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李氏)들이 왜 영어로는 Lee라고 쓸까요?


우리 나라 어린 학생들이나 원어민 강사들이 "참 이상해요. 왜 이씨들이 영어로는 [/Lee]라고 하나요" 라고 물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때마다 참 곤혹스러워요.

이 때의 대답은 "글쎄요" 정도가 고작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우리 말로 말할 때에는 모두 "이씨"라고 하면서 영어로 써 보라면 언제부터인가 "Lee"라고 쓰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지요.

왜 그러냐 물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덩달아서 그렇게 쓸 뿐이라고 합니다.

원어민 강사나 영어를 막 배우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일러주는 대답으로는 아무래도 좀 시원찮은 편이지요.

 

(/)씨는 종친회에서 "류씨"로 부르기로 하고 명함도 그렇게 만들자고 결의해서 그렇게들 부르고 영어로도 "Ryu"로 쓴다고 하지만,

()씨와 ()씨는 보통 때에는 그냥 이씨, 노씨라 부르다가 영어로 쓰라고만 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Lee","Roh"로 발음이 전환되고는 합니다.

 

북한의 경우는 남한에 비하여 두음법칙이 덜 진행되어 아직도 "리발소", "로동신문"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사람을 부를 때에도 "리동무, 리선생"이라 한다 하니 영어로 표기할 때도 자기네들 발음하는대로 그냥 표기한다고 하니 별 문제는 없다고 하네요.

 

근데 유독 남쪽의 대한민국 사람들만 왜 소리 따로, 글자 따로 놀려고 하는지 그게 참 이상하군요.

참고로 이웃 나라 씨의 현지 발음과 영문 표기를 알아 보면,

 

중국 = 발음 [] / 영문 표기 Li 또는 Lee - 영어 발음도 []

북한 = 발음 [] / 영문 표기 Li 또는 Lee - 영어 발음도 []

한국 = 발음 [] / 영문 표기 Lee - 영어 발음은 []

 

한국이 발음은 []로 놓아 두고 영문 발음만 [, Lee]로 한 것이 중국을 따라 한 것일까, 북한을 따라 한 것일까요?

아니면, 미국 남북전쟁 때 남부군 장군에 Lee 씨가 있는 걸 보고 우리도 미국 따라 영어 Lee씨를 새로 창씨하기로 한 것일까요?

 

미군이 우리 나라에 들어 오기 전만 해도 우리 나라 이씨의 영문 표기는 집안에 따라 조금씩 달랐습니다.

북쪽 출신인 이승만 대통령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부터 "리승만"이라고 불리어졌기 때문에 미국서 1910년 박사학위 딸 때에 영문 표기 성씨를 "Rhee[]"라고 썼는데,

그 경우는 자기 고향 발음 그대로 영어로 쓴 것이어서 전혀 이상하다고 할 점이 없었고요,

 

이준 열사와 함께 1907년 헤이그까지 갔던 남쪽 출신 이위종 밀사는 어린 시절부터 "이위종"이라 불리어졌기 때문에 영문 표기 성씨를 자기 고향 발음대로 "Ye[]"라고

쓴 것 역시 당연한 영문 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7개 국어에 능통했다는 이위종이 "Ye"라고 썼다는 사실에 이씨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글자로 ""라고 쓰는 것에는 그 발음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이", "1()"에서의 ""는 목구멍에 힘을 주는 발음의 ""이고,

"율곡 이이", "2()", "[]"에서의 ""는 목구멍에 힘을 주지 않는 부드러운 발음의 ""입니다.

그리고 영어에서도 "ear-이어"""는 목에 힘을 주는 ""이고,

"year-이어"""는 부드러운 발음의 ""이지요.

 

이러한 양국 발음을 고려하고, 영어에서 "be, me, he, we""e"가 모두 []의 발음이란 것도 감안하여

이위종이 영문성씨를 "Ye"라고 한 것은 정말 대단한 관찰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천 월미도의 한국이민사박물관 복도에 전시되어 있는 하와이 이민자 명단을 보면,

이씨 수백 명 중에서(세다가 다 못 셌음) 90% 이상이 모두 "Ye"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인천, 경기도 출신들이었으니 그들로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영문 표기였지요.

 

어쨌든 북한 출신 "리승만"과 남한 출신 "이위종"이 각자 자기네 집안에서 발음하는 그대로 """""Rhee""Ye"로 쓴 것은 나무랄 데가 없는데....

요즈음 남한 이씨들이 일제히 북한 출신이 되기로 작정하였는지, [] 발음이 나는 "Lee"를 쓰기로 한 것은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Lee"로 정 쓰고 싶으면 우리 말 명함도 "리 아무개"로 바꾸든지(북한의 경우처럼)

그렇지 않으면 남한 발음처럼 [] 발음 나는 "Yi" 또는 "Ye" 또는 "Yee"로 영문을 표기해야 좋을 것 같습니다.

 

"Yi","Ye","Yee" 세 가지 모두 괜찮기는 하지만,

"Yi"로 쓸 경우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야이]로 읽을 우려가 있고

"Ye"로 쓰는 것은 일부 유럽인들이 간혹 []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Yee"로 쓰는 것은 우리 나라 발음 []를 잘 살리고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미 영문 성씨 "Lee"로 여권을 만들어 버린 사람들은 좀 곤란하겠지만

새로 여권을 만들어야 하는 어린이들의 경우는 대한민국의 발음대로 영문 표기를 써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글쓴이 : 황재순. 문학박사. 인천에서 장학사와 교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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