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작

"들 장 미"

(Der Schonste Tag Meines Lebens)

 비엔나소년합창단의 이야기


 

원제는 Der Schonste Tag Meines Lebens 였으나

국내에서는  '들장미'란 제목으로  상영된 메인 포스터.

아! 그 영화 '들장미'!! 필자가 일흔이 넘은 나이 지금에사 이를 처음 보거나 다시

본다면 그 감흥이 과연 어떨까? 영화를 본 후 어린 중학생 시절 며칠을 가슴 에는

감동과 화면에 젖어 애잔한 장면들을 되새기며 너무나 맑고 총명한 비엔나 소년

합창단들의 눈망울이 뇌리에 맴돌며 사라지지 않던 그 감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저 이름난 소년합창단들의 평범한 이야기에 어린 마음이 매료된 탓 때문이 아닐까?
평생을 살아오며  어떤 영화가 제일 좋고, 어떤 영화가 감명을 받았을까?를 생각한다면

 이  '들장미' 가 0순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빈 소년합창단원으로 선발된 토니의 늠름한 모습

 

그리고 주인공 토니(미하엘 안데/Michael Ande)와 '비엔나 소년 합창단(Viener

Sangerknaben/Vienna Boy's Choir)'이 주된 역을 맡고 있는데 오스트리아의

빈에 기반을 둔 이 합창단은 이 소프라노와 알토 합창단으로 1498년에 창단된

600년의 역사를 가진 소년 합창단이다.

 

7~15세까지의 변성기 전 소년들로 구성, 각각 21~25명 정도로 편성된 4개팀

을 조직하여 이중 3개팀은 해외 연주회 활동을 하고 나머지 1개팀은 '장크스

슈테판(Sankt Stephan)' 대성당의 미사나 국내 연주회 공연을 전담하고 있다.

 

스토리는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잃고 강아지 한마리를

껴안고 울고있는 소년 토니를 마음씨 착한 대장간 할아버지가 자기집으로

와서 친손주처럼 같이 지내게 된다.

 


가족도 없이 가난하게 홀로 외롭게 지내던 할아버지는 아침이면 화로에 불을

 지피고 토니는 헤머로 쇠붙이를 두드리며 그래도 맑고 고운 목소리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오디션을 거쳐 빈소년항창다원이 된 토니 (앞줄 오른쪽)


 

토니의 노래는 예사롭지가 않았고 교회에 처음 나가서도 성가대만 유심히

응시하는 등 심상찮은 관심을 보여 단번에 음악적 소질을 발견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강아지와 세 식구가 비록 정이 들긴 했지만 이대로 토니의 재능을

썩히고 대장장이를 만들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궁리를 하던 중

에 마침 빈 소년합창단에서 신입 단원을 모집한다는 오디션 공고를 보고 토니

와 상의 끝에 비엔나로 향한다.


할아버지의 낡아빠진 고물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털털대며 국경을 넘어 오디션

을 받기 위해 달렸다. 필자가 지금도 가장 인상깊게 여기며 평생을 되내이는

장면이 있다.

 

합창단 교정에 들어서서 작업복에 삽을 들고 땅을 파고 있는 중늙은이에게 교장

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저쪽으로 가보래서 숨을 죽이고 면접을 위해 교장실에 들

어서니 바로 그 분이 교장이 아닌가.

 


촌티가 물씬 나고 초라한 몰골의 토니의 오디션 차례가 되었다. "무슨 노래를

준비했지?".  "베르니의 들장미예요." 긴장감에 목에 메이는데 피아노 반주가

나오자 토니의 노래가 시작된다.


"어린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

정신없이 보았네 장미화야

장미화 들에 핀 장미화"





       

         도둑의 누명을 쓰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토니를 위로하는 합창단 여선생님.

 

그러나 갑자기 2절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해 할 때 복도에서 지켜보며

토니의 노래에 감동한 단원들이 오디션장으로 몰려와 2절은 합창으로 이어지던

장면 또한 필자의 가슴에 오래 남는다.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고 자랑스런 단원으로 제복을 입은 토니는 엄격한 기숙사

에서 조직생활을 익히고 체계적으로 정규 음악과정을 배우면서 선배들과의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간다.


한창 제집에서 사랑받고 재롱부리며 유복하게 자랄 나이의 소년들은 엄한 통제에 

때로는 반항도 하면서, 또 새내기 토니에게도 따뜻함을 보이는가 하면 심술도 부리

는 등 온 갖 성격들이 모여 었으나 모두가 귀한 집안의 금쪽같은 왕자님들이었다.



