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인의 우주관


욥을 향한 하나님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기록 된 본장 (욥기서 38장) 가운데는 우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이 만물을 주관하심을 묘사하는 여러 표현들이 등장한다. 즉 하나님께서 땅의 기초를 놓으셨고 (4절), 주초의 모퉁이 돌을 세우신(6절) 것으로 묘사하며, 광명의 처소와 흑암의 처소가 있고 (19절), 눈 곳간과 우박 창고(22절), 그리고 우뢰와 번개길(25절)을 만드신 것으로 묘사 된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신이 우주를 창조하셨으며 만물을 주관 하신다는 히브리인의 우주관을 반영한 표현 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성경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진리가 선포되고 그것이 기록될 당시 사람들의 언어와 세계관 및 우주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히브리인의 우주관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1. 우주의 구성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
고대 히브리인의 우주관에 의하면 세게는 하늘(天)과 땅(地)과 땅아래(地下)의 세 계층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하늘은 궁창(穹蒼)이라고도 불리워지는데, 이것은 땅 위에 뒤집혀진 사발같은 모양으로(圓形天井) 생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궁창 아래의 물은 모여 바다를 이루고 궁창 위의 물은 하늘 창고에 모아 두었다가(창 1:6-7) 적절한 때에 이 궁창에 달린 창 또는 문이 열려서 그 곳에 보관 되었던 물들이 비, 눈, 서리가 되어 지상에 뿌려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용 38;37). 또한 이 궁창에는 해, 달, 별들이 있으며(시 19:6), 그 아래에서 새들이 날게 되어 있었다. 또한 이 궁창은 하늘 기둥(욥 26:11) 으로 지탱되어 있는데 여기서 기둥은 높은 산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지상 동물과 사람이 살아가고 식물이 자라는 땅은 땅의 기둥(삼상 2:8)이 떠받쳐 있다. 그리고 땅 아래에는 지하(地下)가 있고 그 가운데 음부(陰符)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이것을 느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으며 각 부분을 보다 더 상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 하늘에 대한 이해
히브리어로 하늘을 가리키는 일반적 용어인 ‘솨마임’ 은 복수형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고대 히브리인들이 여러 계층이 있는 하늘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반영한다.  즉 구약에는 이를  더 세분화하여 구름의 하늘, (왕상 18:46), 새의 하늘(창 7:23), 해, 달, 별의 하늘(시 8;3), 하나님이 계시고 천사들이 거주하는 하늘(신 26:15, 시 11:4) 등으로 묘사하고 있기도 한다. 한편하늘은 궁창이란 용어로도 표현 되는데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라키아’ 는 본래 금속관을 두드려 얇게 눌러 편 것을 말한다. 히브리인들은 하늘에는 많은 물들을 보관하여야 하고 해, 달, 별과 같은 천체가 매달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금속관과 같은 단단한 고체판이어야 하며, 그것이 땅의 지붕의 역할을 하며 하늘 기둥 즉 높은 산에 의해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창 7:11, 욥 37;18). 한편 히브리인들은 일반적으로 이 하늘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으로 셍각 하였는데 이에 대해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첫 번째 하늘(Coelum Aqueum)
    인간의 눈에 가시적으로 감지되는 대기의 하늘을 말한다. 즉 호흡할 수 있는

   공기가 있고, 새들이 날아다니며, 구름이 떠다니고 바람이 불며, 비와 눈과

   우박과 이슬과 서리가 내리는 공간으로서의 하늘을 말한다.


  나. 두 번째 하늘(Coelum Sidereum)
   대기권의 하늘 위에 있는 해, 달, 별과 같은 천체가 매달려 있는 천체의  하늘을 말한다.  이는 금속판과 같은 궁창과 그 위의 공간으로서 궁창에는 해, 달, 별들이 매달려 있고, 그 위에는 많은 양의 물들이 보관 되어있다. 즉 금속판과 같은 궁창이 두 번째 하늘의 물들을 지상에 쏟아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며, 해, 달, 별과 같은 천체를 매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두 번째 하늘과 관련된 성경의 언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하늘의 창(窓)
    궁창 위에 보관되어 있는 하늘의 물들이 창이나 수문이 열릴 때 쏟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창 7:11, 8:2, 왕하 7:2, 19, 사 24:18, 말 3:10). 

