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사상에 전 올리지 마세요, 조상님은 안 드신다니까요


 

동아일보DB



‘하아! 이 망할 놈의 유교 같으니라고….’ 

이 땅 위의 한국인들은 추석 때마다 마음 한 켠으로 조그맣게 이런 말을 읊조렸을지 모른다.

몇 시간 동안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도착한 선산에서 윙윙대는 벌들과 싸워가며 예초기를 밀 때,

언제나 친정은 뒷전으로 하고 시댁부터 찾아가 추석의 하이라이트를 보내야 할 때,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조상님을 위해 환갑이 넘어서까지 차례상을 차려야 할 때,

이들은 생각한다. ‘유교 때문에 내가 죽겠다….’

하지만 유교전문가들은 억울하다.

한국인에게 유교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현실이. 사실 조상님들의 ‘본심’은 그게 아닌데

본 뜻을 살리지 못한 잘못된 예법이 중구난방으로 전해져 마치 무조건 따라야 할 형식처럼 돼 버렸단 것이다.

조상을 공경하며 가족 모두 화목한 추석이 되기 위한 우리의 예(禮)는 무엇일까.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을 맞아 진행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 시리즈 속에서 답을 찾아봤다. 



▽추석 차례, 안 지내도 그만

본래 유교에서는 기제사(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만 지낼 뿐 명절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차례상 문화는 명절 날 자손들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죄송해 조상께도 음식을 올리면서 생겼다.

여기에 조선 후기 너도 나도 양반 경쟁을 벌이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것.

집안 전통상 차례 지내기가 관례라면 과일과 송편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전 부치다 싸우면 바보

명절 기간 최고로 힘든 노동 중 하나는 ‘전 부치기’다.

보통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유교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잘못 전해진 예법의 대표적 예다.

“제발 제사상에 전 좀 올리지 마세요.

유교에서는 제사상에 기름 쓰는 음식 안 올려요.

그건 절(사찰)법이라고요.

전 부치다 이혼한다는 데, 조상님은 전 안 드신다니까요.”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제사상 과일 위치, 집집마다 달라요

제사상을 차릴 때 흔히 ‘홍동백서

(붉은색 음식은 동쪽, 흰색 음식은 서쪽에 놓음)’라는 말을 쓰지만 이는 정해진 게 아니다.

예서에는 ‘과일’이라고만 나와 있을 뿐 과일의 종류나 놓는 위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제사상 차림은 가가례(家家禮·각 집안마다의 예법)에 따르면 된다.



 혼자 제사 책임? 오해에요
장남만 제사를 지내야 한다거나, 음식은 한 집이 책임져야 한다거나,
여자는 음식만 만들 뿐 제사상에 절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 모두 잘못 전해진 관념이다.
과거 조상들은 형제마다 각자 음식을 준비해오거나 제사 일부를 나눠 맡는 ‘분할봉사’를 했다.
종갓집에서는 지금도 제사 때 반드시 두 번째 술잔을 맏며느리에게 올리게 해 여성의 존재를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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