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알려면 

글 / 김한원 목사

1. 가장 처음은 문맥 파악이다.
 어떤 상황과 앞뒤 표현 가운데서 나왔는지 아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전혀 반대의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다.

넓은 의미로는 어떤 장르인지 아는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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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준은 원어다.
표현을 깊게 연구하려면 번역된 언어가 아닌 원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모호하게 번역되거나 오역된 경우 전혀 엉뚱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국어 실력으로 의미 파악이 되는 경우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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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러 번역본에 정중히 물어보라.
 번역이라고 해서 함부로 오역이다, 잘못된 뜻이다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많은 경우 번역이 잘못된게 아니라, 내 실력이 부족해서 오독한 경우가 적지 않다.  

여러 번역본을 비교할 때 본 의미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4. 용례가 중요하다.
어떤 상황 가운데서 사용되었는지 용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구절에 나왔는지,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야 한다.

사전적인 정의를 넘어서 더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

5.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의심나는 곳은 반복하여.
용례를 파악할 때는 뜬금없이 먼 곳에서 가져와서는 곤란하며, 가까운 문맥에서부터 의미를 찾아 먼 곳으로 가야한다.

동일한 문단, 장, 책, 장르 안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물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상황이 일치하거나 의미를 잘 설명해주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시대적 배경이나 지리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이유없이 신약성경의 표현을 연결 고리 없이 뚝 떨어져, 플라톤, 호메로스를 통해 파악하려는 것은,

현대인의 언어를 고려 때 몽골에 잡혀간 이들의 언어로 연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6. 어원을 남용하지 마라.
어원 본문과 이어졌을 때 어원은 뜻이 모호한 표현의 의미를 알려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단어나 표현 자체가 시대에 따라 발달하여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별히 복합어에서 합쳐진 의미소로 전체의 뜻을 짐작할 때는 그 뜻이 문맥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어원은 본문에 나오는 표현이, 시간에 따라 의미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추적할 수 있을 때 기준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7. 문법적 요소나 문장 성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의 언어학은 단순한 어원보다,

그게 본문에서 사용되는 문법 사항이나, 문장 구성 성분이 무엇이냐에 따라 의미를 추적한다.

그러므로 동일한 문장 성분으로, 문법적 내용에 따라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살펴야 한다(예, BDB vs DCH)

8. 그 단어가 다른 어떤 단어, 표현과 함께 쓰이는 지를 추적하여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하나의 단어나 표현은 함께 쓰이는 단어나 표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함께 쓰이는 단어의 용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예 바이블웍스 KWIC Collocation Table)

9. 용례가 너무 적은 경우 어원은 뜻을 짐작하도록 해준다.
성경에 한 번 나오는 단어나, 단서와 용례가 매우 부족한 경우 어원을 통해 의미를 추측할 수는 있다.

적은 용례는 의미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성경의 고정된 텍스트는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파악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10. 일대일 대응은 거의 없다.
어떤 외국어든 우리말 한 단어와 정확히 의미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표현하는 의미의 범위가 다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가장 주의해야할 것이, 하나의 단어에 대해 한 단어로만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다.

스트롱 코드를 이용한 신비로운(?) 해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1. 프로그램도 하나의 뜻을 제시하지 않는다.
바이블웍스, 로고스, 어코던스 등 프로그램도 하나의 뜻을 제시하지 않고, 권위 있는 사전이 여러 종류 들어있다.

그러므로 바이블웍스에서 이런 뜻이라 하면 안되고, 그 중의 어떤 사전에서 이야기 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특히 출처를 밝히지 않고, 헬라어 사전, 히브리어 사전이라고 하나의 사전만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연구 경향을 반영하지 못한, 미심쩍은 내용인 경우가 많다.

12. 권위 있는 사전을 선택하여 보되, 가능한 한 여러 사전을 함께볼 수 있으면 좋다.
신약의 BDAG, 구약의 HALOT과 같이 권위있는 사전을 참고하되,

목적에 따라 여러 사전을 함께 보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사전도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대로 다른 언로 정의된 사전을 볼 수 있다면 더 좋다.

13. 확장된 의미(Extanded meaning)에 유의하라.
독일어 바우어 사전보다 BDAG가 더 널리 사용되고 권위를 인정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단순한 정의에 더하여 ‘확장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 단어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하는 부분에 유의하여

문맥에 따른 정의를 창의적으로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14. 주로 어떤 단어로 번역되는지 통계적으로 파악하라
특정 단어가 다른 언어로 옮겨질 때 어떤 단어로 옮겨지는 지

통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면 더 풍부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참고 로고스 Bible Word Study)

15. 도구 사용하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단어의 의미는 사용하면서 생물처럼 움직이고 변화한다.

살아 움직이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자료로만은 부족하다.

전문적인 성경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성경만이 아니라,

기록에 남은 전체 자료를 연구할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자료가 발달되었다.

헬라어의 경우 중세 이전의 기록으로 남은 모든 자료와 도자기 조각에 기록된 문헌까지 대부분의 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있다.
히브리어도 그에 버금간다. 과거에는 고정된 사전적 정의를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 매우 수월하게 귀납법적인 방법으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가치가 있고 방대한 사전일수록 종이 출판으로는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p.s.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 원저자의 마음에 비유적으로 말해 “주파수”를 맞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많은 자료가 있어도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어떤 뜻으로 말씀하신 것인지 알기 어렵다.


또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내가 무슨 목적으로 단어의 의미를 찾는지,

그리고 거기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지는 잘 가늠해야 한다.

본인이 살필 수 있는 자료와 검색 능력, 그리고 문맥 파악 능력을 잘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단어는 수 시간이 아니라, 수 일, 수 개월, 몇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화두와 같이 붙잡을 수도 있으며,

그러한 묵상이 더 깊은 이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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