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서 마지막 날… 강덕수 회장 "꿈 이뤄달라"

 

김승범 기자

2014.02.10

작년 계열사서 물러난데 이어 ㈜STX 대표이사도 퇴진… 빚 갚으려 집도 팔려고 내놔
"주주·직원들에게 미안하다"

'STX 회장 강덕수(64)'의 마지막 날은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강 회장은 자신이 세운 회사의 '대표이사'로 일하는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에 출근한 뒤 몇 시간 머물지 않고 퇴근한 것이다. 샐러리맨에서 출발해 재계 13위 그룹을 만들었던 13년 풍운(風雲) 세월은 꿈처럼 끝났다.

㈜STX는 11일 임시 주총을 열어 서충일 고문을 신임 대표로 선출한다. 강 회장은 작년 7월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 대표에서 물러났고 이어서 STX조선해양(9월), STX중공업(11월) 대표에서 잇따라 물러났다. 강 회장은 계열사 가운데 ㈜STX의 대표직을 마지막까지 갖고 있었다. ㈜STX는 지난해 STX가 해체되면서 종합상사로 성격이 바뀌었지만 그전까지는 그룹 지주회사였다. 그만큼 애착이 강했다. 이제 강 회장은 'STX엔진 이사회 의장' 'STX장학재단 이사장'이라는 직책만 유지할 뿐 경영에서는 손을 뗀다.

◇13년 전 20여억원으로 샐러리맨 창업 신화

그가 출근해 일하던 서울 중구 후암로 STX남산타워의 23층 사무실도 주인이 바뀐다. 강 회장은 채권단이 지난달 14일 자신의 ㈜STX 대표 퇴진을 포함한 자율협약에 합의한 이후 짐 정리를 했다. 앞으로 그는 현재 STX장학재단 등이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STX 사옥으로 출근한다.


	STX그룹 연도별 매출. 강덕수 STX 회장의 성공과 추락.
그가 샐러리맨 창업 신화를 쓴 것은 13년 전인 2001년이다. 쌍용중공업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를 거쳐 회사를 인수한 외국계 컨소시엄에 의해 최고경영자로 발탁된 강 회장이 스톡옵션과 직장 생활에서 모은 전 재산 20여억원을 털어서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서울에 있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처분하고 전세로 옮겼다. 동대문상고 졸업 후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8년 만의 일이다.

강 회장은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등을 인수하면서 조선·해운·건설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2년 그룹 전체 매출은 27조6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 이후 그룹 전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2012년 그룹 전체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STX건설과 STX팬오션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STX조선해양·STX중공업 등 계열사도 기업 회생을 위해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강 회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다"고 말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경영자로서 할 말이 없다"

강 회장은 은행 빚을 갚기 위해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전용면적 273㎡) 아파트를 내놓은 상태다. 실거래 가격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라움하우스 5차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재벌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강 회장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미안한 마음으로 자연인(自然人)으로 돌아간다"고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그의 한 지인(知人)은 "강 회장이 '경영자로서 판단을 잘못해 실업자가 생기게 하고 주주에게 피해를 줘 할 말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작년 9월 STX조선해양 대표를 사퇴하면서 전 직원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노자에 나오는 '月落不離天(달이 진다고 하늘을 떠나지는 않는다)'이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지금은 헤어지지만 늘 곁에서 STX조선해양을 가슴에 품고 응원하겠다"며 "무거운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STX그룹 관계자는 "강 회장이 '내가 못 이룬 월드 베스트(World Best)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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