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유대인...같은 점 5가지, 다른 점 4가지

홍익인간과 티쿤올람


글 / 홍익희 (세종대 교수)



홍익인간(弘益人間) 

단군왕검의 건국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민족만 이롭게 하자는 이념이 아니다. 우리가 주도하여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그 뒤 자손대대로 한민족을 규율하는 생활철학이었다. 고조선이 주변 유목민족들을 아우르며 2000년 이상의 강대국을 이룰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그 뒤 부여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을 지배하는 근본사상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는 선언적 가르침이 아니라 항상 생활 속에 살아있는 되새김질이다. 이때 홍익이란 천지의 웅대한 뜻과 이상을 삶과 역사 속에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이란 하늘이 원하는 ‘이상세계’(理想世界)를 건설하는데 일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재세이화’(在世理化)이다. 삼국유사에는 홍익인간과 함께 재세이화의 통치이념이 등장한다. '재세이화'란 '세상을 하늘의 이치로 교화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치는 하늘의 섭리를 말한다. 그러므로 재세이화는 하늘의 섭리에 부합되는 세상을 말한다. 곧 하늘의 뜻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하늘의 뜻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도록 앞장 서는 사람이 홍익인간이다. 이는 단군왕검이 한민족에게 가르쳐 준 준엄한 삶의 자세이다. 하늘의 섭리에 맞게 이상세계를 건설하라는 뜻이다. 
 
 
티쿤 올람(Tikkun Olam) 
 
재미있는 건, 유대인에게도 홍익인간과 비슷한 사상이 있다. 바로 “티쿤 올람” 사상이다. 티쿤은 ‘고친다’는 뜻이고, 올람은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티쿤 올람’은 세상을 개선한다(To improve the world)는 뜻이다. 이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되 완벽하게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미완성의 상태로 창조하시어 지금도 창조사업을 계속하고 계시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티쿤 올람은 창조론과 진화론을 함께 아우르는 사상이다. 19세기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면서 종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기독교도들은 다윈이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원숭이의 이미지로 격하시켰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진화를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창조로 해석한다. 그들은 하느님이 지금도 창조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대교 신앙에 의하면, 인간은 하느님의 파트너로 지금도 계속되는 하느님의 창조 행위를 도와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그 선두에 자기들이 있다고 믿는다. 
 
유대인 아이들이 13살에 치루는 성인식 때 랍비가 “사람은 왜 사는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티쿤 올람”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이렇듯 유대인에게 삶이란 신의 뜻에 대한 헌신이자 신에 대한 충성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 세상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이상세계(理想世界)로 건설하는데 필요한 자기의 몫을 찾아내어 그 책임을 다하려 한다.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자 인간의 의무라고 그들은 믿는다. 이를 위해 유대인들은 평생 끊임없이 공부한다. 
 
 
배움이 곧 신앙생활 
 
인간이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유대인은 하느님의 섭리를 배우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유대교의 오랜 전통에 의하면 하느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배운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곧 배운다는 것은 기도를 올리는 것과 동일한 일이다. 
 
히브리어로 ‘기도하다’라는 말은 ‘히트 파레루’이다. 이 히트 파레루는 ‘스스로 가치를 잰다’는 뜻이다. 곧 하느님께 맹종하는 게 옳은 것이 아니라 신께서 하시는 위대한 일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며, 그러고 난 뒤에 신의 의지에 합당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유대인에게 배움은 곧 신의 뜻을 살피며 신을 찬미하는 일이다. 배움이 곧 신앙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시나고그의 주된 역할도 배움의 장소를 제공함에 있다. 유대인이 배움의 민족이라 일컬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곧 유대인들에게 배움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하느님께 다가가는 신앙생활인 것이다. 
 
 
현대판 집단 메시아사상 
 
유대인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배움의 중요성과 티쿤 올람 사상을 가르친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그들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이자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 사상이 바로 현대판 메시아사상이다. 메시아란 어느 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협력하여 미완성 상태인 세상을 완성시키는 집단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대인들이 창조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러한 티쿤 올람 사상과 집단 메시아사상이 그들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에 강한 유대인들 
 
