은 위 본문에 대해 ‘소자’를 ‘믿음이 연약한 자’로 이해하고, 예수 안에서 거듭난 모든 성도에게는 반드시 천사가 배치되어 있다고 주장한다.30) 우리가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것처럼 각 개인에게 배치된 천사들도 하나님을 항상 뵙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외모가 아무리 볼품없고 보잘것없는 자라 할지라도 또 아무리 믿음이 연약한 자라 할지라도 그들을 무시하거나 실족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천사가 하나님을 뵙고 모든 실상을 아뢰기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책망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오리겐도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성실한 자는 아무리 작다 할지라도, 천사에 의해 도움을 받으며, 그리스도는 이들 천사들이 항상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얼굴을 뵙는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31) 그도 역시 마태복음 18장 10절 본문에 근거하여 수호천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5.2.2. 사도행전 12장 1∼19절
“베드로가 대문을 두드린대 로데라 하는 계집아이가 영접하려 나왔다가 베드로의 음성인줄 알고 기뻐하여 문을 미처 열지 못하고 달려들어가 말하되 베드로가 대문 밖에 섰더라 하니 저희가 말하되 네가 미쳤다 하나 계집아이는 힘써 말하되 참말이라 하니 저희가 말하되 그러면 그의 천사라 하더라 베드로가 문 두드리기를 그치지 아니하니 저희가 문을 열어 베드로를 보고 놀라는지라”

본문은 유월절 행사에 연이어 한 주간(7일) 동안 계속되는 축제 기간인 무교절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베드로의 출옥사건을 다루고 있다. 베드로는 축제가 끝나면 처형될 것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에 온 교회는 베드로를 위해 기도했다. 그들의 기도는 즉시 하나님께 상달되었고, 하나님은 베드로를 도울 천사를 즉시 파송했다. 그 천사의 도움으로 굳게 닫힌 철창을 지나 감옥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베드로를 도운 천사는 사라졌다. 베드로는 그 길로 마가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으로 향했다. 마리아의 집에 모여 베드로를 위해 기도하던 성도들은 그들의 기도가 상달되어 베드로가 무사히 감옥에서 나온 일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문을 두드리는 베드로를 보고 ‘그의 천사’(15절)라고 단정지었다. 7절에서는 ‘주의 사자’라고 했는데, 15절에서는 ‘그의 천사’( )라고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그의 천사’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 김경진은 이 구절이 개인을 섬기는 천사를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는 믿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32) 그 천사는 가끔씩 나타나는데, 그 외형은 그가 보호하는 사람과 닮았다는 견해가 있다.


유대교의 전승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죽은 직후에 종종 그 수호천사[대인천사]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초대교회 성도들은 베드로의 나타남을 그들의 기도 응답으로 믿기보다는 베드로가 헤롯 왕에 의해 처형되어 그의 천사가 나타난 것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그의 천사’라는 표현은 한 개인을 돕도록 배정된 개인적인 천사의 존재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해 준다.


앤드류 밴스트라는 본문이 비록 많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대인천사의 존재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구절로 쓰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33) 그는 본문의 ‘그의 천사’라고 한 표현이 사람마다 개인적으로 대인천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당시 초대교회 사람들의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리 킨내만(Gary Kinnaman)도 개인적인 대인천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성경이 제시하는 근거가 빈약함을 전제하면서도, 성경이 이를 부인하는 구절 또한 없다는 표현을 빌어 개인적인 대인천사의 존재가능성을 비춘다. 그리고 그 근거로 본문을 들어 설명한다.34)


김기동은 베드로의 천사가 베드로를 옥에서 끄집어냈고, 바울의 천사들이 지진을 일으켜 옥문을 부수기도 했다고 보아, 본문의 ‘그의 천사’는 베드로를 섬기고 수종들던 베드로의 천사였다고 본다.35) 마찬가지로 다니엘에게 응답을 가져왔던 천사는 다니엘의 천사이고, 다윗을 돕던 천사는 다윗의 천사이고, 엘리야를 돕던 천사는 엘리야의 천사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각각 자기천사들이 있다고 주장한다.36)

