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ing Beethoven

 

 

 

 

 

 

  

 

 

<카핑 베토벤>에는 안나 홀츠라는 가상의 인물이 나온다. 옛날에는 작곡가가 마구잡이로 휘갈겨 쓴 악보를 연주자들이 보기 쉽게 깨끗하게 베껴 적는 카피스트라는 직업이 있었다. 안나 홀츠는 바로 베토벤의 카피스트이다. 마지막 교향곡 ‘합창’의 초연을 앞두고 있던 베토벤은 자기 악보를 카피할 유능한 카피스트를 찾던 중 우연히 음대 우등생인 안나 홀츠를 소개받는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녀가 여성이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기가 잘못 적은 음을 안나가 고쳐서 그려 넣는 것을 보고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게 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함께 일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성격과 생각의 차이로 마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음악을 통한 예술적 공감을 얻게 된다.

베토벤과 안나는 음악을 통한 예술적 공감을 통해 정신과 영혼의 합일을 이룬다.

그러던 중 안나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의 초연을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예전에 베토벤의 카피스트였던 슐레머는 안나에게 제발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의 초연에서 지휘를 하지 않게 해 달라고 한다. 그 후 베토벤의 지휘로 ‘합창 교향곡’의 리허설이 진행되는데, 여기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베토벤이 지휘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합창 교향곡’의 초연 날이 다가온다. 관객의 자격으로 연주회장에 들어온 안나는 급히 슐레머의 부름을 받는다. 베토벤의 지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나에게 대신 지휘를 부탁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지휘대에는 베토벤이 서고, 안나가 그 맞은편에서 지휘를 하기로 한다. 안나의 지휘를 베토벤이 카피하도록 한 것이다.

드디어 연주회가 시작된다. 비록 전곡은 아니지만 영화에서는 이 장면에서 음악을 상당히 길게 들려준다. 1, 2, 3악장의 주요 대목이 나오고, 이윽고 ‘합창 교향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4악장으로 들어간다. 안나와 베토벤은 서로의 몸짓에 집중한다. 안나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베토벤의 손끝으로 전달된다. 안나와 베토벤은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하나의 음악을 두 사람이 공유하는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인간적인 사랑 이상의 사랑을 나누고 있음을 암시한다. 음악을 통해 육체의 결합이 아닌,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정신과 영혼의 합일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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