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교회에는 그 징후가 있다

글 / 홍정근 목사(연동교회, 장신대 강사)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던 초우량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소니, 미국의 GM 등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그런 기업들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교계를 보아도 그렇다. 경우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메가 교회급에 해당하는 거대교회들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중량급교회들이 정체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쇠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역동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에서 지난 5월 12일 재미있는 보고서를 내 놓았다. ‘기업 쇠퇴의 6가지 징후’라는 보고서이다. 일반 기업에서 쇠퇴하는 기업에서 나타나는 쇠퇴의 징후가 무엇인가를 조사한 보고서이다. 그 내용을 보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한다. 부서간에 장벽이 높다. 전시성 관리 형태가 많다. 책임회피와 보신주의가 팽배하다. 인재들이 회사를 떠난다. 진실한 정보가 위로 전달되지 않는다”라는 여섯 가지이다. 조사대상이 일반기업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혹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 이런 징후는 없는지 살펴볼 만 한 내용이다.

1. 현재의 성공에 안주한다.


“내 플레이에 만족한다. 하지만 오늘에 으르기까지 나는 스스로를 매일 채찍질했다” 지난 5월 16일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LPGA) 칙필 A채리티 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 겸 통산 60승을 거둔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이 밝히 우승소감이다. 성공은 달콤하다. 하지만 성공에 안주하여 성공증후군에 빠지게 된다면 그 성공은 쓴 맛을 내게 된다. 힘이 쇠해가는 교회에서 발견되는 현상이 바로 성공증후군이다. 우리 교회에 대한 자긍심은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교회에 대한 자긍심이 자칫 자만심이 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긍심이 자기만족이 되고 성공증후군이 되어버릴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교회가 쇠퇴의 징후를 막기 위해서는 복음전도에 대한 부단한 열심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필요하다.

2. 각 부서간의 장벽이 높다.


교회가 안정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 부서이기주의 현상이다. 조직이 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부서간의 장벽은 높아지고 유기적인 협력이 어려워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직이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교회전체를 생각하기 보다는 부서들마다 자기들의 이해를 우선시 하고, 자신들의 주장이나 기득권을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된다. 이는 조직이 생명력을 잃어가는 징조다.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면 조직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교회 내에서 부서 간에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자주 충돌을 일으키고 부서마다 더 많은 예산이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난다고나 서로 많은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경전을 펼치는 상황이라면 이건 위험신호다. 아무리 선의의 경쟁이라 하더라도 경계신호라고 보아야 한다.

3. 실속 없는 전시성 관리행태가 많다.


전시성 행정은 권위적인 관료주의 문화의 전형적인 산물이다. 눈에 보이기 위한 사업, 사업을 위한 사업이 횡행한다면 이 역시 쇠퇴의 징후이다. 연례적으로 해 오던 사업이니까 한다거나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나 진단이 없이 관례에 따라 사업을 벌린다면 이 역시 전시성 관리 행태라고 보아야 한다.

4. 보신주의가 팽배한다.


복지부동은 무능력한 관료조직의 전형이다. 가만있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조직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거나 아니면 서로 눈치를 봐 가면서 책임의 소재를 묻지 않고 두루 뭉실하게 넘어가는 분위기는 이미 조직의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보신주의가 팽배한 이유는 그냥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무사안일의 때문이다. 활기찬 교회라면 실패를 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가야 한다.

5. 인재들이 떠난다.


교회란 수많은 사람이 들어왔다가 나간다. 따라서 새 교인이 들어오고 떠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사, 직장의 이동, 결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교인들은 교회를 떠난다. 헌데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정말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교회를 떠나거나 옮기는 교인이 늘어난다면 이는 적신호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그 떠나는 교인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할 재원일 경우에는 그 연유를 눈여겨 살펴보아야 한다. 앞장서서 헌신적으로 일해야 할 사람이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교회가 그만큼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들에게 마음껏 헌신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장을 열어 줄 여유나 비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6. 진실한 정보가 위로 전달되지 않는다.


정보는 생명이다. 진실하고 정확한 정보가 위로 정확하게 전달되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진실한 정보가 중간에 차단되거나 걸러지고 왜곡되어 전달이 된다면 조직은 변화와 수정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인의장벽에 막혀 바른 여론을 듣지 못하는 지도자는 바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교회 구석구석에서 발생하는 진실한 정보들이 당회나 담임목사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괜한 불평불만이라고 폄하하거나 평가절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써서 살피기만 한다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징후이다. 탁월한 지도자는 이런 징후가 나타날 때 그 조짐부터 간파한다. 이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여 목회현장이 언제나 신선한 활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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