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생성 초기 존재 '반물질' 행방 실마리 찾아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팀 첫 규명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우주 생성 초기에 기본입자와 짝을 이루며 존재했다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반물질'(anti-matter)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에는 전하만 반대이고 나머지 성질은 같은 반입자가 있다.

우주 생성 초기에는 반입자로 이뤄진 반물질이 물질과 같은 양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질만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반물질의 행방을 찾는 것은 과학에서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고려대 물리학과 고병록 박사가 주도하고 원은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연구에서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가 그의 반입자와 섞이는 현상이 충돌실험으로 규명됐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의 하나인 '매혹쿼크 중간자'(charm quark meson)는 반입자와 뒤섞임 가능성이 있어서 세계 연구자들이 그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구팀은 매혹쿼크 중간자와 그 반입자가 섞이는 현상이 99.9999% 이상의 신뢰성으로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전자-양전자 충돌실험으로 입증했다.

 

기존 실험에서도 섞임 현상에 대한 힌트가 나오긴 했지만, 단일 전자-양전자 충돌실험만으로 명확하게 규명한 것은 처음이다.

전자-양전자 충돌실험은 전자와 양전자를 빛의 속도와 매우 가깝게 충돌시켜 나오는 파편입자들의 운동량이나 에너지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실험이다.

연구팀은 전자와 양전자 충돌로 발생한 파편 중 매혹쿼크의 붕괴시간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매혹쿼크 중간자는 자연스럽게 붕괴하는 반면 반입자는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붕괴되는 점에 착안해 두 붕괴방식의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입자와 반입자의 섞임이 없을 가능성은 0.00005%로 나타났다.

 

고 박사는 "기존 연구를 뛰어넘어 단일 전자-양전자 가속기 기반 실험으로 매혹 중간자 섞임 현상을 발견한 연구"라고 말했다.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3월 17일)에 게재됐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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