5.2.3. 요약
여기 제시된 두 개의 본문(마 18:10, 행 12:1∼19) 외에도 히브리서 1장 14절이 대인천사의 존재를 증거하는 근거 구절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구절이 단지 구원얻을 후사들을 돕도록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셨다는 설명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론(異論)이 있어 본문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히브리서 1장 14절과 사도행전 1장 8절 본문도 개인을 돕는 대인천사의 존재를 지지하는 근거구절로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위의 본문 연구를 통해서 살펴 본 것처럼 학자마다 조금씩 견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특정 개인을 돕는 대인천사의 존재를 인정한다. 무엇보다 성경본문이 대인천사의 존재를 인정한다. 마태복음 18장 10절의 “저희 천사들”이라는 표현과 사도행전 12장 15절의 “그의 천사”라는 표현은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예수 안에서 거듭난 모든 성도들에게는 그를 돕는 특별한 천사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칼빈처럼 성도 개개인에게 배정된 대인천사가 있다고 믿는 것이 신앙생활에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앤드류 밴스트라처럼 개인에게 배정된 대인천사를 인식하고 신앙생활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이도 있다.37) 이제 우리는 자기에게 주어진 천사를 잘 관리하고 적극 사용하여 보다 능력있고 신령한 영적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5.3. 대인천사의 수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천사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한 사람에게 한 천사만이 수종든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 사람에게 여러 천사가 수종든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유대인들은 누구에게나 대인천사가 한 명씩 있다고 믿었고,38) 성 바실은 “한 천사가 믿는 자 한 사람에게 임명되어 있으며 … 그는 군인처럼 영혼을 돌본다”고 믿었다.39) 또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모든 사람에게 출생 시에 한 명의 대인천사가 배정되어 일생에 걸쳐 그를 보호하고 돌보며 인도하고 안내해 준다고 말했다.40)


그에 반해 김기동은 성도에 따라 돕는 천사의 수가 다르다고 주장한다.41) 그는 어떤 사람은 하나의 천사가, 어떤 사람은 천사 둘이, 어떤 사람은 그 이상 더 많은 천사가 수종든다고 본다. 그는 이처럼 사람에 따라 천사의 수가 다르기는 하지만, 일평생 똑같은 천사의 수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즉, 하나님께 기도하여 돕는 천사를 더 많이 보내달라고 간구함으로써 자신의 천사를 더욱 늘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영 더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마 26:53)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께 기도하여 돕는 천사를 더 구할 수 있다. 성령을 심령에 모셔들여 거듭난 자들은 누구에게나 수종드는 천사가 있다. 또한 자신을 돕는 천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사역의 범위도 커진다. 한 사람의 능력보다 두 사람의 능력이 더 낫고 또 두 사람보다 세 사람의 지혜를 모을 때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을 돕는 천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지혜와 능력을 공급받아 더욱 효과적으로 일을 감당할 수 있다.


성도의 영적 생활을 방해하는 악한 원수 마귀와 타락한 천사들, 그리고 귀신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못지 않게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도우라고 보내신 천사들의 실존과 그 활동을 잘 이해하고 적극 사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은 있는 자에게 더 있게 하시고, 없는 자에게서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으신다 했으니(마 13:12), 자기에게 있는 천사를 잘 관리하여 하나님의 관심을 끄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천사를 보내주시도록 기도해야 한다. 천사는 권능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돕는 더 많은 천사를 구하여 권능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


6. 천사를 명할 수 있는 근거

6.1.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
인간이 천사의 수종을 받을 수 있는 근거는 예수 안에서 거듭나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이다(요 1:12, 엡 1:5).42) 따라서 하나님의 아들과 상관이 없고, 또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지 못한 자들은 결코 천사의 수종을 받을 수 없다.43)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곧 하나님 아버지를 우리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되었고(엡 1:3), 예수가 우리를 거룩하게 하셨고 이로 인해 우리가 거룩하게 함을 입어 그의 형제가 되었다(히 2:11). 그만큼 하나님의 자녀의 신분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에 대하여 김기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란 마치 임금의 아들이 임금이 되는 것처럼, 또 임금의 아들이 임금의 권리를 갖는 것처럼 임금의 권한과 같은 권위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굉장한 권세인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권세가 있기 때문에 귀신을 쫓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귀신은 세상 임금입니다. 임금은 임금만이 쫓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자녀의 권세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귀신도 예수 이름으로 능히 쫓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늘로부터 난 사람, 곧 거듭난 사람에게만 주어진 권세입니다. 성령으로 난 사람에게만 주어진 권세입니다.44)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하나님과 같은 권세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천사들이 하나님의 아들을 수종들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도록 도왔던 것처럼, 천사들은 이 땅에서 주의 남은 고난을 짊어지고 복음을 위해 수고하는 성도들을 수종들 의무가 있다.