필자가 당시 가장 가슴깊이 감동 감명적인 장면으로 두 세그먼트가 기억나지만

한편 정확한 스토리 기록이 오류를 범할까 두렵긴 하지만 이를 요약하면 대강 이

렇게 유추된다. 첫째는 기숙사 사감(?) 여선생님이 너무나 깊은 사랑과 보살핌

을 쏟고 있어 고아인 토니는 마음 속으로 늘 엄마같이 생각하며 지내는데 어느 날

합창단원 전체가 며칠간 여행을 갔을 때다.





     

       합창단 교장(오른쪽)이 할아버지에게 토니의 음악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협곡의 언덕위에 유난히 아름답게 피어있는 한떨기

들장미를 발견하고 토니는 위험한 절벽을 사력을 다해 기어올라 안간힘을

다해 어렵사리 이를 꺾어다 선생님 방에 아무도 몰래 갖다 꽂고 나온다.

 

토니로서는 고마운 선생님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정성이요 은혜에

대한 보답의 표시였으리라. 그러나 이튿날 난데없이 선생님 방에서 귀한 하모

니카가 없어졌다는 소동이 벌어졌고 지난 밤 토니가 그 방에 들어간 걸 본

목격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숨죽이며 조심스레 들장미만 꽂고 나온 토니에게

너무나 청천벽력 같은 도둑의 누명이 씌어지는 순간이었다.


토니를 모략하는 친구가 꾸민 도난극에 선생님에게 목숨을 걸고 꺾어다

바친 들장미의 순정이 가엾게도 무참히 짓밟히고 드디어 합창단에서 퇴교

처분까지 받게되자 토니는 협곡의 강물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긴급구조로

목숨을 건지게 되고 누명을 씌운 친구가 자수 함으로써 토니는 회복을 하고

합창단은 미국 연수 여행길에 오른다.

 


      

       시골뜨기 고아 토니가 첫 오디션을 시작하는 날 단원들의 격려를 받는 장면

 

달리는 버스 안에서 노이블란트의 행진곡을 좌우팀으로 나누어 부르는 합창

은 스트레오 음향처럼 경쾌한 반주와 함께 참으로 감탄이 넘치게 황홀하고

환상적으로 관객의 영혼을 사로잡던 명장면을 음악을 모르는 필자도 빈 소년

합창단의 현란히 세련된 제복과 함께 평생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두째는 그리도 기다리던 합창단의 면회날 할아버지의 고물 오토바이

가 뜻밖에 불이 난 화재사건이다. 대개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이라 면회가 허용

되는 날은 가족들이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잔뜩 준비해 와서는 밀린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게 상례지만 토니의 할아버지는 대장간 일도 있

고 길도 멀어 그간 애절한 사연의 편지만 나누었다.

  

그러다가 모처럼 날을 잡아 꼭 오기로 약속한 면회 날 강아지와 함께 불이나케

달려오던 중 가끔은 시동이 잘 안걸리던 오토바이가 드디어 그 날은 불이 붙어

실랭이를 벌이다가 눈물을 먹음고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던 일이다.

 


      

          나쁜 친구의 모함으로 절도 혐의를 받고 교장으로부터 퇴교처분을 받는 토니

 

어린 토니가 그리도 애타게 기다리던 할아버지와 강아지가 서녘에 해가 넘어

가도록 오지를 않자 유복한 친구들이 가족들과 오랫만에 만나 웃는 광경을 보며

기다림에 지쳐 시름없이 흐느끼던 어린 토니의 안타까운 모습이

지금도 애처롭게 눈에 밟힌다.

 

감독은 '막스 뉴펠드(Max Neufeld)' 이고 실제 원제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Der Shonste Tag Meines Lebens)' 이고 들장미도 일종의 뮤지컬이고 보면

이 역시 빈소년합창단을 중심으로 한 음악영화였고 노래에 접목시킨 스토리치

고는 청명한 소년들의 합창음악의 정수와 함께 너무나 가슴을 저미게 하는 감동

으로 다가와 50년이 지난 이 나이가 되도록 '들장미'를 가슴에 담고 사는가 보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빈소년단합창단 외에도 리베라합창단, 성 필립스합창단,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리틀엔젤스와 선명회 등이 유명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빈합창단이 우리나라에 와서도 여러차례 공연을 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감상기회가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합창이 갖는 음악적, 예술적

진수를 만나 감동할 수 있다는데 이의는 없겠다.

 

 

      누명을 쓰고 강물에 투신했던 토니를 돌보는 사감 여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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