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전력으로 달리는 고속철 시대 열린다

 

대용량 고주파 무선전송기술 적용
전차선 설비 유지·보수 등 불필요
철도연 "해무, 3년후 상용화 기대"


의왕=윤경환기자 ykh22@sed.co.kr

 

  • 무선전력으로 움직이는 고속열차 해무. /사진제공=철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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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경기 의왕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 내 시험 선로. 김기환 철도연 원장과 직원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가 위에 전차선도 없이 선로 위를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탄성 속에서 해무는 천천히 전진한 뒤 다시 후진해 돌아왔다. 열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육중한 전차선 설비는 전혀 없었다.

    앞으로 전차선 없이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해 고속철도가 달리는 시대가 열린다. 기찻길의 대명사 같았던 하늘을 지저분하게 수놓았던 전선과 시끄러운 마찰 소음이 사라지는 것이다.

    비결은 철도연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대용량 고주파(60kHzㆍ1MW급) 무선전력전송 기술이다. 궤도를 따라 설치된 무선 급전장치에서 60kHz의 고주파 전력을 자기장으로 변환, 기차 위 전차선이 아닌 열차 바닥에 전기를 공급해 차량을 움직인다.

    기존
    버스나 노면전차(트램)의 충전식 무선전력전송 기술과 달리 배터리도 필요 없다. 고속철도, 도시철도 등 모든 철도시스템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1MW는
    대형버스 10대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용량이다. 무선충전형 전기버스 용량인 100kW보다 10배 높고, 무선급전용 트램 용량인 180kW보다 5배 이상 높다. 트램에서는 집전장치 100kg당 3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개발된 고속열차 집전장치에서는 100kg당 10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무게 대비 용량을 3.3배 정도 증가시켰다.

    김 원장은 "전기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주파수를 높여 에너지 전달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라며 "전기를 자기장으로 변환한 뒤, 다시 자기장을
    전기로 변환해 전선이나 마찰이 없이도 열차가 움직일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을 적용하면 전차선이 없어 미관이 개선된다는 장점 외에도 열차 아랫부분에 비접촉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전차선 설비 부품에 대한 유지ㆍ보수ㆍ교체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시설 보수 작업이 지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또 전차선이 사라짐으로 인해 기차 터널의 단면적이 줄어 들어 건설비도 줄일 수 있다. 2층 열차 등 객차ㆍ화차의
    복층구조 설계를 지금보다 1.3m 높일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아직 개발 초기임에도 상용화될 경우 기존 시스템과 비용 부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에너지 손실 절감은 물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안전 문제에도 더 강점이 있다"고 자신했다.

    철도연은 당장 내년부터 경전철 등 도시철도에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실용화 준비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본격적인 상용화는 3년 이후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속철도의 경우는 추가 연구가 좀 더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됐다.

    김 원장은 "경전철, 고속열차 등에 순차적으로 기술을 상용화해 철도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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