때로는 아직 육체 가운데 있어 여전히 천사보다 못한 열등한 신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듭나는 순간 우리의 신분은 확실한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 신분은 천사보다 월등하다. 바울은 이러한 성도의 신분을 가리켜 ‘하늘에 시민권을 둔 자들’이라고 했다(빌 3:20). 아직은 육체가 있어 이 땅에 살고 있지만, 그 신분만큼은 이미 거듭나 천국시민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와 더불어 하나님의 자녀가 된 성도들은 종인 천사들을 부릴 권리가 있다. 예수께서 열두 영 더 되는 천사를 오라 하실 수 있다 하신 것처럼(마 26:53), 예수로 인하여 자녀된 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천사들을 부리고 명할 수 있다(히 1:14). 이처럼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까지도 움직이고 다스릴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가 천사를 부릴 수 있다고 하여 성령을 초월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천사를 부리는 것과 성령을 의지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우리는 성령께는 순종하고 천사는 부려야 하는 것이다.45)

6.2. 예수 이름의 권세
성경은 예수께서 천사보다 더 뛰어남의 근거가 기업으로 받으신 예수 이름에 있다고 증거한다(히 1:4). 예수는 아버지의 이름인 예수 이름으로 오셔서(요 5:43) 공생애 내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을 증거하고(요 12:50),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나타내셨다(요 10:25). 그리고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아버지께 아버지의 이름인 예수 이름으로 제자들을 보전해 주실 것을 기도했다(요 17:11). 마침내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고 예수 이름으로 약속하신 성령을 보내 주셨다(행 1:4; 2:1∼4).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여 하늘보좌에 오르셨으나, 예수는 이 땅의 성도들을 위해서 ‘예수 이름’을 기업으로 얻게 하셨다. 천사가 섬기는 영원하신 하나님의 이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삼위 하나님의 이름인 ‘예수 이름’을, 이제는 성령으로 하나된 성도 개개인이 소유하게 하셨다. 예수께서 그 이름으로 오셔서 그 이름으로 사역하매 천사들을 명하여 그를 수종들었던 것처럼, 성도는 자기 안에 모셔들인 ‘예수 이름’으로 천사를 명하고 부릴 수 있다.


성종현 교수는 성도가 천사들을 부리고 명령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로서 ‘하나님의 성호’를 들고 있다.46) 그는 하나님의 이름 아래 모든 천사들은 순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김기동은 예수 이름의 권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수 이름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 이름으로 그 권위는 하나님의 권위와 같습니다. 예수 이름의 영광은 하나님의 영광과 같고, 예수 이름의 모든 권세는 하나님의 권세와 같습니다. 예수 이름 앞에서는 모든 천사가 복종합니다. … 예수 이름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권위가 있습니다. 그 이름에는 천사와 만물을 복종시킬 권세가 있습니다. 마귀도 귀신도 복종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 이름을 찬송가 제목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이름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천사와 귀신을 단호히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47)

예수 이름에는 권세가 있다. 그 이름을 영접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가 주어지고(요 1:12), 그 이름으로 무엇이든 구하면 하나님이 들으시며(요 14:13, 14; 16:23, 24), 그 이름으로 명하면 바람도 바다도 순종한다(막 4:39∼41). 그 이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천사와 같은 영적 존재를 복종시키는 능력이 있다(막 16:17).

