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600km로 ‘죽음의 무도’ 벌이는 쌍성 발견

지구에서 3000광년이나 떨어진 우주 공간에 '죽음의 무도'를 벌이는 두 늙은 별이 발견됐다. 백색왜성으로 알려진 이 두 별은 초속 595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서로 나선을 그리며 끌어당기고 있어 90만년 뒤에는 서로 융합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이 두 별이 다른 쌍성을 이루는 별들과 다른 특이한 점을 보여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두 늙은 별을 연구하면 아인슈타인일반 상대성이론을 입증하고 모든 초신성의 기원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천문학연구팀 리더 워런 브라운 박사는 "지구와 해왕성 크기만 한 두 백색왜성은 지구와 달의 거리의 3분의1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둘은 12분마다 서로 공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백색왜성에서는 서로 물질이 유입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등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점이 이질적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의 영향과 초중력 연구의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애리조나 홉킨스의 구경 6.5m 멀티플미러망원경(MMT)으로 백색왜성의 쌍성계를 조사하던 중 그 '춤추는' 쌍성을 발견했다. 두 별이 서로 가려질 때 만들어지는 빛의 특징이나 스펙트럼을 관측해 상대적인 움직임을 측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백색왜성은 한 숟가락당 무게가 자동차 한 대 만큼 무거울 정도로 초고밀도 질량을 자랑한다. 커다란 질량의 천체가 서로 회전하면 공간이 휘어진 상태가 돼 연못에 돌을 던져 잔물결이 이르는 것처럼 파문이 생긴다. 쌍성은 '중력파'로 불리는 이 파문들에 의해 에너지의 일부를 잃고 궤도는 점차 축소된다.

이에 대해 브라운 박사는 "새로 발견된 쌍성은 물질의 교환이 없으므로 중력파 효과 측정에 최적"이라고 밝히면서 "우주에는 많은 쌍성이 있지만 매우 근접하기에 서로 영향을 준다. 상호 작용하는 물질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관측할 수 있지만, 쌍성 별의 증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견된 쌍성은 서로 나선을 그리며 다가갈 때 궤도주기의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별의 진화와 최후의 순간을 증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백색 왜성의 충돌은 오랫동안 Ia형(원 에이 형)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Ia형 초신성은 다른 별에서 날아온 물질이 백색왜성에 쌓여 일정한 질량에 이르러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의 이론 모델을 따르면 이번 쌍성이 융합하면 초대형 질량의 백색왜성이 되거나 매우 드물게 약한 초신성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 발견된 이 쌍성은 현재 지구에서 보면 태양의 뒤편을 이동하고 있어 관측되지 않고 있다. 궤도주기가 어느 정도까지 짧아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올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브라운 박사는 "우주 시간에서 보면 90만년이라는 한순간에 융합을 이룰 이 쌍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NASA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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