유대인 기업가들이 이 세상을 이상세계(理想世界)로 만들기 위한 비전에 강한 이유가 바로 이 티쿤 올람 사상과 집단 메시아사상 때문이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정보의 실시간 검색과 공유를 위해 세상사람 모두의 호주머니 속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를 갖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구글에 접속시키는 게 그의 꿈이었다.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게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고, 인간들의 다양한 정보충족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게 인공지능이다. 이런 연유로 알파고가 탄생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꿈을 갖고 있다. 모든 정보의 공개와 공유가 인류를 좀 더 자유롭고 인간답게 만들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인류 전체를 페이스북 페친으로 묶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케 하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어찌보면 그는 래리 페이지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사용자가 약 20억 명인데 이를 75억 명 인류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오지에 인터넷 망을 개설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인공위성과 드론을 활용해 전 세계를 인터넷 망으로 촘촘하게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동식무선기지국 역할을 하게 될 보잉 737 만큼 큰 날개 길이를 가진 초대형 드론 '아귈라'의 두 번째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스페인어로 독수리를 뜻하는 '아귈라' 드론은 날개 위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을 통해 전기를 자체생산하기 때문에 지상 6만∼9만 피트 상공에서 며칠 동안 장기비행이 가능하다고 페이스북 측은 밝혔다. 
 
페이스북은 인류 전체를 한 덩어리로 묶는 인류 공동체 계획 이외에도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른 맞춤정보 제공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을 식별해내는 안면인식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80%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인과 유대인의 공통점 
 
한국인과 유대인은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첫째, 두 민족 공히 머리가 좋고 부지런하다. 영국 얼스트대학 리처드 린 교수팀과 핀란드 탐페레대학 타투 반하넨 교수팀이 세계 185개국을 대상으로 IQ 조사를 했다. 한국인 평균 IQ가 106으로 세계 1등이었다.(출처; 월간조선 2004년 2월호) 한편 이스라엘 인구 850만 명은 유대인 600만 명과 팔레스타인인 250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대인 평균 IQ를 알려면 미국 고등학교의 IQ 조사결과를 보아야 한다. 유대인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 평균 IQ 98점보다 약 9.8점이 높았다. 무수한 외침 등 민족의 고난과 형극의 역사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머리씀이 민족의 집단 IQ 형성에 영향을 미친듯하다. 
 
둘째, 교육열이 높다. 이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셋째, 두 민족 모두 음력을 사용하는 같은 아시아계 후손이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음력을 쓰고 있다.
 
넷째, 잃어버렸던 나라를 1948년도에 재건한 역사도 같다.
 
다섯째, 여성의 주체적 역할이 크다. 가정에서 교육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가 여성인 점도 같다. 그래서 유대인 사회에서는 엄마가 유대인이면 그 자녀를 무조건 유대인으로 인정한다. 반면에 아빠만 유대인이면 그 자녀는 검증을 받아야 유대인이 될 수 있다. 결혼 후에도 여자가 배우자의 성(姓)으로 바꾸지 않고 처녀 때 성을 그대로 쓰는
민족은 한국인과 유대인밖에 없다.
 
 
한국인과 유대인의 차이점 
 
반면 한국인과 유대인의 차이점 또한 크다.
 
첫째, 교육목적에 차이가 있다. 교육에 대한 높은 열정은 같지만 교육의 진정한 목적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의 교육은 시험통과를 위한 높은 성적획득을 지향하다보니 경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유대인 교육의 목적은 학습 성취에 있지 않고 성숙한 인격체로 키워져 유대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보니 교육의 목적이 ‘나’보다 ‘우리’를 중요시하는 인성교육과 공동체정신 함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3세 성인식 때 온전한 성인의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유대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둘째, 교육방법에 차이가 있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인 반면에 유대인 교육은 질문과 토론문화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유교식 교육전통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위주이나 유대인은 다르다. 유대인들은 지식의 주입을 교육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이해시키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배양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고대로부터 탈무드 교육은 질문과 토론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음을 가르친다. 그렇다보니 공교육 역시 질문과 토론으로 진행된다. 
 
셋째, 교육목표가 상이하다. 우리는 ‘베스트’를 지향하는 교육이나 유대인들은 각자가 남과 다른 탈란트를 개발하여 학생 하나하나를 ‘유니크’한 존재로 키워내는 게 교육의 목표이다.
 
넷째, 유대인이 강한 건 바로 그들의 공동체 정신에 있다. 유대인은 개인적인 역량도 크지만 그보다는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단결력과 서로 돕는 협동정신이 강하다. 유대인의 도움에는 8단계의 품격이 있다. 최고 단계의 도움이 상대방이 자립, 성공할 수 있도록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물질적 도움은 물론 정보와 지혜 나눔, 인맥 소개 등 말 그대로 성공할 때까지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도와준다, 이를 헤세드 정신이라 부른다. 그들이 진정 강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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