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년 동안 지구엔 달이 2개 떠 있었다

美 연구팀, 네이처誌에 발표
"달 뒤쪽의 거대한 山地는 3분의 1 크기인 미니 달이 서서히 다가와 충돌한 흔적"

 

 

과거 수천만년 동안 두 개의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캘리포니아대 지구행성과학과 마틴 젓지 박사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달 뒤쪽의 거대한 산지(山地)가 지구를 함께 돌던 또 다른 위성과의 충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과학저널 네이처 4일자에 실렸다.

과학자들은 달 표면에 있는 다수의 구멍 등을 통해 볼 때 달 외에 지구를 도는 천체가 존재했었다고 추정해왔다. 그러나 이들 천체는 작은 운석이나 먼지 수준이며 만들어진 지 수만년 내에 지구나 달의 중력에 끌려 흡수됐다고 여겨졌다.

 
달과 같은 궤도를 따라 공전하던 ‘미니 달’이 달과 충돌해 달 뒤쪽에 산지가 형성되는 과정. 3차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한 모습이다. ① 달의 3분의 1 크기인 작은 달이 초속 약 2.4㎞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달과 부딪힌다. ②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였던 달 표면이 작은 달과의 충돌로 일그러진다. ③ 작은 달은 큰 달과 합쳐져 혹 같이 높은 지형을 만들어낸다. ④ 시간이 지나며 달의 모양은 다시 구(球)에 가깝게 변해간다. 충돌할 때 밀려난 마그마는 달 뒤쪽 산지 주변에 광물이 풍부하고 지표가 두꺼운 지역(노란색)을 형성했다. /네이처

젓지 박사는 거대한 산지를 연상케 하는 달 뒷면의 독특한 지형에 주목했다. 달 뒷면은 앞면보다 평균 고도가 높다. 지구의 산악지대와 지형이 비슷하며 산 주변의 지표 두께가 다른 지역보다 두껍다. 천체 움직임 분석 전문 프로그램인 '3차원 SPH'를 사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같은 지형은 지름이 달의 3분의 1(약 1270㎞) 정도인 '미니 달'이 달과 충돌해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과 같은 궤도를, 달과 떨어져 돌았던 작은 달은 지구와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 달과 함께 수천만년 동안 공생하다가 미묘한 궤도의 변화로 결국 달과 부딪힌 것으로 추정된다.

 

젓지 박사는 "작은 달은 비교적 느린 속도인 초속 2~3km로 달과 충돌해 구멍이 아닌 산지를 남겼다. 달 뒤쪽 산지 주변의 두꺼운 표면은 충돌 당시 완전히 굳지 않았던 달의 마그마를 작은 달이 옆으로 밀어내면서 형성된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달 뒤쪽에 있는 암석의 연대 분석을 통해 정확한 충돌 시기를 밝혀낼 예정이다.

한편 캐나다 애서배스카대 지구우주과학과 마틴 코노스 교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와 같은 궤도를 도는 소행성을 발견했다고 지난달 28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코노스 교수팀은 지구보다 약 8000만㎞ 앞서 태양 주변을 도는 소행성 '2010TK7'의 궤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1만년 안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sky@chosun.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