 
  2) 하늘의 병(甁)
    하늘의 물들이 가죽부대나 병 속에 담겨져 있고 하나님이 자신의 뜻에 

     따라 이 병을 기울이실 때에 비가 내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3) 하늘의 곳간
    하늘에는 바람(시 135:7, 램 10:13) 우박, 눈(욥 38:22) 등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하늘의 창 하늘의 곳간, 하늘의 병 등의

     표현은 모두 대기권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의 원인과 관련하여 상호 연결

     되는 개념의 상이한 표 현으로 보인다.  

 

 다. 세 번째 하늘(Coelum Empyreum)
  두 번째 하늘 위에는 여호와와 천사들이 거주하는 장소인 세 번째 하늘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즉 여호와는 어느 곳에나 계시는 편재설(편재설)과  (램 23:24), 더불어 하늘의 하늘이라도 여호와를 용납지 못하는 (왕상  8:27) 무한성을 가졌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호와는  사람의 눈으로 관찰되는 하늘의 저 너머 곧 셋째 하늘에 계신다고 생각한  것이다.(시 113:5, 사 57:15) 
 
3. 땅에 대한 이해
 고대 히브리인들은 땅을 편편한 단면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사실은 사 42:5, 44:24에 하나님이 땅을 조성하시는 모습을 묘사한 히브리어 동사 ‘라카’ 가  ‘두드려서 넓고 편편하게 펴다’ 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데서도 확인 된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땅이 바다 위(시 24:2, 136:6)나 빈 공간(욥 26:7) 위에 놓여진 것으로 생각했다. (욥 26:10, 잠 8:29). 이처럼 땅을 경계가 있는 평면으로 생각했으므로 땅 표면에 네 귀퉁이가 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사 11:12, 겔 7:2). 한편 땅과 관련하여 땅의 기둥들 (욥 9:6, 시 75:3), 주초(시 104:5), 기초(삼하 22:16, 잠 8:29), 등의 표현이 등장 하는데 이는 땅이 땅아래 물위에 기둥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관념의 반영이다. 그리고 지진은 하나님께서 땅의 기둥을 흔드시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욥 9:6)  

 

4. 땅 아래에 대한 이해
히브리인들은 땅 아래에도 둘째 하늘과 같은 경우처럼 저장된 물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신 33:13). 하나님께서 노아 홍수 때에 홍수로 이 세상을 심판 하실 때 궁창위에 있는 하늘의 물을 쏟아 부으심과 동시에 땅 아래에 있는 큰 깊음에 있는 샘을 터뜨려 엄청난 물을 동원 하셨다는 (창 11:7) 기록도 이에 대한 히브리인들의 사상의 일면을 보여 준다. 즉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창을 조절하셔서 비의 양을 조절하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땅 아래의 물들도 역시 제어하시기 때문에 땅이 물들의 침범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욥 26:10) 한편 이런 땅 아래 세계와 관련해서는 죽은 자가 머무는 곳으로 생각 되었던 음부(陰府)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음부(지옥)는 땅의 큰 기둥 사이에 있다고 생각 했다. 이것을 그대로 해석하다 보니 죄인들이 가는 곳은 지옥(地獄) 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5. 의의
이상에서 제시한 우주관은 성경시대 히브리인의 신화적 우주관일 뿐이지 신구약 성경 전체는 물론 구약 자체의 우주관인 것은 절대 아니다. 신∙구약 성경은 필요에 의하여 당시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을 반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주의 존재론적 실체 자체를 제시할 때는 시대적 배경을 뛰어 넘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사실 보도를 하고 있다. 현대 과학 조차도 이런 사실을 최근에야 깨닫고 더욱더 성경의 무오성에 경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은 그릇되었으나 성경은 그릇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즉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 할 때 중세 시대 카톨릭 교회가 천동설을 주장한 것은 중세 교회가 성경을 오해함으로 그릇된 것이지 성경 자체가 그릇된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경 속에서 우주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정보를 구할 목적으로 성경을 대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성경은 우주의 신비를 알려 주기 위한 과학책이 아니라 오히려 우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의 절대 권능과 구원 역사를 기록한 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성경을 대할 때 표면상으로 드러난 표현들에 얽매여 성경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이면에 감추어진 하나님과 그분의 구원의 역사를 깨닫도록 힘써야 되겠다.


(그랜드종합주석 욥기서 pp382-385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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