하나님은 어떤 피조물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하나님의 이름 ‘예수 이름’을 성도들에게 허락하셨다. 천사가 끝없이 흠모하는 이름, 영원히 우러러 보는 이름, 바로 예수 이름을 성도들에게 주셨다. 이는 피조물인 우리를 조물주의 신분으로 대우하시는 하나님의 배려이다. 이제는 그 이름을 의지하여 천사를 적극 사용하고 명하여 더 능력 있는 신앙생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7. 천사에 대한 성도의 적극적 태도


7.1. 성도를 수종드는 천사의 의지
천사는 의지를 가진 완전한 인격적 존재다. 그 의지는 배타성과 수용성, 양면을 지닌 완전한 의지이다. 그래서 천사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권리도 있고, 거부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자기 의지를 사용하여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천사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의지를 잘못 사용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대적한 천사인 사단과 그 무리들도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심판을 면치 못하고 결국은 지옥불에 던져질 것이다.


이처럼 구원얻을 후사들을 도우라고 보냄을 받은 천사들도 의지를 지닌 완전한 인격체다. 그래서 구원얻을 성도들을 돕되 자기 의지를 사용하여 순종한다. 그들의 본분은 자기들이 섬겨야 할 대상인 성도들이 하나님의 일을 잘 감당하고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성도의 의지를 초월하여 자기 의지대로 맘대로 섬기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성도의 생각과 의지를 따라 움직인다. 마치 자동차의 뒷바퀴와 같아서 앞바퀴가 좌로 가면 뒷바퀴는 좌로 가도록 밀어주고, 앞바퀴가 우로 가면 우로 가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천사다.48) 천사의 의지는 주인으로 섬기는 성도의 의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성도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를 돕는 천사의 도움을 잘 받으려면 성도 자신이 먼저 하나님을 충성되이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천사도 하나님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성도를 돕는다. 그러나 성도가 게을러 하나님께 충성치 않고 감사치도 않으면 천사도 주인처럼 일하지 않는다. 성도가 주 안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7.2. 기도와 돕는 천사의 증감
천사가 없이 사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낫다. 그리고 돕는 천사가 하나 있는 것보다 둘이 있는 것이 더 낫다. 예수가 기도하실 때 힘쓰고 애쓰고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간절히 기도하실 때 천사들이 그의 힘을 도왔던 것처럼, 천사의 도움을 받으면 신앙생활을 더 잘할 수 있다. 하나님은 자녀된 자가 하나님의 뜻대로 무엇이든 구하면 후히 주신다고 했으니, 우리는 할 수만 있으면 자신을 돕는 천사를 더 많이 보내주시도록 계속 기도해야 한다.


성경은 예수께서 병자를 위해 기도하실 때 “병을 고치는 주의 능력이 예수와 함께하더라”(눅 5:17)고 말씀한다. 이는 병 고치는 천사들이 예수와 함께 있었다는 말이다. 즉, 병자를 고치는 데는 병을 고치는 천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 고치는 권능을 구하는 것은 곧 ‘병 고치는 천사’를 구하는 것이다. 또 ‘기도의 능력’을 구하는 것은 ‘기도를 돕는 천사’, 곧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께 가져가고(계 8:3) 그 응답을 가져오는(단 10:12) 천사를 구하는 것이다.49) 그리고 ‘축사의 권능’을 구하는 것은 ‘귀신을 쫓아내는 천사’를 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권능을 구하되 구체적으로 구해야 하고, 천사가 항상 자신을 돕도록 계속 구해야 한다. 또한 돕는 천사를 보내달라고 기도했으면, 그 천사들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


8. 나가는 글

지금까지 성경에 나타난 영적 존재 중 인간과 천사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인간은 육체적 조건으로는 천사보다 못 하지만, 신분상으로는 거듭나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천사보다 우월하다.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가 있으나 천사는 하나님과 구원얻을 후사를 섬기라고 보냄을 받은 종이기에 권세가 없다. 천사는 권세자를 섬기는 자로서 권능일 따름이다.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라고 한 것처럼, 성령을 모신 성도는 누구에게나 자기를 수종드는 개인적인 천사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천사를 가리켜 ‘대인천사’라 명명했다. 필자는 본문에서 ‘대인천사’의 존재에 대해 마태복음 18장 10절과 사도행전 12장 1∼19절을 근거로 논증했다. 학자마다 약간씩의 견해 차이는 있지만, 성경은 기본적으로 ‘대인천사’의 존재를 지지한다.


