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대 안과병원 50년… 모토는 '환자 제일'

건양의대 김안과 창립 50주년… 설립자 김희수 이사장
개원 후 50년간 환자 위해 휴일 없이 병원 풀 가동
1990년대 건양대 설립 후엔 학생에게 빵·우유 돌리기도
"미래 50년은 저개발 국가에 안과 의술 전수 힘쏟을 것"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눈앞에 벌어지는 일만 쳐다보는 한국인은 사회적 근시(近視) 상태입니다. 멀리 볼 줄 알아야 눈 건강을 위해서도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도 좋겠지요."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국의 대표적 안과 병원 '건양의대 김안과'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2년 8월 15일 영등포 로터리 근방의 허름한 2층 건물에서 의사 한 명이 15명의 환자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 김안과는 이제 안과 전문의 40명이 하루 1500여명의 눈 환자를 진료하는 아시아 최대 안과 전문병원으로 거듭났다.

김안과 김희수 이사장이 노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그는 84세의 대학 총장임에도 가끔 그를 찾는 환자가 오면 안과 진료를 한다. 김 이사장은“고령 사회로 갈수록 노인성 망막 환자가 급증한다”며“고혈압₩당뇨병₩녹내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망막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양의대 김안과 제공
설립자인 김희수(金熺洙·84) 이사장은 우리나라 눈 건강의 산증인이다. 그는 "개원 당시엔 영양실조나 비타민 결핍으로 각막이 하얗게 변한 어린이나 기생충·곰팡이에 감염돼 눈병이 난 젊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며 "요즘은 그 세대가 당뇨병이나 황반변성으로 노인성 망막질환이 생겨 우리 병원을 찾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세브란스 의대를 나와 6·25전쟁 직후 대구 구호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눈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보고 안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일리노이 주립대 병원에서 전문의가 됐다. 귀국한 김 이사장이 내건 모토는 '환자 제일주의'였다. 병원 문턱이 한창 높을 때였다. 안과 의원치고는 특이하게 365일 24시간 진료를 했다. "영등포 주변에는 공장이 많아서 밤에 눈을 다치는 사람이 많았어요. 안구(眼球)에 상처가 나거나 출혈이 생기면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환자들이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자다가도 응급 환자가 오면 뛰쳐나갔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김안과는 토·일요일은 물론 설날과 추석에도 문을 연다. 그는 "라식 전문 안과 중에는 눈병 환자가 오면 아예 진료도 안 하는 곳이 있는데, 환자를 내치는 의사가 의사냐"며 "의사는 평생 환자의 아픔을 같이하는 게 직업적 업보"라 했다. 그의 집안은 딸·외손자를 포함해 3대째 안과의사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인재 양성을 기치로 1990년 고향인 충남 논산에 건양대를 설립했다. 현재도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는 '빵 총장'으로 불린다. 시험 기간 새벽 3시 반에 도서관에 나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직접 돌린다. 건양대 졸업식은 3일에 걸쳐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총장이 졸업생 1800명 전원에게 일일이 악수하며 학위증을 건네주고 격려하기 때문이다. 졸업식 전에 해외 취업한 학생들을 위해 싱가포르와 일본까지 날아가 '찾아가는 졸업식'도 연다.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김 이사장의 걸음과 말하는 속도는 웬만한 젊은 사람 못지않다. 그는 매일 새벽 양 허리춤에 만보계를 두 개 차고 집을 나선다. 하루 만 보가 넘지 않으면 집 주변을 더 걷고 퇴근한다. 만보계를 두 개 차는 이유는 "하나로는 오차가 생겨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일상은 동트기 한참 전인 오전 4시에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응급실을 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880여 병상 병원의 모든 병동과 중환자실, 주방, 쓰레기 하치장까지 돌며 위생과 청결 상태를 점검한다. 해외 학회에 가는 날을 빼고는 거른 적이 없다.

그는 "1970년대 사시(斜視)가 있는 구로공단 여공들에게 교정 수술을 많이 해줬는데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리고 다니던 여성들이 퇴원하는 날 머리를 위로 올리고 환하게 웃으며 나가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김안과의 '미래 50년'은 저개발 국가에 안과 의술을 전수하는 것과 세계 최고의 눈질환 연구 병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doctor@chosun.com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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