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과 율례와 법도 

 

 

글 / 안 유 섭 목사(반석교회)

 

 

구약 성경의 용어들 중에서 서로 간에 명확한 구분 없이 혼용 번역됨으로써 의미 파악에 혼동을 야기하고 있는 경우는 계명(誡命), 명령(命令), 금령(禁令), 율례(律例), 규

 

례(規例), 규정(規定), 정규(定規), 법도(法度), 법(法), 법령(法令),공도(公度) 등의 단어들을 혼역(混譯)한 것이다 

 

 

 

계명은 히브리어로 ‘미츠와’인데 이 말은 원 뜻인 '계명', '명령', '금령'으로 번역 된 외에 '정규', '규례' 등으로도 번역하였다.

 

또한 율례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호크’ 또는 ‘후카’인데 이것은 '율례', '규례'이외에 '법',법도', '명령', '규정' 등으로 번역하였다. 그 리고 법도는 히브리어로 ‘미쉬파

 

트’인데 원 뜻은 '법도' 혹은 '판결', '심판'이다. 그러나 미쉬파트의 번역된 용례를 보면 원 뜻인 '법도'나 '판결', '심판', '재판'이외에도 '규례', '율례', '공도', '방식' 등으

 

다양하게 번역하였다. 이상에서처럼 세 가지 용어가 서로 간에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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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 성경에서 이와 같이 세 종류의 히브리어 단어를 혼역(混譯)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표현력을 구사함이 아니라, 원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의 결여와 함께 이스라엘 법 구

 

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계명'의 뜻인 ‘미츠와’는 '명령하다'라는 뜻의 동사 ‘차와’에서 온 것이므로 '명령', '금령' 등으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계명은 헬라어로

 

는 ‘엔톨레’(Commandment)라고 한다. 

 

 

 

다음의 '율례'의 뜻인 ‘호크’ 또는 ‘후카’는 '자르다'의 뜻인 ‘하카’라는 동사에서 온 말로서 '규례', 풍속', '관습' 등으로 번역함이 무방하다. 율례는 헬라어로는‘카논’(Cano

 

n)이라고 한다.

 

 

 

마지막의 '법도'라는 뜻의 ‘미쉬파트’는 '다스리다' 또는 '재판하다'의 뜻을 가진 ‘솨파트’에서 온 명사로서 원래의 뜻은 '판결', '심판'인데 개념이 확대되어 '법'이라는 뜻으

 

로도 사용되어진 것이다. 미쉬파트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크리시스’(심판의 뜻) 또는 ‘노모스’(율법 혹은 법률의 뜻)가 있다. 

 

 

 

여기서 이스라엘의 세 종류의 법체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상에서 세 단어가 원어로써 구별되어질 뿐 아니라 법체계상으로도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기 때문

 

이다. 이스라엘의 법체계는 도덕법과 종교법 그리고 사회법이라는 세 종류의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명' 즉 미츠와는 도덕법(Moral Law)의 핵심이 되고 있는데, 도덕법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요구하시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및 인간들 서로간의 관계

 

를 규명한 것으로서 사실상 법이라기 보다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명령(Commandments)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출 20:3-17과 신 5:7-21의 십(The Ten Commandme

 

nts)에서명확히 도출되어 짐을 알 수 있다

 

 

 

십계명은 율법(토라, )의 대표적인 내용으로서 인간 행위의 옳고 그름을 인간 스스로 판별할 수 있게 하는 기준으로 계시되었으며 (롬 7:7)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를 따름으

 

로써 하나님께로부터 인정을 받고 생명을 얻을 길이 열리게 되었으나(롬 7:10), 인간 내부의 부패성은 도리어 계명으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사망으로 가게하고 말았다고 했

 

다.(롬 7:11) 구약의 십계명이 신약에 와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십계명은 내용상 하나님에 대한 것과 사람들간의 것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를 주님께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두 가지 큰 계명으로 집약하여 주셨다. 

 

 

 

십계명은 또한 '하라'라고 하는 적극적 명령과 '하지 말라'라고 하는 소극적 명령으로 나누어지는데 '하라'라는 명령은 우리의 속사람 곧 영이 마음으로 섬기고자 하는 '하

 

나님의 법'을 말하며 '하지 말라'라고 하는 명령은 육신의 정욕이 좇고자 하므로 금지해야 하는 '죄의 법'을 뜻하는 것이다. 

