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독립운동 때 밀서(密書) 숨기던 그 나무를

서울시내 보호수 214그루, 숨겨진 전설을 찾아서
아들낳게 해준다는 신령수, 겸재 그림 속 은행나무 등
수백년 세월 담고 있는 老나무들 특별 보호·관리

서울시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 입구에는 236년 묵은 회화나무가 있다. 조선 세종 때 좌의정·영의정을 지낸 맹사성 대감이 살던 '맹현동산'에 자리 잡아 '맹사성 정자나무'란 별칭이 있다. 회화나무는 출세나 학자, 길상(吉祥)을 나타낸다 해서 궁궐이나 양반 가옥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는 이처럼 노거수(老巨樹) 중 보호할 가치가 있거나 특이한 설화·전설을 담은 나무 214그루를 보호수(保護樹)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만3374그루가 있다.

3·1 운동 때 비밀창고로 쓴 나무

종로5가에서 이화사거리 방향 중간에 있는 옛 정신여학교 교사 건물 왼쪽 회화나무(546세)는 3·1 운동 관련 사연을 품고 있다. 당시 독립운동을 하던 김마리아 선생은 항일 부녀단체를 만들어 비밀문서와 태극기 등을 뿌렸는데 감시를 피하기 위해 종종 이 나무에 난 구멍에 물품을 숨겨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종로구 행촌동 사직터널 앞쪽 456년짜리 은행나무는 행주대첩을 이끈 권율 장군 집터에 있다. 행촌동(杏村洞)이란 지명도 이 은행나무에서 유래했다. 용산구 용산문화원 오른쪽 심원정 터에는 670년 된 느티나무를 비롯하여 200~300살 먹은 느티나무 5그루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과 일본이 심원정에서 강화회담을 위한 교섭을 벌였으며, 이 느티나무는 교섭 당시 251년 수령(樹齡)이었다.

용산동5가 용산파크타워 아파트 내 346세 은행나무는 오래전 누군가 땔나무를 구하기 위해 가지를 잘라 방에 불을 지피고 나서는 바로 숨을 거두었다는 전설이 있다. 3대에 걸쳐 손이 없다가 이 나무에 정화수를 올리고 치성을 드려 7남매를 얻었다는 설화도 있다. 은평구 응암동 소공원에 있는 살구나무는 188년 나이로 조선시대 냉정골에 김씨 성을 가진 주민이 이 살구나무를 심고 열매로 허기짐을 달래며 열심히 일하여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강감찬이 꽂은 지팡이가 변한 나무

강서구 가양동 가양사거리 근방에 가면 겸재 정선이 이곳 현령으로 재임하면서 남겼던 유명한 경교명승첩 그림 속 424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나무 아래에는 어떤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다고 전해오는 우물자리가 있다. 금천구 시흥동 금천로에 가면 874년 된 은행나무 보호수 3그루가 나란히 있다. 조선시대 시흥현 관아가 있던 자리이며 정조대왕이 수원 행차 도중 머무르는 별궁이 있었다고 한다.

영등포구 당산동 6가 은행나무길에는 574년 된 은행나무가 작은 동산 공원에 있다. 조선 초기 임금이 행차 길에 쉬어 간 것을 기념하여 심은 나무.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는 동네 사람들이 이 나무 밑으로 피신하여 무사했다고 한다.

이 밖에 신림동 신림2차 건영아파트 단지 내 굴참나무는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이 꽂은 지팡이가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시 보호수 1호인 방학4동 은행나무는 873살로 1.2m에 이르는 유주(乳柱)를 지녀 아들을 낳게 한다는 '신령수'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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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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