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색깔이 담홍색이거나 보라색이면 빈혈 의심을

 

중국의 '명의편작'이나 '장중경'에 보면 훌륭한 의사는 환자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 상태를 알아맞혔다고 한다. 경험에 비춰 병을 알아낼 수밖에 없었을 때니 그렇기도 했겠지만 놀라운 것은 그 적중률이 지금의 의료 기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최소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는 방편은 된다.

■ 병 증세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혀

몸 상태를 가장 간단히 알 수 있는 방법은 혀를 살펴보는 것이다. 혀의 크기와 모양, 표면 질감, 색깔 등을 보면 몸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혀 색깔이 담홍색이거나 보라색이면 빈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담홍색일 경우에는 위장이 약해 소화 기능이 떨어졌을 염려가 있으므로 위장 기능을 강화하고 음식 종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혀가 보라색을 띠면 소화 능력은 충분한데 육류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밀가루와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다.

 
혀가 담홍색이거나 보라색이면서 혀 주위에 치흔(혀에 찍힌 톱날 같은 이빨 자국)이 많다면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국 찌개 등 염분이 많은 음식 섭취를 줄이고 빵 칼국수 수제비 등 밀가루 음식도 삼가야 한다.

혀 전체가 붉은색일 경우 몸에 염증 반응이 있거나 심장 주변에 열이 있을 수 있다. 혀의 가장자리가 붉게 변하면서 마르는 것은 몸에 진액이 마르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당뇨병과 갑상선 질환 등 호르몬에 이상이 있으면서 여름에 혀가 붉게 변한다면 식생활과 수면 습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혀 색깔이 칙칙하다면 폐와 혈액 순환이 방해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흡연량을 줄여야 한다.

간염 보균자가 혀 색깔이 어두운 붉은색이고 가장자리가 마르는 느낌이 들면 간에 열이 오르고 있다는 뜻이므로 흡연과 음주를 자제하고 익히지 않은 야채를 피해야 한다. 특히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말초혈액순환장애가 있거나 고혈압 약을 오래 복용했다면 혀 뒷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혀 뒷면의 얇은 막 아래 정맥이 허옇게 두드러져 있거나 뒷면의 미세돌기가 붉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60세가 되지 않았고 다른 질병이 없다면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60세가 넘었다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혀 표면에 설태가 두텁게 끼거나 황색으로 변하면 위염 위험이 있으므로 평소에 즐기지 않던 음식은 피하고 현미나 5분도 쌀 등을 천천히 먹어 소화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혀에 얼룩과 같은 어두운 밤색 반점이 생겼다면 자궁에 물 혹이나 종양이 생겼을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또 혀 둘레가 푸른색을 띠면 심장병이나 고혈압을 의심해 봐야 한다.

■ 질환 판단 척도인 손ㆍ발톱과 머리카락

손ㆍ발톱도 질환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손ㆍ발톱이 시계 유리같이 볼록해지고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끝부분이 둥그렇게 커지면 간경화증이나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염 폐암 폐결핵 폐기종 등 만성 호흡기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반대로 손톱이 숟가락 모양으로 함몰돼 있다면 철 결핍성 빈혈이나 관상동맥질환, 매독, 갑상선질환 등이 있을 수 있다.

손톱의 뿌리 부분은 흰색이고 위쪽은 분홍색 또는 갈색을 띠는 것은 만성신부전증(콩팥병)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손톱 표면에 백색 가로 줄이 있으면 비소 중독이나 패혈증, 콩팥병이 있을 수 있다. 손톱의 흰색 점은 진균 감염, 장티푸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또 백반(흰색 반흔)이 부분적으로 나타나면 결핵 신장염 림프종 등을, 전체적으로 나타나면 장티푸스 한센병 간경변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밖에 손톱이 흑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대개 염증성 피부 병변이나 약물 복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머리카락의 상태로도 질환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단백질이 결핍되거나 철 결핍성 빈혈이 있으면 머리카락 색깔이 밝게 변한다. 어느 한 부분에만 흰머리가 나면 그 부분의 두피에 백반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잘 부서지며 끝이 갈라진다면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영양 결핍, 갑상선 이상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 증상은 신진대사를 담당하는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해 나타난다.

자궁근종 난소낭종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탈모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머리카락 가장자리에 흰머리가 생기거나 머리카락이 윤기를 잃고 푸석푸석해지면서 생리량과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지면 이런 자궁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에게서 탈모가 생기면 알레르기나 아토피 같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영양 장애이거나 과잉행동장애,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 신체 변화에 가장 민감한 피부

피부는 인체의 거울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체의 변화와 질환에 민감하다. 특히 당뇨병이 생기면 피부에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손등이 붓고 밀랍처럼 하얗게 되면서 손가락과 관절 등의 뼈가 튀어나온 부위에 갈색 반흔이 생긴다.

피부에 황색이나 오렌지색 반흔이 생기면 지질 단백질 대사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갑상선 이상이 있을 때도 피부에 반응이 나타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일 경우에는 피부가 습하고 따뜻하며 얼굴에는 홍조가, 손바닥에는 홍반이 생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일 경우에는 피부가 건조해지고 미세한 주름이 늘어난다.

혈색으로도 몸 이상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평소보다 혈색이 붉게 변하면 심장, 희게 변하면 폐, 푸르게 변하면 간, 노랗게 변하면 위와 소화기, 검게 변하면 콩팥이나 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눈 아래 다크서클이 생기면 간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어린이에게 다크서클이 생겼다면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ㆍ흡수하지 못해 찌꺼기가 위장 안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아이는 멀미가 잦고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생기며 집중력과 지구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 대신, 된장이나 배춧국 등 담백한 음식을 먹이고 인스턴트 식품, 야식, 간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술도 안 마시는데 코가 딸기코라면 폐의 이상이 생겼거나 성형수술 등으로 혈관이 눌렸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김선형(사상체질과)ㆍ유박린(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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