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이중생활, 뉴턴도 몰랐다


박건형 기자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입자인가 파동인가, 18세기부터 논쟁
당시 최고 과학자 뉴턴의 지지로 증명 안된 입자說이 힘 얻어
19세기 영, 실험으로 파동說 입증
아인슈타인, 광전효과 통해 "입자의 성질도 있다" 밝혀내

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구약성경 창세기 1장3절).
성경은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가장 먼저 만든 것을 '빛'이라고 적고 있다.
옛날 사람들도 빛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는 UN이 정한 '빛의 해'이다.
지금부터 1000년 전 이슬람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Haytham)은 '광학'이라는 책을 썼다.
알 하이삼은 이 책에 실험, 관측, 수학적 분석 등을 통해 알아낸 빛에 관한 기본적인 원리들을 상세히 적었다.
고대에는 빛이 물체로부터 나와 눈으로 들어오는 것인지,
빛이 눈에서 나와서 물체를 비추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여기에 명확한 답을 준 것이 알 하이삼이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물체를 볼 때 눈이 아픈 것을 볼 때 빛이 외부에서 들어온다는 것이다.
알 하이삼은 "제3의 광원(光源)으로부터 받은 빛을 물체가 반사,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적었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강연 모습.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강연 모습.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광전 효과에 대한 해석으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 미국항공우주국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빛'이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 현상을,

 '입자(粒子)'와 '파동(波動)' 중 하나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구분한다.

입자는 공처럼 한 점에 뭉쳐 있고, 둘이 만나면 튕겨나가거나 부서지고 흡수된다.

알갱이처럼 각각 분리된 형태이기 때문에 개수를 셀 수도 있다.

파동은 진동이 물결처럼 넓은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현상이다.

두 개의 파동이 만나면 서로 통과하면서 합쳐져 크기가 커지거나,

작아지는 간섭(干涉) 현상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빛은 파동일까 입자일까.

이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세기다.

로버트 훅,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빛을 파동으로 봤다.

반면 아이작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주장했다.

관건은 물 속에서의 빛의 속도였다.

빛이 파동이라면 물과 같은 매질(媒質) 속에서 간섭 현상이 일어나면서

속도가 느려져야 한다.

문제는 당시엔 빛의 속도를 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시 가장 유력한 과학자였던 뉴턴의 주장대로

빛은 입자라는 의견이 파동 쪽을 압도했다.

19세기에 반전이 일어났다.

영국의 토마스 영이 '이중 슬릿 실험(Duoble Slit Experiment)'을 이용,

빛이 파동이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실험 방식은 이렇다.

종이에 두 개의 좁은 틈새(슬릿)를 낸 뒤 빛을 통과시키면

뒤의 스크린에는 밝기가 다른 줄무늬들이 나타난다.

빛이 물결처럼 퍼져 나가기 때문에,

서로 간섭을 일으켜 밝아지거나 어두워진 것이다.

1865년 제임스 맥스웰은 빛이 파동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맥스웰 방정식'을 발표했다.

빛의 전쟁에서 파동설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파동이자 입자인 빛

파동설의 승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물결이 퍼져 나가기 위해서 물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파동에는 반드시 매질이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빛을 매개하는 매질로

 '에테르(ether)'라는 물질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자들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微視世界)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냈다.

미시세계에서 빛은 파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광전효과(光電效果)이다.

금속에 자외선이나 X선처럼 주파수가 높은(파장이 짧은) 빛을 쪼이면

전자(電子)가 튀어나온다.

빛의 에너지를 전자가 흡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시광선이나 전파처럼 빛의 주파수가 낮으면(파장이 길면)

 아무리 빛의 강도를 높여도 전자가 방출되지 않았다.

빛이 파동이라면 빛이 전자에 주는 에너지는 빛의 강도와만 상관이 있어야 하고,

주파수와는 관계가 없어야 한다.

긴 파장의 빛이라도 여러 개 중첩되면 충분히 에너지가 커져

전자를 방출할 만한 힘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을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한 것이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의 이러한 성질이 빛이

에너지 덩어리인 입자(광자·光子)라고 가정하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빛의 주파수가 높다는 것은 광자가 가진 에너지가 높아,

전자를 빨리 흔들어 튕겨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밝다는 것은 광자의 수가 많다는 것일 뿐 광자의 에너지와는 상관이 없다.

파장이 긴 빛은 아무리 광자의 수가 많아도

광자 하나의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전자를 튀어나오게 할 수 없다.


"파장이 짧은 빛은 에너지가 큰 입자들의 모임이고,

파장이 긴 빛은 에너지가 작은 입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이 발견이 과학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대과학에서 빛은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모두 가진 '독특한 존재'로 정의된다.

이를 빛의 이중성(duality)이라고 한다.


빛의 정의를 하나로 뚜렷하게 나타낼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인간 언어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제 누구나 빛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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