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든다"---이 나이에


이 땅 위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이에 걸맞은 처신과 철을 모르고 살아간다.

 

철이 든다는 말에서 이란

계절을 뜻하여,

계절에 따라 밭을 갈고 파종을 하고 거두어들이는 일을

제 때 한다는 데서 유래되어,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과연 철을 알고 있고, 철이 들어 있는가?

 

오랜 세월, 인생을 살아보면 부모를 부르는 호칭에서

세월의 무게와 삶의 연륜을 깊이 느끼게 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뜻을

정감 있게 잘 표현한 재미있고 아름다운 말이 있다.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연일 몰아치는 2월이 열린 길목에서

아래의 두 글을 읽고 또 읽고

저 산 너머 고향 선산을 바라보며,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린아이같이 눈시울을 적시며 웅얼거려본다. 

 

카피라이터 정철은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부터

철이 드는 게 아니다.

 

버지를 다시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순간부터 철이 든다

라고 했다.

 

시인 김완기는 느낌이란 시에서

엄마~”하고 부르면

 응석부리고 싶고

 

어머니~”하고 부르면

 업어드리고 싶다.

 

사람은 아빠 아빠”, “엄마 엄마부르며 응석부리다가

어느새 어른이 되고 목소리도 굵게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부르는 날이 온다.

 

자식을 안던 아빠의 팔과 업어 키우던 엄마의 등은

서서히 굽어지고 그 힘이 사그라진다.

그땐 자식이 안아주고 업어드릴 차례다.

 

그걸 알아차리고 돌아보니, 세상을 떠나고 없다.

부모 생전에 아버지를 안거나 어머니를 업어드리기는커녕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예부터 후회는 항상 늦다고 말하나 보다.

회한의 안타까움과 그래하지 못한 부끄러움이

매서운 한파가 살을 애이듯 가슴을 파고든다.



(받은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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