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성경 66권, 어떻게 확정되었는가 〔 고영민 총장 <백석문화대> 〕
흔히 ‘기독교’ 하면 천주교와 개신교를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지만, 둘 사이에는 구원의 방법이나 예배 형식, 행정 체계들에 있어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성경에 대한 관점과 이해에 있다.
개신교는 성경을 ‘신앙의 유일 규범(Sola fidei regula)’으로 보고 절대 권위를 두지만, 천주교는 ‘신앙의 제일 규범(Prima fidei regula)’ 정도로 보고 교부들의 언행이나
고대 신조, 종교회의 결정, 구전 등을 성경에 버금가는 권위로 인정하고 있다.
성경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오늘날 66권의 성경이 정경으로 확정되기까지는 숱한 논쟁과 회의의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했다.
첫째는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기록되어야만 하고,
둘째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과 인간 구원에 대한 진리가 담겨 있어야 하고,
셋째는 사도들에 의해 인정되거나 인용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못 미칠 경우에는 정경에서 제외되거나 외경이나 위경의 수준으로 낮추어졌다.
구약의 정경을 확정시킬 때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에스더서와 아가서, 에스겔서였다.
에스더서는 하나님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에스더서는 아크로스틱(acrostic) 표현법(단어의 처음이나 끝 문자를 맞추면 한 단어가 되는 기법)을 써서 여호와라는 의미를 은밀히 나타내고 있다(1:20; 5:4, 13; 7:5, 7).
아가서는 하나님의 이름이 없고 지나친 성적 묘사 때문에 논란이 되었지만, 오히려 하나님과 성도 사이의 사랑이 최고의 문학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에스겔서는 난해한 환상과 계시의 내용이 문제시되었지만,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정확하게 예언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수없이 거듭되어온 정경 논란은 얌니아회의 (주후 90년쯤)가 39권을 구약정경으로 확정함으로써 그 최후의 마침표가 찍혀졌다.
신약시대의 초대교회는 오순절 성령의 역사 이후에 불같은 선교 열정을 통해 여러 지역에 많은 교회들을 세웠다.
성도들은 사도들이 써 보낸 서신들을 서로 돌려가며 읽었고, 예배 시에는 그것들을 낭독하였다.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직계 제자들이 순교 등으로 하나 둘 사망함에 따라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해 둘 필요성이 있게 되어 사복음서가 완성되었다.
사복음서와 서신들이 신약성경으로 모아지기 시작한 것은 2세기 초였는데, 3세기에 이르러서는 교회마다 상당수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 무렵 마르키온(Marcion)은 유대교적인 것을 배제시키려고 누가복음과 바울서신만을 권위 있는 것으로 선정하였다.
그 이후 무라토리 단편(Muratori Canon)은 히브리서, 야고보서, 베드로 전후서, 요한 삼서를 정경에서 배제시켰다.
오리겐(Origen)은 성경을 ‘인정된 것’과 ‘토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누었고, 유세비우스(Eusebius)는 또다시 후자를 ‘배제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였다. 오늘날 27권의 신약성경을 정경으로 확정한 것은 카르타고(Cartago) 회의(397년)였다.
주의 말씀과 교훈은 순금보다 더 귀하고 정금보다 더 사랑스럽다(시 19:10, 119:127).
그러기에 인간적인 불순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불 속에서 검증해야 할 기간이 그렇게 오래 필요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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