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터지면 하류 100km 눈물바다로 만들 ‘히말라야의 눈물’ 차오른다

 

험난한 고갯길을 넘어서자 커다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탈진할 듯 지친 몸 앞에 ‘히말라야의 속살’이라고 불리는 롤왈링 계곡이 드러났다. 그 사이에 거대한 호수가 누워 있었다. 멋지고도 무서웠다. 초롤파. 해발 4580m에 위치한 네팔 최대의 빙하호수다. 거대한 바위 밑에 고여 있는 호수 위로 수직의 바위벽들이 비쳤다. 찬바람이 건너오는 호수 표면에는 살얼음이 덮여 있다.

이 호수는 거대한 트라카딩 빙하의 끝자락이 녹으며 생긴 자연호수다. 1957년 이 호수의 표면적은 0.23km²였다. 지금은 1.65km²로 늘어났다. 50년간 7배 이상으로 커졌다. 길이 3.2km, 깊이 131m에 이르는 이 호수는 1억 m³의 물을 담고 있다.

이 호수가 위험한 이유는 둑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으면서 물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호수를 막고 있는 둑은 자갈과 흙으로 이루어진 자연 제방이다. 호수 내의 압력이 커지는 데 비해 제방은 물살에 노출되면서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일대 계곡엔 농지를 일구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6000여 명의 주민이 있다. 둑이 터질 경우 하류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물 폭탄’이 머리 위에서 쏟아질 것이다. 이같이 빙하호수의 둑이 터져 생기는 홍수를 ‘빙하 홍수’라고 한다. ‘수직 쓰나미’라고도 불린다. 초롤파 둑이 터질 경우 최고 높이 17m의 물기둥으로 하류 100km까지 쑥대밭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물 폭탄은 이 지역만의 걱정은 아니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히말라야 북서쪽인 힌두쿠시 히말라야 일대에만 약 2만 개의 빙하호수가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빙하 홍수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ICIMOD에 따르면 중국 인도 네팔 파키스탄 지역에서 약 179개의 빙하 호수가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29번, 네팔에서 22번, 파키스탄에서 9번, 부탄에서 4번의 빙하 홍수가 보고됐다.

 

관계국들은 대책회의로 분주하다.

지난달 부탄에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부탄의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관련 회의를 열었다. 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 기후회의에서는 네팔과 부탄지역의 빙하가 지난 30년간 21∼22% 줄었다고 보고됐다.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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