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나라들과 ‘아브라함’
정상규
고대 근동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며 한 때 세계의 패권을 주도하던 국가들이 모여있던 지역이다.
그 지역의 주요한 역사는 3천년기, 2천년기, 1천년기로 구분되는데,
- 그 이전의 역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 2천년기부터 영토국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1천년기에는 패권주의와 팽창주의가 맞물려 고대의 강대국 앗시리아, (
신)바빌로니아, 메디아+페르시아 연합의 주요 무대가 되었다.
이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와 그 세 명의 장군들, 뒤이어 로마 등이 등장하면서 역사의 주도권이 유럽으로 넘어 갔지만 그 때까지 아시아에서 긴 기간동안 인류 역사의 중심에 있던 지역이 바로 고대의 근동(Near East)이다.
[우리의 관심은 근동의 3천년기부터 시작되므로 그 이전의 선사시대 역사는 하나의 표로 대신한다.]
고대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만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평화의 시대가 훨씬 더 길었다. 소규모 도시국가들이 생성되고 한참 동안 도시들은 서로에게 의존적이었으며,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왕래했고, FTA 무역 형태로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상당히 긴 기간을 함께 발전했다. 이런 소규모 도시들은 후에 국가화(도시국가)되었고, 더 먼 훗날에는 영토국가들에 의해 재편되었다.
2천년기에 들어서는 국가들간에 경쟁하며 영토팽창주의와 패권주의가 지배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지만 그 때까지 수 천년 동안 고대는 대규모 군사원정을 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대부분 평온했다.
다양한 문화도 존재했고, 그 중 어떤 것은 '(더)고대의 클래식한 문화'로 받아 들여졌으며, 각 국가의 기록과 교류를 위해서 다양한 언어를 교육하는 - 이를테면 고대 아카드어같은 - 왕실과 개인 저택에서 육성하는 교육 과정도 운영되었다.
성경의 아브람은 아직 영토국가로 발전되기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많은 학자들이 아브라함이 살던 시기를 약 2,800~2,500년 경으로 추측한다.
그는 고향땅인 갈대아 우르를 떠나서 유랑했으며, 그 아비가 하란에서 죽자 비로서 하나님의 약속(언약)을 따라 가나안을 향한 여정에 오른다.
수 천년 후 다양한 국적의 후손들에게 믿음의 선조(先祖)가 되는 이 갈대아인은 여러 성경의 근거를 참고할 때 아마도 후에 바빌로니아 제국의 주요 민족인 갈대아 부족출신인 것 같다. 그가 떠나온 '우르'는 우룩(비슷한 지명으로 인해 학자들은 한 때 우룩을 우르로 오해하던 때도 있었다)과 더불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상당히 발전한 지역이었음이 고고학의 발굴로 밝혀졌다.
성경은 그가 살던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바는 전혀 없지만 성경의 내용을 참고할 때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등의 족장들의 시대는 고대 부족들이 도시국가 형태로 발전하던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살던 시기에는 도시국가형태의 많은 국가들이 메소 포타미아 전역에 걸쳐 존재했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아브라함은 당대의 거부였을 것이며, 단순히 부유할 뿐 아니라 사병들을 거느리고 유목(? 혹은 방랑) 생활을 하던 그가 타(他) 부족(국가)들의 군사적 위협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고, 근처의 군사력을 가진 다른 부족(?)들을 주도할 만큼 영향력도 있었으며(이는 그의 군사력이 가장 강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한다), 당대의 강대국(혹은 도시국가나 부족)을 패퇴시킬 만큼의 물리력을 보유한 수준이었다.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는 남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이고, 2천년기의 주변 국가들은 우룩, 이신, 라르사, 십파르, 에스눈나 등이며, 이 지역은 엘람과도 근접해 있으며, 페르시아만에도 가깝다.
북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익숙한 이름의 유프라테스강 쪽으로 마리와 티그리스강 상류의 앗수르가 있다.
아브라함의 출신지역이 그러한 반면 그 후손들이 이후에 정착하게 되는 가나안 땅은 현대의 학자들이 '레반트'라고 부르는 곳으로, 가나안의 여러 토착 부족들이 모여 살았다. 이 지역은 특별한 권력이 세워진 적이 없없고, 이후 영토국가 시대에도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조공국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때 다윗과 솔로몬이 이 지역에서 권력을 형성했지만 학자들이 최근까지도 설화로 취급할 만큼 근거자료가 부족했다. (나중에 해당 부분에서 더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역사학자들의 입장은 오랫동안 다윗과 솔로몬이 실존인물이라는 것과 심지어는 통일왕국 개념도 부정했다. 그러다가 1993년에 텔-단 비문이 발견되고, 거기서 다윗왕조에 대한 성경외적인 기록이 최초로 발견되자 당시까지 다윗을 부정하던 역사학자들의 이론이 뒤집혔다.)
레반트 지역은 지리적으로 북서쪽으로 아나톨리아(현재의 터키지역)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되며, 동쪽으로는 앗수르와 바빌로니아 등으로 연결되고, 엘람, 메디아, 페르시아로 까지도 확장된다. 그나마 시리아 사막이 메소포타미아의 국가들이 레반트 지역으로 진출하는 장애물이 되었고, 북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앗수르든 남부 바빌로니아든 레반트를 침공하거나 이집트와 전쟁을 치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지역의 북쪽에서 부터 침입해 들어가야 했다.(그런 점에서 북쪽에서부터 기울어 오는 가마에 대한 선지서의 예언이 이해된다.)
남쪽으로는 이집트와 아프리카 대륙까지 연결되고, 나일강의 범람을 통해 수 천년간 번영을 이룬 이집트는 오랜 기간 동안 군사 강국이었으므로 고대의 패권을 두고 메소포타미아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나라들의 일전이 레반트 지역에서 자주 벌어졌고, 또 강대국들의 대리전 형식의 전투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는 말 그대로 이스라엘의 영토인 가나안 땅은 여러 대륙을 잇는 교착지역이었며, 제국주의 시대에 돌입해서는 국제 정세에 휩쓸려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이라는 뜻이고, 반대로 성경적 관점에서는 오로지 '전능하신 하나님(원문으로는 '군대의 하나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의 시야를 이스라엘의 영토인 레반트 지역으로 이끌어 가지만 사실 고대 근동의 정세에서 그 지역은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음 시간부터 우리는 성경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살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당대의 강대국들과 주변국의 역학관계도 살펴 가면서.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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