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과 희년은 어디서 유래했는가?

․목사님들이나 교수님들은 안식년이라고 쉬시던데, 안식년의 뜻은 무엇이며 어 디서 유래했습니까?
․희년 또는 대희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안식년이니 희년이니 하는 제도는 구약성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주전 13세기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땅에 정착한 이후에 그들이 만들었던 사회복지제도의 하나입니다. 안식년 제도는 6년 일하고 7년째 되는 한 해를 쉬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기독교권 국가의 교회와 학교 등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안식년제도는 일종의 기독교문화가 되었는데,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에게, 그리고 대학에서는 교수들에게 재충전과 연구의 기회를 주기 위해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비기독교 대학에서는 ‘연구년’ 또는 ‘연구출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안식년과 희년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함께 설명을 해야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희년(禧年)이란 우리말로는 ‘기쁨의 해’라는 뜻이지만, 히브리말로는 ‘쥬빌리(Jubilee)의 해’라는 뜻입니다. 쥬빌리란 ‘수양의 뿔’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희년을 선포할 때 수양의 뿔로 된 나팔을 분데서 유래합니다. 희년의 기원은 레위기 25장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희년법이고, 이 희년법의 기초는 바로 안식년법입니다. 레위기 25장 2-7절, 출애굽기 21장, 23장, 신명기 15장 등에 안식년에 관한 규정들이 나옵니다. 그들이 광야생활 40을 거쳐 가나안 땅에 들어간 때로부터 6년이 지나고 7년째가 되는 해를 안식년으로 선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매 7년마다 안식년이 돌아오고, 그 안식년이 일곱 번째 돌아오면 그 해가 희년이 됩니다. 안식년 법에 보면 몇 가지 중요한 규정이 나옵니다. 



1. 안식년에 지켜야할 규정들

첫째로,

안식년이 되면 땅을 쉬게 해야 됩니다.

한 해를 휴경(休耕)기간으로 정하고 농사를 짓지 않고 저절로 맺힌 열매를 거두지도 않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땅을 쉬게 하는 것입니다. “땅을 이렇게 쉬게 해야만 땅도 너희에게 먹을 거리를 내어 줄 것이다”(레위기 25:4). 이 말씀대로라면 그들은 생태학적 지혜가 있었습니다. 땅은 생명체여서 쉬어야 지력(地力)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정신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소출을 먹게 하는데 휴경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씨를 뿌리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포도, 무화과, 올리브 등은 저절로 자라고 열매가 맺힙니다. 안식년에는 이 자연소출을 누구나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자기의 토지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땅을 쉬게 하는 것이 안식년의 첫 번째 정신입니다. 



둘째로,

신명기 15장에 나오는 신명기 법전에 보면, 안식년이 되면 이웃 사람의 빚을 탕감해 주라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처음에는 평등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빚진 사람도 생기고, 경제적 불평등 현상도 생기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6년에 한 번씩 다시 원상회복시킨 것입니다. 경제적 불평등 구조는 출애굽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가나안 땅에 들어왔던 그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안식년의 정신입니다. 


셋째로,

노예를 해방시키라는 규정입니다. 이것도 신명기 법전에 나오는데, 히브리 노예는 6년 동안 주인에게 봉사한 다음 7년째 되는 해에는 해방되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이것도 역시 자유와 해방을 찾아 탈출했던 출애굽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였습니다. 불평등 상태가 심화되면 종속되고, 종으로, 하인으로, 노예 신분으로 전락됩니다. 이러한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서 6년에 한번씩은 노예를 해방시키라는 규정입니다. 이 때 빈손으로 내보내지 말고 한 밑천을 주어서 내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남아 있기를 원하면 남아 있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안식년법이 희년법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2. 희년의 기본 정신

희년이란 안식년 정신의 최종 완성을 뜻합니다.

희년은 일곱 번째 돌아오는 안식년으로서, 그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래로 안식년을 일곱 번 맞이한 그 해를 그들은 ‘희년’으로 선포하고 지켰습니다.

즉 49년째 7월 10일이 되면 온 나라에 희년을 선포하는 나팔을 붑니다. 그 해로부터 1년 동안이 희년이 됩니다. 



1)참회

희년이 선포되는 첫 날인 7월 10일은 ‘대속죄일’입니다.

이 대속죄일은 참회와 회개의 날입니다. 죄에 대한 뉘우침, 잘못을 고치려는 겸손한 마음에서부터 희년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2)자유

무엇보다도 중요한 희년의 정신은 자유입니다.

‘쥬빌리’라는 자유의 나팔소리가 온 나라에 울려 퍼지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종 된 상태에서, 억압의 상태에서, 갇힌 상태에서 자유의 몸이 되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주인도 종도, 권력자도 민초도, 삼라만상의 자연까지도 본래의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신호가 희년을 알리는 나팔소리입니다. 그래서 특히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습니다.


3)노예해방

희년의 나팔소리는 가난으로 인해 노예가 된 사람을 원상회복시켰습니다.

 이 노예해방제도는 이스라엘 사람은 결코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정신에서 출발합니다.

평등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습니다.


4)휴경제도

안식년이나 희년이 되어서 한 해 농사를 짓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은 6차 년도에 3년 동안 먹을 것을 충분히 보장해 주마고 약속하셨습니다.

휴경의 정신은 땅의 지력을 회복시키고,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것, 즉 평등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였습니다.


5)토지소유의 원상회복

가난해서 팔아먹은 땅,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의 토지가 남의 수중에 들어 있으면 이를 자동적으로 원상회복시켜주었습니다. 여기에 보면 중요한 선언이 나옵니다. “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는 선언입니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자일 뿐이다”(23절). 땅은 하나님의 것이므로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선언, 즉 ‘토지공개념’입니다. 설령 팔아먹었을 지라도 희년에는 원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재출발시키고, 실패한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입니다. 


6)주택소유의 원상회복

뿐만 아니라, 빚 때문에 집을 팔았을 경우, 희년이 되면 원소유주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주택공개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땅이나 의식주만큼은 돈벌이나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신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휴경법이 일시적인 빈민구제법이라면 희년의 토지와 주택 원상회복법은 빈부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시켜 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7)이자 없는 대부제도

가난한 동족이 돈이나 곡식을 빌려달라고 할 때 이자를 받지 말고 꾸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어려운 이웃을 도와서 새 출발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정신은 희년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강조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동족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죄악으로 취급했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이자를 받지 않는 것을 이웃사랑의 실천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8)고엘법(되무르기법)

고엘(go'el)은 속량하다, 되무르다 라는 뜻인데, 이 법은 일단 팔아버린 토지, 가옥, 노예 등을 나중에 본인이 돈을 벌거나 혹은 친척의 도움으로 되무르는 법을 말합니다. 이것은 희년에만 통용되었던 것이 아니고, 나중에는 항시법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을 평등공동체로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제도였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희년법의 근본정신은 부자유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서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자는 것이며, 불평등으로 야기되는 비인간화의 상태를 극복하자는 정신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3천여년 전에 추구했던 그 휴경제도랄지, 노예와 죄수의 해방이랄지, 토지와 주택의 원상회복, 이자를 금지하는 제도 등을 오늘 우리 사회에 문자 그대로 적용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희년의 근본적 정신만큼은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 평화롭고 통일된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오늘 우리 한국민족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라고 믿습니다. 누가복음 4장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오신 목적을 바로 이사야 61장에 기록된 희년의 실현이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주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된 사람들에게 자유를, 
눈먼 사람들에게 다시 보게 함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주고,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누가 4:18-19).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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