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별 740개 낳는 슈퍼 맘 은하단

 

美 MIT 주축 연구진 발견
57억 광년 떨어진 ‘피닉스’ 죽은 상태 보통 은하와 달라…

기존 우주탄생 이론 뒤집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피닉스 은하단’의 이미지.

지구에서 약 57억 광년 떨어진 이 은하단은 해마다 740여 개의 별을 만들어 낸다.

X선 적외선 우주망원경과 지상의 광학망원경 관측 결과를 조합한 그림이다.

AP 연합뉴스

 

 

해마다 740여 개의 별을 탄생시키는 천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은하단(銀河團)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별의 생성에 대한 가설을 진전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주축을 이룬 국제 연구진은 “지상과 우주의 10개 망원경을 사용해 지구에서 약 57억 광년 떨어진 ‘피닉스 은하단’을 관찰한 결과 중심부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별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과학학술지 네이처 인터넷판 15일자에 발표했다.

같은 날 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연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챈드라 X선 우주망원경,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남극 전파망원경, 칠레 코킴보 주 제미니 남반구 천문대의 블랑코 4m 광학망원경과 마젤란 광학망원경, NASA 광대역적외선탐사 우주망원경, 유럽우주기구(ESA) 허셸 적외선 우주망원경 등을 사용했다.


이번 연구보고서의 주 저자인 마이클 맥도널드 MIT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은하들이 죽은 듯한 상태인 데 비해 피닉스 은하단 중심부의 은하는 살아 움직이듯 새로운 별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죽음으로부터 부활한다는 ‘피닉스’(불사조)의 신화가 딱 어울리는 천체”라고 말했다. 이 은하단은 ‘SPT-CLJ2344-4243’이라는 코드번호로 불리다가 그 안에 속한 별자리의 이름을 따 피닉스로 불리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천체 구조체로 분류되는 은하단은 대부분 만들 수 있는 별을 다 만들어 낸 뒤의 상태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질량이 태양의 2500조 배에 이르는 피닉스 은하단은 매년 740여 개의 새로운 별을 만들어낸다. 지구가 속한 은하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로 별의 수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피닉스 은하단은 다른 은하단처럼 그 안에 속한 은하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의 뜨거운 가스를 품고 있다. 은하단이 품은 가스는 X선 망원경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학자들은 이런 뜨거운 가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식은 다음 은하 중심부로 가라앉는 과정에서 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은하단에서 수십억 년 동안 극소수의 별만 새로 만들어진 데 대해서는 중심부 은하에 위치한 거대 블랙홀이 은하에 계속 에너지를 공급해 가스의 냉각을 막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블랙홀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가스를 덥히고 중심부와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이언스데일리는 “피닉스 은하단은 블랙홀과 가스 냉각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가 됐다”고 해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라이언 폴리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선임연구원은 “피닉스 은하단에서는 중심부의 거대한 블랙홀이 분출하는 에너지가 은하단의 가스 냉각을 막을 정도로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가스 냉각이 다른 은하단보다 빠를 것으로 추측되는 피닉스 은하단에서 별이 발생하는 속도는 우주 전체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별의 탄생 속도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추정된다. 피닉스 은하단의 별 생성 속도는 약 1000개의 은하계를 포함하고 있는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20배에 이른다. 은하단 자체의 질량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저명한 우주학자인 마틴 리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가스 냉각 가설’은 별의 생성에 관한 다른 어떤 가설보다 중요한 가설이 됐다”며 “은하단 중심부에서 대규모 은하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기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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