이처럼 인간이 천사의 수종을 받을 수 있는 근거는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와 ‘예수 이름의 권세’에 있다. 인간은 피조물로 태어나 예수 안에서 거듭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하나님의 아들을 맏형이라 부를 수 있는 높은 수준이 되었다. 하나님은 이를 인정하셔서 천사가 하나님의 아들을 수종드는 것처럼, 천사들로 하여금 구원얻을 후사들을 돕도록 하셨다. 또한 하나님은 하나님만이 소유하신 이름, 하나님의 명예와 권위와 동일한 이름, ‘예수 이름’을 주셔서 그 이름에 따르는 권세를 성도들도 동일하게 누리게 하셨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와 예수 이름의 권세로 천사를 부리고 명할 수 있는 것이다.


성도는 모두 권세자다. 그러나 성도에 따라 수종드는 천사의 수는 각각 다르다. 돕는 천사의 수는 성도의 신앙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을 돕는 천사가 많을수록 신앙생활은 그만큼 쉬워지고, 능력이 따른다. 이렇게 천사의 수종을 받는 것은 성도의 특권이다. 따라서 하나님께 더 많은 천사를 보내주시도록 간구하여 천사가 늘 자신을 돕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천사에 대하여 잘 알고 적극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천사 때문에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시요 천사는 우리를 수종드는 종이다.


주)

