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김장,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오른다

심사기구 등재 권고 … 연말 확정
"한국인 정체성 형성, 공동체 결속"
일본 전통음식, 중국 주산도 올라

 

 


한국을 넘어 세계가 즐기는 음식인 김치. 그리고 우리 공동체 문화를 상징하는 김장. 그 김치와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오를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23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 신청한 ‘김치와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보조기구(Subsidiary body)로부터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등재권고 판정은 사실상의 등재 결정이다.

 최종 결정은 오는 12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진다.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은 모두 16개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인의 정체성

 

유네스코는 김치가 한국에 수백 년간 전해 내려오는 음식일 뿐 아니라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는 데 주목했다. 김장 품앗이 등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 한인들 역시 김치와 김장문화를 지켜나가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2011년 문화재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95%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김치를 먹고 있으며, 64%는 하루 세 번의 식사에서 모두 김치를 먹는다고 답했다. 지금도 한국인의 80%는 직접 김장을 하거나 친인척이 하는 김장에 참여한다.
 
 박종철 순천대 김치연구소장은 “외국 사람들은 김치는 알지만 김장은 모른다. 김치를 만들고 나눠주는 문화가 김장문화다. 수출을 할 때도 김치 자체만으론 안 되고 문화와 스토리텔링이 같이 가야 한다”며 “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김치산업이 더 발전하고 김치가 세계화하는 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장의 재발견=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김장이라는 문화에 담긴 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탁 위의 한국사』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를 쓴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는 “김치와 김장의 유네스코 등재는 상품화 및 국제적 인지도 향상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그보다 김장이라는 우리 전래의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주 교수는 “1970년대만 해도 일반 기업에서 김장 보너스를 주기도 했다”며 “가족해체 시대에 식구들이 모두 참여하는 김장문화 진작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김장유급휴가를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치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는 그동안 한·일 간에 벌어지던 일명 ‘김치전쟁’에서 한국의 입지를 굳히는 성과로도 평가될 수 있다. 96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김치의 규격화를 놓고 한국의 ‘김치’와 일본식 김치인 ‘기무치’가 대립으나 한국 김치가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와쇼쿠(和食)’로 불리는 일본 전통음식도 인류무형유산 등재권고를 받았다. 와쇼쿠는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살려 균형 있고 건강한 식생활을 만들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일본 전통음식은 국내에서 통칭 ‘일식’으로 불리지만 일본에서는 ‘와쇼쿠’란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주산, 주판셈 지식 및 활용’도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

이영희 기자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소멸 위기에 처한 전통예술이나 축제, 공예 기술, 생활 관습 등을 대상으로 한다. 2013년 10월 현재 88개국 257개 종목이 등재돼 있다. 중국이 29건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21건, 한국이 15건으로 뒤를 잇는다.

 

2013.10.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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