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도 아저씨다


어느 날 갑자기 설교를 하면서 밥 먹고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도 몇번이고 '진리'를 말해야 한다.
특별히 주일이 되면 천하에 제일 크고 거룩한 진리를
새삼 깨달은 존재가 된 양 설교를 하는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옛날 어느 유대 랍비는
  "성직자가 자기 직업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구름타고 하늘에 떠있지 말고 땅에 내려와
두발을 딛고 살라는 것이고 자신을 객관화하여 보는
훈련이 돼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전에 나와 함께 일하던 부목사가 떠나는 때가 되어
부탁이 있으면 하라고 했더니
내 책상에 놓여있는 배가 뚱뚱한 개구리가 멕시코 모자를 쓰고
기타를 치고 있는 박제를 달라는 것이다.
멕시코 여행길에서 길가 장사꾼들이 멀쩡한 개구리를 잡아
배에다 바람을 넣어 말려 만든 것을 사가지고 온 것인데 그것을 달란다.

달라는 이유를 물으니 자기가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란다.
그는 일류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톤에서
신학을 공부한 소위 엘리트 목사였는데
그 학벌의 자부심이 목회의 큰 장애물이었다.

그러니 나를 떠나는 마당에서 제일 중요한 가르침의 상징으로
배 뚱뚱이 개구리를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목사들만 모이는 모임에서 자기 소개를 하면서
아무개 목사라고 목사에 힘을 줘서 소개하는 사람들 보면
참 싱거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들 목사인데 이름 석자만 말하면 되는데
그렇게 목사라는 말을 강조해야 하는지 참 싱겁다.

거기다가 목사들끼리 모여 서로 거룩한 말을 주고 받는 것은
숨막히는 일이다.

요즘은 목사도 모자라 박사라 하기엔 좀 낮 간지러운 박사 학위들을
서로 주고받고는 교회주보에나 명함에다 크게 붙여놓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 한다.
가장 세상적인 명예로부터 초월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그런 것에 욕심부린다는 것이다.

미국 농담 가운데 거지와 목사의 공통점이 몇가지 있다.
  첫째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다.
  둘째 주는 대로 먹는다.
  셋째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
  넷째 이직률이 낮다.
  다섯째 입만 가지고 산다.
  여섯째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일곱째 손에 늘 무엇인가를 들고 다닌다.
거지는 최소한 정직하기나 한데
목사는 때로 이것만도 못하는 위험을 안고 살수도 있다.

식당에 가면 종업원들이 목사들의 모임을
제일 싫어한다고 한다.
식당에서도 '목사처럼' 논다는 것이다.
권위 잡으면서도 반찬투정 잘하고 그런가 하면
팁은 제일 적게 낸다고 한다.

오래전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종업원 아가씨가
자꾸 나에게 '아저씨'라고 하니까 옆에 있던 목사님이
심각한 목소리로
   "이분 아저씨 아니야. 목사님이야"
라고 야단을 쳤다.

무안해진 그 아가씨가 뒤로 돌아 가면서 한마디 한다.
  "목사는 아저씨 아니면 아가씨인가?"
그래서 내가 나가면서 그 아가씨에게
  "그래 나 아가씨 아니고 아저씨니까
   마음대로 아저씨라고 해도 되요"
라고 사과 아닌 사과를 해야 했다.

예수님보다 더 거룩해지고 권위잡는 목사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스스로 자유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들에게 덕이 되고
가르침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도 대단하게 폼을 잡아야 하는지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직업병중에 고치기 어려운 직업병인가 보다.

    - 김 정호 목사/ 애틀랜타 한인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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