1) 김기동, 『성경에 나타난 세 영적 존재』(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99), p. 9.
2) 김기동, 『영의 세계를 알자』(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97), p. 39.
3) Ibid., pp. 34-35.
4) 성종현, “성경과 초기 유대교 문헌에 나타난 천사론”, 『목회와 신학』(1997.2.), pp. 46-52.
5) 김기동, 『영의 세계를 알자』, op. cit., p. 76.
6) Ibid., pp. 37-38.
7) 김기동은 권세와 권능을 구분한다. 그는 암행어사는 권세자요 그를 따르는 자들을 권능에 비유한다. 또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권세자에, 그에게 속한 군인들을 권능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8) W. Foerster, TDNT, Ⅱ, s.v., ‘’.
9) W. Grundmann, TDNT, Ⅱ, s.v., ‘’.
10) 김기동, 『마가복음강해 1』(서울: 도서출판베뢰아, 2000), p. 53.
11) 이순태, 『현대성령론 평가』(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1993), p. 133.
12) ‘대인천사’라는 용어는 가톨릭의 ‘수호천사’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필자가 생각해낸 용어다. 이 용어는 개개인을 돕는 ‘개인천사’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농구나 축구에서 사용되는 ‘대인마크’ 또는 ‘대인방어’라는 어휘를 빌어온 것으로, 그 의미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용어가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3)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천사를 만난 사람들』 조은주 역(서울: 도서출판 은성, 1996), p. 216. 성서 신학자들은 이것을 가리켜 간접적 창조와 직접적 창조라고 한다. 즉, 태초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지만 그 후 인간들은 부모로부터 탄생되는데, 이것을 ‘간접적 창조’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 천사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명령의 결과로 존재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직접적 창조’라고 한다. 천사들은 결코 아기 천사들을 낳지 않는다.
14) 김영봉, 『성서주석 마태복음Ⅱ』(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p. 141.
15) Colin Brown, The Theological Wordbook of the Old Testament, Three Volumes(Grand Rapids, Mich.: Zondervan, 1981, vol.1, pp. 101-102. 인용. Gary Kinnaman, 『빛의 천사와 어둠의 천사』 주미혜 역 (서울: 도서출판 은성, 2001), p. 94. 재인용.
16) Adrew J. Bandsta, 『천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류호영 역 (서울: 도서출판 은성, 1996), p. 95.
17) 성종현, “성경과 초기 유대교 문헌에 나타난 천사론”, op. cit., pp. 46-52.
18) J. Calvin, 『신약성서 칼빈주석 공관복음Ⅱ』 교재편찬위원회 역(서울: 성서교재간행사, 1979), p. 140.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천사를 한 명씩 맡겨주신다는 의미로 이 성구를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없는 해석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말씀은 한 천사가 어떤 정해진 이 사람 또는 저 사람을 위하여 항상 헌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으며 이 주장은 성경의 전반적 가르침과도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우리 몸에 수호의 천사 혹은 악귀가 붙어다닌다는 어떤 사람들의 생각을 버리고, 천사들은 전체 교회를 보살피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며 필요할 경우에나 형편이 위급할 때 그 교회의 지체들을 돕는다고 말함으로써 만족하기로 하자.”
19) Millard J. Erickson, 『복음주의 조직신학(上)』 신경수 역 (서울: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0), pp. 505-506.
20) Guy P. Duffield & N. M. Van Cleave, 『오순절 신학』 임열수 역 (서울: 성광문화사, 1994), p. 814.
21) Jean Danielou, The Angels and Their Mission: According to the Fathers of the Church(Westminster, Md: Christian Classics, Inc., 1976), p. 71. Gary Kinnaman, 『빛의 천사와 어둠의 천사』 주미혜 역( 서울: 도서출판 은성, 2001), p. 96. 재인용.
22) Billy Graham, 『천사론』(Angels: God’s Secret Agents) 도한호 역(서울: 침례회출판사, 1977), p. 100.
23)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p. 27, 255.
24) G. C. Morgan, 『마태복음 강해(下)』 황영철 역 (서울: 아가페, 1996), pp. 124-133.
25) Al Lacy, 『천사의 미스테리』 정동수 역(서울: 도서출판 예향, 1995), p. 187-188.
26) Adrew J. Bandsta, op. cit., pp. 92-94.
27) O. Michel, TDNT, Ⅳ, pp. 648-659, ‘’항목 참조. 하나님께서는 천하고 가난한 자들을 부르신다(마 11:25, 29). 그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은 어린아이들처럼 낮아지게 된다(마 18:4). 그러나 이 시대에서 작은 자는 장래 시대에 큰 자가 될 것이다(마 18:1). 본문에 나오는 ‘작은 자’의식은 그리스도의 겸손과 합치되는 회심자의 진정한 겸손을 의미하는 것이다.
28) Donald A. Hagner, Matthew 14-28, WBC (Dallas, TX: Word, 1995), pp. 519-523.
29) Ibid., p. 527.
30) 김기동, 『영의 세계를 알자』 op. cit., p. 18.
31) Gary Kinnaman, 『빛의 천사와 어둠의 천사』 주미혜 역(서울: 도서출판 은성, 2001), p. 94.
32) 김경진, 『성서주석 사도행전』(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p. 276.
33) Adrew J. Bandsta, op. cit., p. 95.
34) Gary Kinnaman, op. cit., p. 99.
35) 김기동, 『영의 세계를 알자』 op. cit., p. 24.
36) 김기동, 『마귀를 정복하는 힘(下)』(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99), p. 230.
37) Adrew J. Bandsta, op. cit., p. 95.
38) Craig S. Keener, 『IVP 성경배경주석(신약)』 정옥배 역 (서울: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1998), p. 107.
39) Gary Kinnaman, op. cit., p. 94.
40) Marilynn Carson Webber & William D. Webber, op. cit., p. 28.
41) 김기동, 『영의 세계를 알자』 op. cit., pp. 20, 110.
42) F. F. Bruce, 『성경주석 뉴 인터내셔널 히브리서』(서울: 생명의 말씀사, 1986), p. 96.
43) 권성수, 『히브리서』(서울: 총신대출판부, 1997), p. 77.
44) 김기동, 『요한복음강해 1』(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91), p. 174.
45) 김기동, 『성서적 신학적 현상적 마귀론』(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88), pp. 149-150.
46) 성종현, “신구약 성서와 유대 문헌에 나타난 하나님의 성호와 예수의 이름에 대한 고찰”, 『장신논단』(8집; 장신대 출판부, 1992), pp. 102-125.
47) 김기동, 『마귀를 정복하는 힘(下)』 op. cit., pp. 158-159.
48) 김기동, 『영의 세계를 알자』 op. cit., p. 24.
49) 김기동, 『마가복음강해 1』 op. cit., 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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