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에 희생된 음악의 성인



베토벤 : 교향곡 9번 라단조 Op.125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 


1827년 오늘(3월 26일) 오스트리아 빈의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쳤습니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침대에서 혼수상태에 있다가

눈을 번쩍 뜨고 하늘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픽 쓰러졌습니다.


숨소리가 줄어들더니 곧 멈췄습니다.

악성(樂聖)은 57세의 나이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베토벤의 사인은 알코올성 간경변 증이었습니다.

그는 식사 때마다 와인 1병씩을 마셨으며 소화불량과 만성설사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설사는 과민성대장염 탓일 가능성이 큽니다.

 

51세 때 황달이 시작됐고,

교향곡 9번 《합창》을 완성한 다음해인 55세 때 코피를 쏟고 피를 토했다고 합니다.


식도정맥이 높은 압력 때문에 터진 ‘식도정맥류’ 탓입니다. 

그는 이듬해 복수가 차서 바늘을 찔러 물을 빼는 ‘천자술’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827년 3월 4일부터 간성혼수가 와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됐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침대 옆의 노트에 ‘친구여! 갈채를, 희극은 끝났다’고 쓰고 다시 정신을 놓았습니다.

그의 시신을 부검했더니 간은 절반으로 쪼그라져 가죽처럼 굳어있었고 이자는 크고 딱딱해져 있었습니다.

술 때문에 만성췌장염까지 온 것이죠.

베토벤은 20대까지는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알코올중독에 빠진 것에는 어릴 적의 경험이 큰몫을 차지합니다.

 

궁중악단의 테너 가수였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월급의 태반을 술값에 썼습니다.

그는 저녁 문뱃내를 풍기면서 귀가해 아들을 구타하며 피아노를 치게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신동’으로 키워 큰 돈을 벌 요량으로 베토벤을 빈의 모차르트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베토벤은 모차르트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가 위독해 독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참고로 베토벤이 숨지기 1주일 전 슈베르트가 병상의 악성을 방문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베토벤처럼 어릴 적에 부모의 음주습관에 노출된 사람은 나중에 알코올 중독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베토벤이 말년에 청력장애에 시달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26세 때부터
 난청을 호소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대부분의 곡이 들리지 않을 때 완성된 것입니다.


청력장애의 원인이 매독인지,

아니면 페이젯 병이라는 특수한 병 때문인지는 논란이지만 술이 난청을 악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는 초기에는 난청을 비밀로 했지만 31세 때 탄로가 났습니다.

루돌프 대공을 위해 쓴 피아노 3중주곡 <대공>의 초연 때였습니다.


그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다른 악기가 들리지 않는 바람에 혼자 쾅쾅 너무 세게 건반을 두드렸습니다.

연주는 엉망이 됐겠죠?

그러나 베토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귀 대신 영혼으로 들으며 작곡에 몰두했습니다.


빈에 살면서 밤에 작곡하느라 방안을 돌아다니거나 피아노를 쳐서 이웃사람의 항의 때문에 무려 79번을 이사했습니다.

하루는 짐을 실은 마차를 타고 이사하던 중 사라졌습니다.

 

그는 경치 좋은 곳을 지나면서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숲 속에서 악보를 그리느라 새벽에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집은 새 집이 아니라 옛집이었다고 합니다.

음악에 취해 이사간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불행한 베토벤.

기록에 따르면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아 붉은  얼굴에 곰보자국이 얽어있고 몸집은 왜소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거인(巨人)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늘은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청력장애를 이겨내고 인류의 문화유산을 만든 그의 집념을 새겨보시기를 바랍니다.


 

(보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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