 

 

십계명을 포함해서 성경에 나타나는 계명은 모두 613개(個)이다. 이 중 '하지 말라'고 하는 계명은 일 년의 날수와 같은 365개이며'하라'라고 하는 계명은 사람의 지체의 숫

 

자와 같은 248개이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가 일년 내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지체를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할 것들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한다.

 

 

 

결국 신약에서 계명의 의미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칭의된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을 좇아 삶으로써 점차 그리스도를 닮아 가기 위해 필요한 하나님의 요구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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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율례'를 뜻하는 호크 또는 후카는 이스라엘의 종교법(Religious Law) 즉 성막, 제사, 절기 등을 규정한 것으로 십계명 중에서 처음 네 가지의 하나님께 대한 것

 

을 세부적으로 규정하신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하나님께서는 십계명을 주시기 전에 출13장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절기를 지킬 것을 명하셨다. 

.

 

절기는 히브리어로는 ‘하그’라고 하고 헬라어로는 ‘헤오르테’라고 하는데 둘 다 축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뒤에 십계명을 주신후에는 ‘미쉬칸’이라고 부르는 성막을 짓고 제사를 지내는 방법 등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제사는 히브리어로는 ‘자바흐’라고 하고 헬라어로는 ‘뛰

 

시아’라고 하는데 이것들이 바로 이스라엘의 지켜야 할 종교 법규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도'라는 뜻의 미쉬파트는 사회법(Social Law)을 이름인데 십계명 중에서 특히 인간들 상호간의 도덕적 규범을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도록 하기 위한 세

 

부적인 법의 적용이라고 볼 수 있다. 

 

 

 

미츠와와 호크 또는 후카가 이스라엘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성격을 가졌다면, 미쉬파트는 이스라엘 뿐 아니라 고대의 국가들이 국가 존립을 위해 스스로 형성한 함무라비

 

법전 등과 같은 일반적 법체계와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있다

 

 

계명에 대하여 연구한 김에 율법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율법(토라)은 협의적 개념과 광의적 개념의 두 종류가 있는데, 협의적으로는 율법 또는 율법서라고 하며 헬라어로 ‘

 

노모스’라고 한다. 그러나 히브리어 토라는 광의적으로는 성경 말씀 전체를 가리키기도하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구약으로만 이루어진 성경을 그냥 토라라고 부른

 

다. 이를 헬라어로는 ‘그라페’라고 한다.

 

 

 

협의적 율법인 노모스는 앞에서 살펴 보았던 계명(미츠와)과 율례(호크 또는 후카) 그리고 법도(미쉬파트) 등으로 구성되고, 이는다시 광의적 율법인 그라페 안에 포함된

 

다. 그라페는 협의적 율법인 노모스를 비롯해서 예언서인 ‘네비임’과 성문서인 ‘케투빔’으로 구성된다. 케투빔에는 역사서와 시가서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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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대인들은 성문화되지 않은 방대한 량의 구전 율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약 AD 200년 경 이를 집대성하여 ‘미쉬나’라고 하는 구전 율법 모음집을 탄생시켰다.

 

미쉬나는 농경법, 절기법, 여자에 관한 법, 손해에 관한 법, 성물(聖物)에 관한 법, 정결 의식법의 여섯 가지 내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미쉬나란 '반복'이라는 뜻

 

이다. 

 

 

 

AD 3 ~ 5 세기에는 미쉬나의 주석으로 '학자'라는 뜻의 ‘탈무드’가 만들어졌다. 미쉬나가 본문이라면 주해 부분을 특히 게마라( ,완성)라고 하는데 탈무드는 미쉬나와 게

 

마라를 총칭하여 일컫는 말이 되기도 하였다.

 

탈무드는 예루살렘 탈무드와 바벨론 탈무드의 두 종류가 있는데 예루살렘 탈무드가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반면 바벨론 탈무드는 섬세하기는 하나 지루하게 편집되었다.

 

  

 

한편 탈무드가 만들어진 것과 같은 시기에 토라와 미쉬나에 대한 해석과 많은 설교 내용이 담긴 ‘미드라쉬’(탐구)도 만들어져서 함께 전해져 내려왔는데 이는 곧 율법 해석

 

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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