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보호하고 싶어했던 단 한명의 유대인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던 아돌프 히틀러가 과거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의 유대인 지휘관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했던 사실을 보여주는 편지가 공개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 텔레그래프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치 친위대장으로 강제수용소를 감독했던 하인리히 힘러는 1941년 8월 27일 뒤셀도르프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총통(히틀러)의 바람에 따라’ 히틀러의 과거 부대 지휘관이었던 유대인 에른스트 헤스의 ‘구제와 보호’를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힘러는 모든 관계 당국과 관리들에게 헤스가 ‘어떤 식으로든 불편하지 않게 하라’고 명령했다. 히틀러는 헤스가 ‘박해하거나 강제추방’되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하인리히 힘러가 1941년 8월 27일 뒤셀도르프 게슈타포에게 보낸 편지. /출처=데일리메일
헤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복무했던 부대의 지휘관이었다.
그는 유대인 어머니를 둔 개신교인으로, 나치의 인종법에 따르면 ‘순종 유대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히틀러는 나중에 헤스에 대한 보호명령을 거둬들이기는 했지만 이 편지 한 장은 6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대인 대학살 과정에서 헤스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힘러의 편지가 있기 전인 1936년에는 그도 나치로부터 구타당하고 이탈리아로 강제추방됐던 처지였다.
헤스와 히틀러와의 관계는 헤스가 과거 군 동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이었다.

헤스는 자신의 과거 부대원으로, 1934∼1939년 히틀러의 개인 부관직을 맡고 있던 프리츠 비데만을 통해 히틀러에게서 나치법 적용을 면제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히틀러의 보호는 1942년께부터는 효력을 잃었다.

헤스는 1942년 1월 나치 지도부가 홀로코스트를 결정한 ’반제 회의’ 이후 강제 추방당할 뻔했으나 독일 여성과 결혼한 덕분에 또 한 번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번 편지는 독일 신문 ‘독일 유대인의 목소리’ 편집장이 헤스에 대한 게슈타포 파일에서 찾아내 세상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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